다름 아닌 지난해부터 끌어 온 카드특감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져 있기 때문.
감사원은 13일 감사위원회를 열고 카드특감 결과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15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카드특감 자료(500쪽)가 너무 방대해 절반도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 힘든 정책 실패에 대한 감사여서 섣불리 결론짓기 어려운 데다, 400만 신용불량자 양산의 원인을 해명해야 하는 만큼 부담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책임자 징계를 비켜가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경우 오히려 감사원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감독기구 `통합할까, 말까`=금융감독기구의 중복을 피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는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감사원의 기본 설정은 `금융감독기구의 단기적 기능 조정, 장기적 통합 추진`에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청와대에 제출한 `금융감독기구의 조속한 통합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왜 갑작스럽게 발을 빼는 것일까. 일각에선 감사원이 정부혁신위, 재경부 등의 반발에 밀려 일보 후퇴한 것으로 분석한다. 결국 카드업체의 방만한 영업과 여러 곳으로 분산된 관리감독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얽히고 설킨 이해집단 간 관계로 인해 어느 쪽에도 욕먹지 않을 중도론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 같은 `장기 통합론`이 시장과 관련 부처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미지수다.
◆처벌 수준, 어디에 맞춰야 소리 덜 날까=감사원의 최대 고민이다. 사실 이번 카드특감의 경우 인재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외환위기 특감 때처럼 인사 책임(강경식 전 부총리와 김인호 전 경제수석)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중의 여론은 카드대란을 야기시켰고 400만 신불자의 원성이 높은데, 그 책임을 시스템 조정으로 돌리면 요식적 감사밖에 더 되느냐며 따져묻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회는 현재 10여명 안팎에서 주의 조치 등의 경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카드대란의 시발점을 1999년 5월 단행된 현금서비스 한도(70만원) 폐지로 볼 경우 재경부 장관과 금감위원장을 거쳐간 인물만 6명에 이르는 데다, 당시 실무진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수십여명에 이르는 것이 문제다. 이들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작업이 쉽지 않고,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하는 점도 쉽사리 결론내기 어렵다.
◆아직 결론난 것이 없다=전윤철 감사원장은 이번 카드특감에 대해 딱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결론난 것이 없다." 이는 금융감독기구의 통합 문제나 관련자 처벌 수위 등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반증다. 이에 따라 15일로 연기된 감사위원회에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대신 총대를 메야 하는 무거운 부담감이 지금 감사원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