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일을 안다면 그날은 혼술을 하겠다
이승의 내가 술을 따르고 저승의 내가 술을 받으며
어려운 걸음 하였다 무릎을 맞대겠다
내 잔도 네 잔도 아닌 술잔을 놓고 힘들다 말하고 견
디라 말하겠다
마주 앉게 된 오늘이 길일이라 너스레를 떨며 한 잔
더 드시라 권하고 두 얼굴이 불콰해지겠다
산 척도 죽은 척도 고단하니 산 내가 죽은 내가 되고
죽은 내가 산 내가 되는 일이나 해 보자 하겠다
가까스로 만난 우리가 서로 모르는 게 많았다고 끌
어안아 보겠다
자정이 지났으니 온 김에 쉬었다 가라 이부자리를 봐
두겠다
오늘은 첨잔이 순조로웠다 하겠다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걷는사람, 2025.
첫댓글
죽지 못한 나와
죽어버린 내가
자정이 넘도록
술잔을 놓고
기일을 기리네요
기일을 알지도 못 하구 혼술하던 때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