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배를 타면서 세계 곳곳 수십 개 국에 입항햇다.
불과 5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크게 발전했고 항만 세관 계통 하급 공무원들의 부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다. 1970년대 중반에 부산에 입항했던 어느 수출선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세관들이 점심때만 되면 우루루 몰려와서 마치 상관처럼 '밥 내놔라, 술 내놔라!"하고 하도 꼴사납게 굴어
당직사관이었던 젊은 3등항해사가 참다못해 '너 죽고 나 죽자'며 식칼로 세관원 선임자의 허벅지를 찌른 사건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 대한민국 세관원은 없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선 부패한 공무원들이 많이 있다.
제일 심한 곳이 아프리카이며 특히 나이지리아 항만 계통 공무원은 날강도 수준이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이야기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마닐라 대통령궁에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는 경찰관 100여명을 불러놓고
"개XX들, 계속 이런 식이면 진짜로 죽여버리겟다"고 말햇다. '부패경찰'을 향한 그의 강력한 경고발언은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대통령궁에 불려나온 이 경찰들은 강간. 납치. 강도, 마약매매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현직 경찰관들이었다.
부패경찰과의 전쟁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인이 납치 살해된 사건에 현직 경찰이 연루된 것이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깨진 창문이 많은 곳에서 중범죄가 일어난 법"이라며
노상방뇨와 거리에서 움주를 한 사람들까지 체포하며 사회통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 6월부터 약 2년여 동안 범죄 혐의로 조사받은 경찰관은 64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198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는 냉동화물선을 타고 마닐라 항에 입항하고 있었다. 그날 밤 기관실 부속 창고에 도둑이 들엇다.
발전기 피스톤 링을 비롯하여 볼 베어링 등 쉽게 팔아먹을 수 있는 부속품을 상당히 도둑맞았는다. 다시 도둑질을 하러 온
도둑놈을 기관실 당직자가 창고 안에서 가둬 봍잡앗다. 그래서 본선에 고용한 경비원에게 인계하고 승선해 있던 세관
승감에게도 알렷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경비원이 도둑을 놓치고 말앗다. 도둑이 갑자기 경비원의 손을 뿌리치고
현장을 넘어 바다에 뛰어들었다. 순간적인 일이라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은 경비원이 그 도둑을 알고 도망가라고 놓아준 것이엇다. 내가 너무 화가나서 경비원의 멱살을 잡고 흔들엇다.
"일부러 놓아준거지! 너도 한 통속이지!"하고 소리를 지르자 승감이 말렷다. 승감에게도 "당신도 마차가지야!"하고 소리를 질럿다.
조금 있으니 짚차가 한 대 왔다. 거기에는 건장한 세관원 서너 명이 타고 잇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나를 붙잡아 짚차에 싣고
본부세관 감방에 가두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날이 샐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10시나 되어 야간 근무자 교대를 한 뒤 과장이라는 사람이 나를 불럿다. 나를 감금한 죄목은 "살인 혐의"라고 햇다.
내가 경비원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바람에 그가 숨이 막혀 죽을 뻔햇다는 것이었다.
그 세관 과장은 "멱살만 안 잡았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하며 나를 위로하는 척하며
도둑맞은 물품 목록을 적고 진술서를 만들어 내게 서명하라고 했다.
경찰이 조사를 해서 찾으면 돌려줄 거라고 햇다.
그는 천주교 신자엿다. 나를 배에까지 태워다주고 돌아가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했다.
2010년에는 자동차 운반선을 타고 정기로 마닐라에 입항햇다. 6개월에 한 번씩 항만청 직원이 PSC 검사를 나왔다.
이때 사소한 것이라도 지적사항이 있으면 그 보고절차가 아주 성가시고 귀찮아서 되도록이면 없애려고 노력햇다.
기관실에 내려온 항만청 직원은 작은 메모 노트에 연필로 지적사항을 적으면서 "걱정말라!"고 햇다.
적을 게 없어 압력계이지 유리에 금 간 것까지 적었다. 점검을 마치고 내 방에 와서 메모수첩을 내놓고 흥정을 햇다.
한 건 지우는데 내용에 따라 20달러~50달러! 정도였다. 물론 디스카운트도 했다.
몇 개월 후에 다시 우리 배에 올아왔다. "검사 받은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고 하니 웃으며 되돌아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