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사람들 ④] 조준헌 대리-신현경 영양사, KFA 첫 부부직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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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NFC에서 신현경 영양사-조준헌 대리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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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축구협회(KFA)에는 두 쌍의 사내 커플이 차례로 결혼에 골인하는 경사가 있었다. 조준헌(경기국)-신현경(기술교육부 영양사) 부부, 임정규(경기국)-김지숙(총무부)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여성 인력비율이 낮은 축구계에서, 그것도 같은 직장에서 결혼에 이르는 커플이 두 쌍이나 탄생했다는 자체가 축구회관을 들썩일만한 화제였다. 특히 조준헌-신현경 부부의 경우 결혼 한 달 전까지 교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주위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KFA 사람들] 4번째 주인공은 KFA 사상 처음으로 사내 결혼에 성공한 조준헌-신현경 부부다.
화제를 몰고 축구계 입성
2001년에 KFA에 입사한 신현경 씨는 최초의 ‘월드컵 전담 요원’으로도 이미 여러 차례 유명세를 탔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식단에 대한 전담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KFA의 공채에 응시, 21대1의 경쟁률을 뚫고 NFC의 일원이 됐다. 2002 월드컵과 관련된 화제라면 무엇이든 조명을 받는 때였던 데다 청와대 경호실 식당에서 근무한 이색 경력을 갖춘 미모의 영양사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모집 공고를 보는데 ‘이건 딱 내 자리다’라는 느낌이 왔어요. 주위 분들은 신랑을 만나게 될 감이었다고도 해요.(웃음) 대부분의 영양사들은 이익을 내야 하는 곳에서 일하는 게 현실인데, 이곳에서는 순수하게 영양과 식단에만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죠.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부터 너무 거창하게 소개 돼 부담스럽기도 했고, 처음 두 달 동안은 쉬지 못하고 내내 출근해서 몸살이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월드컵 직전의 그 흥분된 분위기 때문에 힘든 줄 모르고 일했던 것 같아요.”
그보다 6개월여 먼저 ‘KFA맨’이 된 조준헌 대리 역시 축구인 집안 출신으로 입사 당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조대리의 부친은 60년대 한국축구를 주름잡았던 스타로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지낸 고 조윤옥 씨.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하고 자란 덕에 조대리는 일찌감치 ‘축구인생’을 살기로 작정했단다. 2001년 1월 KFA에서 공채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지원서를 넣었고, 당당히 축구회관에 입성하는 주인공이 되어 가업(?)을 잇고 있다.
이들 부부의 결혼식 장소가 축구장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지난 5월 1일 서울과 울산의 K-리그 경기가 있던 날 상암월드컵경기장 안에 있는 예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것. 마침 올해 K-리그 신성으로 떠오른 박주영(서울)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던 때라 경기장에는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관중들의 함성을 배경삼아 식을 올렸으니 그야말로 ‘축구인 커플’다운 출발이었던 셈이다.
연애스토리- 파주 NFC는 사랑을 싣고~
대부분의 사내커플이 그렇듯 이들 역시 결혼 한 달 전까지 주위에 교제 사실을 공개하지 못했다. ‘혹시나’ 잘못 될 경우 주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말 처지가 될까봐 조심스러워했단다. 사내에 결혼 소식을 전할 때만 해도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이 대세인 가운데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니까 ‘사건’이 벌어진 때는 조대리가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맡고 있던 2002년이었다. 청소년팀이 파주에서 장기간 합숙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팀 스태프로 있던 조대리는 전지훈련을 떠날 때마다 식단 등의 문제로 신씨를 찾는 일이 많았고 회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이다.
신씨를 처음 볼 때부터 호감이 있었다는 조대리는 또 전지훈련을 다녀올 때면 식당 식구들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신씨에게 선물을 건넸다. 이에 대한 답례로 신씨가 밥을 사면서 ‘주거니 받거니’하게 됐고, 일이나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는 정도가 됐다. 비슷한 연령대의 황인우 트레이너(32)까지 가세해 하루 일과가 끝날 때면 종종 술자리를 갖거나 영화를 보는 등 업무 외적으로도 돈독한 친분을 다지는 정도로 관계는 발전했다.
혼기 꽉찬 선남선녀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를 배우자감으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됐단다. 결정적으로 파주 NFC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던 신씨가 몸살로 고생했을 때 일산에 살던 조대리가 약봉투를 들고 찾아오면서 둘의 애틋한 감정은 무르익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주위에서는 둘의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내 연애’라는 부담 때문에 조심스러워했다고. 특히 NFC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신씨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곤란하잖아요. 나이도 적잖은데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얼굴 마주하기도 난감하고. 제가 성격이 좀 예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그걸 자꾸 숨기려 한다고 이해를 못하겠다는 눈치였죠.”(신현경)
“나이도 많은데 막 튕기더라구요.(웃음)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떳떳하게 못 밝히니까 답답하긴 했죠. 그래서 제가 결혼을 빨리 하자고 했어요. 날짜 정하는데도 실랑이를 벌이다가 급하게 5월로 잡아버렸어요.”(조준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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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조리실에서 신현경 영양사. 신씨는 현재 임신 8개월째다.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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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경 영양사가 전하는 식당 이야기
각자의 일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신씨에게 식당이야기를 요청했다. 파주 NFC, 특히 식당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식당에서 무어 그리 특별한 일이 일어날까 싶지만 테이블에 앉아있는 인물들이 대표 선수들이라면 다시 귀를 쫑긋하게 된다. 설마 대표 선수라고 해서 손가락으로 국을 떠서 먹는다든지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일반인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아닐까 기대하면서.
신씨의 표현을 그대로 전하자면 선수들의 식사 분위기는 ‘엄숙하다’. 흔히 식당하면 떠올리게 되는 왁자지껄 혹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감독이 있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장군’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절도 있는 식사 분위기. 제 시간에 딱딱 맞추는 스타일로 감독의 지시가 있어야 선수들이 식사를 시작한다. 전임 본프레레 감독은 무뚝뚝한 인상과 달리 식사시간에는 느슨했던 편.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한식은 거의 손대지 않고 철저히 서양식만 먹었는데, 가끔 선수들이 먹는 음식을 보면서 ‘저건 뭐냐?’하고 묻기도 했단다.
히딩크가 서양식만 고수한데 비해 얀룰프스(전 기술분석관)나 고트비(대표팀 코치)는 날치알 김밥 같은 메뉴에 금방 적응했다. 매운 음식도 곧잘 먹었는데, 매운 맛이라면 본프레레도 지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는 더 매운 음식도 먹었기 때문에 낙지젓 같은 음식은 한국 사람보다 더 잘 먹었단다. 단 산낙지만큼은 모든 외국인이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고.
식당 분위기는 감독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어느 감독을 막론하고 똑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상황이 있다. 경기에 지고 들어오는 날이면 공기 자체가 싹 달라진다는 것. 주방에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에서는 신씨도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난감해진다. 굳은 얼굴로 식사하는 선수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단다.
선수들의 식습관을 일일이 챙겨 볼 수는 없지만 몇몇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일단 공통적인 특징 하나를 꼽으라면 축구선수들의 식사량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축구선수들은 모두 대식가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말이다. 특히 이운재는 소식에 가까울 정도다.
“이운재 선수는 먹는 양이 정말 많지 않아요. 더러 체중을 문제 삼는 기사들도 나오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 금방 살이 찌는 체질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본인도 스트레스가 많을 거예요. 그러고 보면 골키퍼들이 특히 체중 관리에 민감한 것 같네요. (김)영광이도 종종 ‘누나 이거 먹으면 살쪄요? 이건 어때요?’하면서 물어보거든요. 청소년팀 선수들도 그렇고 유난히 골키퍼들이 다이어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대부분의 선수들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지만 최성국(울산)은 철저히 한식 위주로만 먹는다. 반찬도 거의 김치 종류로 정해져 있단다.
대표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보쌈
신씨의 식단은 경기일을 기준으로 전후가 달라진다. 경기일 3~4일 전부터는 기름진 음식들을 피하는 대신 밥이나 스파게티 등 탄수화물 위주의 메뉴를 제공한다. 고기 음식이라면 고단백질을 함유한 닭가슴살을 주재료로 쓰거나 고기를 잘게 다지는 요리로 일정량만 섭취하도록 한다.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은 경기 중 쓰게 되는 근육의 주에너지원이 탄수화물이기 때문. 탄수화물을 최대한 저장해둬야 격렬한 경기를 끝까지 힘 있게 소화해낼 수 있다. 근육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음료수도 구연산이 많이 들어간 마를 갈아주거나 레몬주스로 준비한다.
평상시 훈련 때는 손상된 근육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양식을 많이 준비하는 편이다. 참게 매운탕, 추어탕, 장어 등이 주요 메뉴.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바로 보쌈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먹는 기름진 돼지고기 보쌈은 아니다. 담백한 쇠고기 사태와 김치를 함께 보쌈 메뉴로 내놓으면 제일 좋아한다고. 장어도 잘 먹고 전복을 샤브샤브 식으로 만들어주면 그 또한 금방 바닥이 난다. 제철 해산물을 로스로 구워먹는 것도 인기 메뉴.
그밖에 가정식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호텔 합숙인 경우 많은 종류의 음식이 제공되지만 가정에서 먹는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파주 NFC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그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찌개 등을 뚝배기에다 즉석요리로 만들어주는데, 선수들이 선호하는 음식 중 하나란다.
대표팀 소집이 있을 때 마다 꼭 한명씩 소화불량으로 체하는 선수들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예민한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탈이 난다고. 이들에게는 야채죽이나 고기죽 같은 환자식을 제공한다.
선수단이 해외로 나갈 때면 시골서 몇 년씩 된 매실 원액을 구해 한두 병씩 챙겨 보낸다. 대회 중에는 소화제 등의 약물을 함부로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매실 원액으로 소화를 돕게 하는 것이다.
음식 재료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직접 돌면서 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검수 과정. 매일 아침마다 신선도를 체크하고 질이 좋지 않은 것은 다시 반품 처리할 만큼 철저한 검수 과정을 지키고 있다.
자분자분 풀어놓는 신씨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진심으로 선수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NFC ‘큰누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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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대회와 경기를 관장하고 현장에서 진행하는 업무는 조준헌 대리의 몫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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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국 조준헌, 현장 업무 전문가
신씨가 선수들에게 가정의 품을 느끼게 하는 ‘큰누나’라면 조대리는 ‘맏형’인 셈이다. 2001년 KFA 입사 후 햇수로만 5년 째 경기국을 지키며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외협력국 대표팀지원부로 이관된 주무 업무를 할 당시에도 그의 소망은 ‘선수들에게 친형 같은 존재가 되자’는 것이었다.
주무시절 조대리가 스태프로 참가했던 대상은 주로 청소년대표팀. 2002년부터 2004년 사이 박성화 감독의 U-20 청소년팀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2003년에는 윤덕여 감독을 보좌해 핀란드 U-17 세계 청소년선수권에도 참가했다. 이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물으니 두어 개를 꼽았다.
“아무래도 우승했던 경기가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죠. 2002년 카타르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우승한 경기인데, 당시에는 무승부에서 연장전으로 넘어갈 경우 선제골을 넣는 팀이 이기는 골든골 제도가 있었거든요. 결승전 상대가 일본이었는데 제가 경기 전에 농담 삼아 선수들한테 ‘연장전 가서 골 넣고 운동장 한 바퀴 돌자’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정)조국이가 연장전에서 골을 넣고 우승한 거예요. 너무 감동적이었죠.”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다. 당시 한국은 조별 예선에서 2승1무를 기록했고 8강전에서도 인도를 상대로 7-0의 대승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였다. 한국이 이처럼 상승세를 탔던 비결은 바로 조대리가 입고 있던 ‘빨간 팬티’의 힘이었다는 후문이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조대리는 빨간색 유니폼 하의를 입고 나섰는데, 어김없이 한국이 불패행진을 이어가더라는 것. 결국 결승전까지 ‘빨간 팬티’를 입고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으니 조대리의 공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2년 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U-20 아시아선수권도 기억에 남는다.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이라크에 3-0으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한국은 예멘과의 2차전에서 4-0으로 승리했지만 마지막 태국전에서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 8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태국에 승리를 거두고 우즈베키스탄-일본-중국을 차례로 꺾으면서 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태국전은 예선 탈락 문턱까지도 갔다오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빗속에서 치러진 경기여서 우리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전반 초반 자책골을 넣고 박주영이 골을 넣어서 겨우 무승부를 만들어놨죠.(웃음) 경기 막판에는 태국에 역전골을 내줄 뻔했는데 그랬다면 짐 싸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아찔했어요. 예선을 힘들게 통과하고 우승을 따낸 대회라 기억에 많이 남네요.”
주무들의 특권이라면 라커룸 출입이 자유롭다는 것. 엄격한 통제 기준이 적용되는 장소이다 보니 라커룸 분위기가 어떨지, 또 무슨 말들이 오가는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다.
조대리의 말에 따르면 라커룸은 ‘주로 혼나는 장소’란다. 전반전에 지고 하프타임을 맞게 되면 더 그렇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이다 보니 주무 시절 조대리는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애썼다. 감독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농담을 건네거나 장난을 치는 수준이지만, 친형의 역할을 자처한 조대리의 진심은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인터뷰 중에도 청소년팀을 거쳐 간 김동환(수원)이 조대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안부를 묻는 정도의 짧은 통화였지만 수화기를 내려놓는 조대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가끔 선수들한테 전화가 오거든요. 별다른 이유도 없고 딱히 할 말도 없지만, 이렇게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묻는 친구들 전화를 받을 때면 굉장히 기분 좋고, 제가 했던 일에 대한 뿌듯함도 느낀답니다.”
경기국에서는 더 이상 주무 업무를 겸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열리는 각급 대회를 관장하기에도 빠듯하고 경기국 나름의 전문성을 살려 체계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간 조대리의 입사 동기들은 두어 차례 부서 이동도 있었고 본인도 내심 한 번쯤은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 업무의 전문가로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사명감 때문에 5년째 경기국을 지키고 있다.
‘한길’을 걸어가는 축구인 부부
지방에서 치르는 각종 대회를 일일이 챙기다보면 조대리가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 많다. 이런 부분에서 아내 신씨가 같은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조대리에게 큰 힘이 된다. 대회 이름만 대면 일정까지 이해하는 신씨이기 때문이다.
조대리가 체계적인 식단 관리를 받게 된 것도 결혼 후 좋아진 점. 정작 본인은 먹고싶은 걸 제대로 못 먹는다고 행복한 투정을 부리지만 말이다.
“한 번씩 NFC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좋겠다, 집에서도 이렇게 먹을 거 아니냐’라고 하시는데, 집에서는 절대 그런 메뉴가 안나와요. 제가 금방 살이 찌는 체질이기 때문에 살 빼라고 탄수화물 섭취는 자제시키고 날양파, 쌈 같은 종류를 내놓죠. 그런데 열심히 체중 관리하다가도 한 번씩 출장을 다녀오면 도로아미타불이에요. 지방에서는 관리가 안되니까요.(웃음)”
축구에 관련된 일에는 이해심 깊은 신씨에게 불만이라면 밤늦도록 남편이 축구 중계를 시청한다는 점. “이 사람(조대리)에게 축구는 삶의 일부”라고 인정하면서도 남편이 해외축구까지 꼬박꼬박 챙겨보는 데는 두손 다 들었다.
“여자들은 자기 관심 분야만 보거나, TV를 보면서도 다른 일을 같이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축구 중계라면 모두 챙겨보는데다 축구 보는 동안에는 TV에만 몰두해서 저랑 안놀아주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끔 시비를 걸곤 하죠.(웃음)”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들 부부는 한 목소리로 “결혼하고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KFA에서 일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도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곧 새로운 경사를 맞게 된다. 내년 1월 신씨 뱃속의 아기가 세상 빛을 볼 예정. ‘축구인’의 피를 받아 벌써부터 발길질이 심하다. 처음에는 아들인 줄 알고 ‘효자’라는 태명을 붙였지만 딸인 것으로 판명돼 ‘효녀’로 바꿨다. 내심 조대리는 아들이길 바랐는데 그 이유를 들으니 웃게 된다. “나중에 축구장에 데리고 다니려구요.”
혹시 아내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했는데 곁에 있던 신씨는 한술 더 뜬다.
“저는 또 아들이면 축구선수로 키울 생각도 했어요.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이 아닌가 했거든요. 예체능 기질은 조부모를 닮는 경우가 많다더라구요. 본인이 축구선수가 되길 원하고 재능만 있다면 지원해주려구요. 물론 지금은 첫딸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지만요.”
마지막으로 KFA에서 각자가 느끼는 사명감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올해부터 국내 대회를 전담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끼는 곳이 바로 경기국이에요. 외부에서는 KFA가 대표팀 위주로만 돌아간다고 하는데, 내부적으로는 또 유소년 축구나 FA컵 등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이뤄진답니다.
특히 유소년 대회의 경우 단일대회 방식에서 리그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요. 또 각종 대회들이 잘 치러질 수 있도록 기초도 잘 닦아놔야 할 테고, 잘 안 되는 부분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계획을 다시 짜야하고...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현장 업무가 많고 가장 고된 일을 하는 부서이긴 하지만 그만큼 제일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또 좋은 계획들을 현장에 잘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해야겠죠.” (조준헌)
“선수들의 체력과 먹거리가 바로 연결된다는 것이 참 신기하지 않아요? 저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는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요즘은 유소년 선수들에게서 새로운 과제를 찾아냈어요.
아무래도 시대가 변하다 보니 예전처럼 못 먹고 운동하는 선수들은 없죠. 오히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자라서 식습관이 엉망인 아이들이 많아요. 뒷바라지는 열성적인 반면 영양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이상하죠.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나중에 국가대표가 될 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으니 안타까워요. 그걸 초기에 바로 잡아주고 부모들의 이해를 돕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스포츠영양학의 역사가 짧은 편인데 때가 되면 축구 전문으로 영양학 공부를 더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남편과 함께 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신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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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진경 |
2005-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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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두 분 한국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합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빕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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