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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모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레고 경비원
[자료(영상) 출처 : 유튜브]
[작성자 및 자료(글)출처 : 엽혹진 '레고 경비원']
- 사람의 마음을 읽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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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멈추는 목걸이
http://cafe.daum.net/truepicture/Qt7/960803
- 시간 여행을 해주는 피아노
http://cafe.daum.net/truepicture/Qt7/969251
- 1탄 : "최후의 인간" (어느 날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면? + 세계가 멸망해서 나 혼자만 남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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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탄 : "거래" (당신이 오늘 죽는다면? + 영생을 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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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탄 : "운명" (저희 술집을 사실래요? + 적힌대로 그대로 이루어지는 포춘 쿠키가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Qt7/979154
- 4탄 : "능력" (악몽이 현실이 된다면? + 초능력자가 지체 장애를 가졌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Qt7/979200
- 5탄 : "외계인" (어느 날 외계인을 목격했다면? + 외계 대사가 지구에게 마지막 하루를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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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탄 : "선택" (내가 원하는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 돈을 선택하면 사람이 죽는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2177
- 7탄 : "이상세계" (내가 재능인 취급받는 세계로 간다면? + 내 꿈이 이뤄진 세계로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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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탄 : "중독" (내가 슬롯머신에서 돈을 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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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탄 : "외모" (성형수술이 계속 실패만 한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2391
- 10탄 : "꿈" (꿈 속 마을로 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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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탄 : "외계인" (우리 집에 외계인들이 쳐들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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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탄 : "소원" (어느 날 지니가 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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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탄 : "의문" (영문도 모른 채 내가 바다 한 가운데 여객선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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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탄 : "사랑" (생각하는 기계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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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탄 : "인간" (우주 개척지를 찾아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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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탄 : "TV" (흑마술을 가르쳐주는 어린이 프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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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탄 : "시간" (시공간을 만드는 인부들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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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6431
- 19탄 : "행복" (가족들의 말과 행동이 자꾸만 반복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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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6454
- 21탄 : "자동차" (옛날 차를 타고 과거로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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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탄 : "가족" (인형이 살아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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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탄 : "미래" (국가에서 지능 시험을 치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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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탄 : "공포" (사람이 없는 마을에 단 둘만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7236
- 25탄 : "비일상" (갑자기 단어들의 뜻이 뒤죽박죽으로 바뀐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7283
- 26탄 : "발전" (사람이 모두 굳어버린 행성이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q3PW/65
- 27탄 : "꿈" (내가 사는 세상이 그저 꿈이라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8862
- 28탄 : "욕망" (100년후의 세계에서 눈을 뜬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9531
- 29탄 : "사랑" (구두에 영혼이 들어갔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9553
- 30탄 : "공포" (집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는 할머니가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q3PW/1057
- 31탄 : "도서관" (사람의 삶이 적힌 책이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9933
- 32탄 : "행복" (내가 천국에 가게 된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19983
- 33탄 : "생명" (미친듯이 글만 쓰는 아이가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0086
- 34탄 : "태양" (지구가 태양과 점점 가까워진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0250
- 35탄 : "진실" (폐점된 상가에서 누군가 계속 날 쫓아온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0650
- 36탄 : "시간" (시간을 멈추는 초시계가 생긴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0782
- 37탄 : "시간" (내 물건들이 사라진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q3PW/1399
- 38탄 : "시작" (환상특급 극장판 : 프롤로그)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0893
- 39탄 : "인간" (환상특급 극장판 : 내가 과거로 날아가게 된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0970
- 40탄 : "황혼" (환상특급 극장판 : 깡통차기 놀이를 하면 어려진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000
- 41탄 : "행복" (환상특급 극장판 : 수상한 가족들이 사는 집에 갇힌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029
- 42탄 : "공포" (환상특급 극장판 : 비행기 위의 괴물이 나한테만 보인다면? + 에필로그)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150
- 43탄 : "우주" (소인(小人)들이 사는 행성을 찾는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164
- 44탄 : "젊음" (마시면 젊어지는 물이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336
- 45탄 : "피아노" (본심을 드러나게 하는 피아노가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457
- 46탄 : "저승" (방청객을 못 웃겼을 때 지옥에 간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632
- 47탄 : "의심" (갑자기 모든 기계가 멈춘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645
- 48탄 : "크리스마스" (원하는 물건이 나오는 보따리가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721
- 49탄 : "젊음" (늙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http://cafe.daum.net/truepicture/E7e/21805
- 50탄 : "역사" (엘비스 프레슬리를 만나게 된다면?)
안녕하세요? 약 8주만에야 돌아온 '레고 경비원'입니다...
어... 좀 웃긴 얘기를 할게요.
오늘 보여드릴 에피소드의 소재는
'사랑의 묘약'이며, 키워드 또한 '사랑'.
그래서 발렌타인 데이인 2월 14일에, 즉...
원래는 한 달 전에 올리려 했던 에피소드ㅋㅋㅋㅋㅋ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올린단 약속도 못 지키는 제가
기념일을 지킬 수 있을 리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다만 이번엔 늦어진 사정이 좀 있습니다...
10월 달에 '아쿠아 비타' 에피를 보여드렸을 때,
서론에서 제가 은근슬쩍
'공사판 막일하면서 돈 좀 벌어볼까'
라는 말을 했었는데, 바로 그것 때문이죠.
얼떨결에 2월에 갑자기 노가다를 하게 됐는데
퇴근하고 씻고 책읽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취침 시간이 돼서
환상특급을 쓸 시간을 못 내겠더군요...
이 게시글만 해도 5, 6주 전에 이미 캡처 다 끝내놓고
이제야 시간 나서 쓰고 있는 겁니다 ㅋㅋㅋㅋ
그럼 왜 갑자기 글 쓸 시간이 났느냐...?
잘렸어요...
제가 서러움이 북받치면 가끔(년 단위로) 울음이 터지는데
이 때 얼굴이며 몸에 경련이 나서 도저히 도저히 정상이 아니게 되거든요ㅋㅋㅋㅋ
설상가상으로 사장님이 이런 제 꼴을 보셔서
더 이상 못 써먹겠다고 판단, 잘렸습니다...ㅠㅠ
덕분에 독서, 집필 시간이 늘어난 건 기쁜데
정작 돈 벌 기회가 사라져서 아쉽네요...
1월엔 달팽이관에 병나서 균형감각이 엉망되고,
2월엔 이빨 하나가 부러지고,
3월엔 노가다에서 잘리고 ㅋㅋㅋㅋ
4월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근거리네요 참...ㅋ
(... 나 이러다 12월에 죽나...?)
58. 집착
장소는 뉴욕의 한 술집.
양복 신사가 들이닥치더니 허둥지둥 전화부터 찾습니다.
하지만 공중전화는 현재 사용 중,
그것도 모자라서 그 뒤로 세 명이나 줄을 선 상태!
신사는 다급했으나, 이 전화도 한참을 뒤진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이라서 별 수 없이 줄 끝에 섰죠.
그리고 마침내 전화가 끊겼습니다...만!
공중전화 속 남자는 기다리는 사람들도 아랑곳 않고
또 다시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저게 뭐야! 또 전화를 걸잖아!"
다급함에 격노하는 신사와 달리,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단 듯 태평했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예요."
"상대방은 받지도 않고요.
받을 때 까지 계속 걸 작정인가?"
하지만 신사는 급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단은... 매수!
그는 앞자리 3등 여인에게 1달러를 주고 그 자리를 샀습니다!
여인은 기쁘게 돈을 받아들고 흔쾌히 자리를 양보!
이어서 그 앞의 2등 사나이에게도 1달러를 건네고 자리를 매수!
그렇게 2등 자리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마침내 1등 자리를 목전에 둔 신사는
1등 부인께 마찬가지로 1달러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부인은 꼼짝도 하지 않았죠.
이유가 뭔고 하니...
"어떻게 1등이랑 3등 가격이 똑같을 수 있죠?"
"... 좋아요, 2달러!"
이로써 신사는 2달러를 건네고
마침내 1등 자리를 손에 넣습니다!
자... 이젠 이 남자만 밖으로 나오면 되는데...
남자는 여전히 수화기 너머 누군가가 응답하길 고대하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습니다...
"여보세요?"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남자가 다섯 차례나 매달린 끝에
드디어 전화를 받는 상대방!
남자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목소리는
바로 자신이 연모하는 여인이었습니다!
"릴라? 나야! 나! 로저!"
"아...... 그래."
남자인 '로저'는 애타게 찾던 보물을 쥔 것처럼 환호했지만,
정작 상대인 '릴라'는 로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실망한 듯 미소를 거두고
무덤덤하게 반응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오늘 보러 가도 돼?"
"안 돼. 오늘 머리가 엉망이라서
아무도 안 만날 생각이야."
"당신이 엉망일 리가 없어!
혹시 그렇다고 해도 난 신경 안 쓸 거야!"
로저는 미친듯이 매달렸지만,
릴라는 여전히 단호했습니다.
"오늘 만나고 싶어!"
"안 돼."
"꼭 만나야 돼!
안 그러면 미쳐버릴 것 같아!"
"로저, 애처럼 굴지 마."
"사랑해! 제발 만나줘!"
"할 말은 그것 뿐이야?
그럼 끊을게."
"잠깐! 그럼 아무 말이나 해줘!
아무 말이나! 당신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
"아무 말이나?"
"그래!"
"그럼 로저...
시끄러우니까 달나라로 꺼져줄래?"
"여보세요? 여보세요?!"
릴라는 그 단호한 한 마디를 끝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고,
로저는 듣는 이 없는 말을 공허히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끊기자마자 기회를 노리고 들이닥친 신사!
"끝났지? 이젠 내 차례야!"
"잠시만요! 저쪽에서 끊은 거예요!
화났는지 안 화났는지 다시 물어봐야 돼요!"
"소용없을 걸? 아까 뒤에서 다 들었는데
겨우 전화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어."
"딱한 것 같으니, 내가 해결책을 알려주지."
그러면서 신사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여기 적힌 주소로 찾아가보게.
이 사람이 도와줄 거야.
나도 일전에 신세진 적이 있는데,
어떤 고민이든 다 해결해주지!
다른 방법은 없어!
당장 이 사람을 찾아가!"
당장 통화가 급했던 신사는
로저에게 대충 명함을 쥐어준 뒤 전화부스 밖으로 쫓아냈고,
로저는 '어떤 고민이든 다 해결해준다'는 말에 솔깃해하며
신사가 준 명함을 바라보았습니다.
네! 첫 장면만 보면 신사와 남자 중 누가 주인공인가 싶은데,
사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바로 이 남자,
사랑하는 여인에 미친듯이 집착하는 '로저'!
잠시 후, 로저는 명함에 적힌 주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대몬(Daemon)'이라는 교수의 사무실!
네... 짐작하시다시피,
'대몬(Daemon)'은 '악마'를 뜻하는 '데몬(Demon)'에
그냥 알파벳 'a'하나만 추가한 것 뿐이고, 발음도 같죠 ㅋㅋㅋㅋ
즉, 이 문 너머에 있는 존재가
'악마'라는 것을 대놓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저는 이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일단 초인종을 눌러보았습니다!
그러자 아무도 없는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그 안으로 무한히 깊은 어둠과
그 한 가운데 서 있는 두 번째 문이 드러났습니다.
기묘한 광경에 흠칫하면서도
마치 홀린 듯 그 속으로 발을 들이는 로저!
천천히 두 번째 문으로 다가가보니,
그 문은 희한하게도 벽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둠만을 뒤로 한 채 홀로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저가 가까이 다가가자 문은 저절로 열렸고,
아까까진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서재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로저는 희한한 광경에 넋을 잃고,
서재 끝에 누군가 앉아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않은 채
멍하니 책장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거 참 신경거슬리네!"
그러자 답답하다는 듯 소리치는 서재의 주인,
'대몬' 교수!
"네?"
"용건이 있어서 왔으면
얼른 용건이나 말해!
어슬렁거리지 말고!"
"죄송합니다...
그냥 좀 신기해서..."
"알았으면 어서 앉게.
본론으로 들어가자구."
"...어디요? 바닥에요?
의자 같은 건 안 보이는데..."
"지금 나 보면 모르나?
거기 책더미 위에 앉게."
마치 이상한 나라에 빠진 것처럼 기이한 상황이지만,
로저는 대몬 교수가 내뿜는 박력에 압도되어
일단 책더미에 살포시 앉았습니다 ㅋㅋ
어쨌거나...
로저가 자리를 잡고 앉자,
대몬 교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 장갑 세정제 때문에 왔지?"
"...네?"
"장갑 세정제! 필요없나?"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여기 처음인가?"
"네."
"아, 미안하군.
대부분 여길 두 번 정도 오면 다신 안 와서
얼굴 기억할 새가 없거든.
그래, 뭣 때문에 왔지?"
"어... 그게..."
"뭐야? 원하는 게 없나?
그럼 여긴 왜 온 거지?"
자꾸만 자신을 몰아붙이는 태도에,
로저는 양복 안에 챙겨뒀던 명함을 내보이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저기요! 잠시만요!
아까부터 계속 질문만 하시는데,
궁금한 건 오히려 저라구요!
전 그냥 어떤 남자가
당신이 절 도울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아, 지난 번에 만족한 손님이로군."
"그런데 아까부터 뜻 모를 소리만 하시고...
대체 당신이 절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뭘 할 수 있고, 뭘 갖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몰라요.
막연하게 '교수'라고만 소개돼 있잖아요.
그러니 제 고민을 듣기 전에 먼저 말해봐요,
당신은 뭘 할 수 있죠?"
"뭐든지."
"네?"
"여길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해결 못할 고민이 있지.
그리고 자연현상 외의 고민은
모두 사람이 만든 고민이야.
짜증나는 상사, 서먹한 가족 관계,
외모 콤플렉스, 심지어 전쟁까지.
그러니 사람을 바꾸면 다 해결돼.
난 그게 가능하지. 다시 말해,
어떤 고민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거야."
"... 어떻게요?"
"간단한 화학이야.
약만 있으면 모두 가능하지."
하지만 대몬 교수의 말은 막연하면서 허황된 느낌만 가득했고,
로저는 결국 참다 못해 그 자리를 떠나려 했습니다.
"약이요? 그런 거라면 됐어요.
사람을 바꾸는 게 그렇게 쉬우면
진작 해결됐겠죠."
그러자 대몬 교수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떠나가는 로저를 향해 무심한 듯 말했습니다.
"자네가 원하는 걸 손에 넣고 싶지 않나?
혼자 힘으론 절대 얻을 수 없을텐데?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그건... 맞지만..."
오늘만 해도 냉담하게 수화기를 내려놓았던 릴라를 떠올리며,
정곡을 찔린 로저는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럼 말해줘요.
또 막연하게 말고, 확실하게요.
당신이 뭘 해줄 수 있죠?"
결국 로저는 대몬 교수의 말을 들어보기로 결심,
그 모습에 대몬 교수는 음흉하게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원하는 것이고,
네가 원하는 건 얻기 힘든 것이고,
얻기 힘든 건 그만큼 값진 것이지."
"또 막연한 소리를..."
"아니, 지금 막연한 소리 하는 건 바로 너야.
자네 고민이 뭐지? 아직 그걸 확실히 말 안 했잖아.
자네가 원하는 게 얼마나 가치있느냐에 따라
내 약값이 달라지거든.
아니, 말할 필요 없어.
그래... 꼴을 보니 잘 알겠군.
돈 맞지? 부와 명예를 손에 넣고 싶은 거지?"
"... 아닌데요."
"... 권력! 권력을 원하지?
모두가 널 숭배하고 따르길 원하지?"
"... 아닌데요."
"...... 뭐?
그럼 원하는 게 대체 뭐야?"
"릴라요."
"고릴라?"
"'릴라'요!!! 거 말 참 심하시네!
제가 사랑하는 여자란 말입니다!"
"뭐? 사랑...?"
'사랑'이라는 말에 대몬 교수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뭐든 이뤄줄 것 같던 그의 기세도 순식간에 누그러들었습니다.
허탈해진 그는 멸시감이 60% 이상 함유된 한숨을 내뱉으며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듯 돌아섰습니다.
"우습구만!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는데도
겨우 사랑이라니!"
"'겨우'라니요!
제가 릴라의 마음을 얻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기나 해요?"
그러나 대몬 교수는 로저의 노고도 아랑곳않고
별 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했습니다.
"'사랑'은 제일 쉬운 거야.
그게 가장 싸다고."
"네?"
"약 한 병이면 다 해결돼.
그 여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항상 널 생각하고, 널 바라보고,
너의 미소와 온기와 손길을 원하고,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없이 행복하게 느낄 거야.
언제나!"
대몬 교수를 살짝 의심하고 있던 로저는
약효에 대해 듣자마자 눈에 휘둥그레졌습니다.
"맙소사! 그게 바로 제가 원하던 거예요!
그래서 그 약은 어디 있죠?"
곧이어 대몬 교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잠시 책장을 둘러보더니, 책 사이에서 약 한 병을 꺼내 보였습니다.
"그게 말씀하신 그 약인가요?
사랑의 묘약?"
"아니, 내가 처음에 말한 약이야.
'장갑 세정제'. 이건 관심 없나?"
"관심 없어요."
"섭섭하네...
무색무취!
효과확실!
색깔, 맛, 모양,
모두 깨끗하게 지워주고!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해주지!"
"저기, 전 장갑을 끼지도 않아요.
그런 것 보다, 사랑의 묘약은 어디 있죠?"
로저가 단호히 사양하자,
대몬 교수는 결국 장갑 세정제를 영업하는 것을 포기,
순순히 사다리를 내려와 반대편 책장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책들 사이에서 또 다른 약병을 집더니
곧장 로저에게 던졌고, 로저는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받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마죠?"
"1000 달러."
"네!? 가장 싸다면서요?
가장 싼 게 1000 달러나 한다고요?"
"아, 실수. 말이 헛나왔네.
1000 달러는 아까 그 장갑 세정제 값이었어.
그 약은 1달러야."
"네!? 릴라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약이
1달러 밖에 안 한다고요?"
"거 참, 비싸게 줘도 난리, 싸게 줘도 난리구만.
아무튼 1달러만 내."
단돈 1달러에 소원성취를 앞둔 로저는
한껏 의기양양해져 물었습니다.
"어떻게 쓰면 되나요?"
"그냥 그 여자가 먹는 것에 타면 돼.
음식이든 물이든 뭐든.
색깔이나 맛, 향이 없으니
약을 탄 것도 모를 거야."
"부작용 같은 건 없죠?
아프다거나?"
"없네."
그러나 대몬 교수는 로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그 여자가 아프다면
자네 때문이겠지."
잠시 후, 이곳은 릴라의 집!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자
그 소리를 들은 릴라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가지런히 하고
손님을 맞기 위해 현관으로 향했습니다!
똑똑? 로저가 왔어요!
로저 얼굴을 보자마자
정색하며 문을 닫으려는 릴라!ㅋㅋㅋㅋ
하지만 로저는 발을 문 사이에 끼우고
닫을 수 없도록 버텨 섰습니다!
참고로 이 장면, 개인적으로 엄청 웃겼는데
제 미숙한 글로는 도무지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ㅋㅋ
그러니 아래 움짤을 보시죠!
1초도 안 돼서 돌변ㅋㅋㅋㅋ
아무튼 다시 본편 go!
매몰찬 릴라의 마음을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로저는 꽃다발을 들이밀었습니다!
매우 고전적인 방식이지만, 이 작품 배경이 1960년도임을 잊지 마시길!
"릴라, 잠깐만.
봐, 내가 당신 주려고 꽃도 사왔어."
"그래. 예쁘네. 그럼 이제 가봐."
"릴라, 제발! 나 이렇게 보내지 마...
당신 얼굴 안 보곤 하루도 견딜 수가 없어!"
"얼굴이라면 문 열릴 때 잠깐 봤잖아?"
기껏 묘약을 손에 넣었으나,
입구에서부터 발이 막힌 로저...
로저는 어떻게든 들여보내달라 애원했지만
릴라는 그 모습이 익숙하고 지겹다는 듯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로저에겐 아직 비장의 수단이 남아있었으니,
바로 샴페인!
그는 어떻게든 릴라의 관심을 얻기 위해
커플 유리잔까지 들이밀며 애원했습니다!
"내가 샴페인도 가져왔어!
우리 딱 한 잔만 하자! 5분이면 돼!"
"로저, 그렇게 분위기 낸다고 해서
내 마음이 변할 것 같아?"
"한 잔만! 그럼 오늘은 그 이상
아무 짓도 않고 얌전히 돌아갈게!"
"좋아, 딱 5분 만이야!"
결국 릴라는 한 걸음 물러나
로저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대낮부터 전화로 치근거리고
이젠 집까지 찾아와 매달리니 귀찮아 죽을 지경인데,
5분만 어울려주면 순순히 물러난다고 하니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이었죠.
물론 로저가 사랑의 묘약을 챙겨왔으리라곤 꿈에도 모른 상태였지만...!
잠시 후, 소원대로 릴라의 집에 발을 들인 로저!
릴라는 잠시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돌아가고,
로저는 그 사이 샴페인 두 잔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부터...!
로저는 혹시 릴라가 돌아오진 않을까 우려하며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고!
릴라가 아직 방에 있음을 확인!
주머니에 숨겨두었던 사랑의 묘약을 꺼내
릴라 몫인 샴페인 잔에 들이부었습니다!
묘약이 담긴 샴페인은 잠시 거품이 이는가 싶었지만,
거품이 가라앉자 원래 샴페인의 색으로 돌아갔죠!
따라서 대몬 교수의 말대로,
샴페인에 약을 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상황!
잠시 후, 옷을 다 갈아입은 릴라가 밖으로 나오고...
그녀는 이 귀찮은 순간이 얼른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곧장 샴페인을 입으로 갖다댔습니다.
그리고 로저도 마찬가지로 샴페인을 입에 댔지만,
두 눈은 오로지 릴라를 음흉하게 지켜보고 있었죠...
(사랑의 묘약이란 거... 로맨틱한 어감과 달리
실상은 무슨 클럽 약물처럼 무서운 거였네...;;)
그리고... 설마 안에 약이 들었을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단숨에 들이키는 릴라!
잔이 올라갈수록 로저의 입꼬리도 올라가고,
오래지않아 유리잔은 바닥을 드러냈죠!
그렇다면 이제 약효가...!
로저는 절제되지 않는 기대감을 얼굴에 가득 드러내고
릴라에게 일어날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됐지? 5분 지났어. 이제 가봐."
하지만 어째서인지 릴라는 여전히 쌀쌀했습니다...
혹시 약기운이 아직 덜 퍼져서 그런가 싶어,
로저는 릴라의 곁에 알짱거리며 무슨 변화가 없는지 살폈습니다.
"로저?"
"그래! 왜?"
"한 잔만 마셔주면
얌전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냉정한 릴라의 마음은 녹지 않고...
결국 로저는 기다리다 지쳐, 직접적으로 물었습니다.
"지금 나 어떻게 생각해?"
"로저, 내가 귀찮게 너랑 어울려서 같이 샴페인을 마셔준 건
한 시라도 빨리 네가 내 눈 앞에서 사라져줬으면 해서 그랬던 거야.
거기엔 네가 기대하는 감정은 눈곱만큼도 없어.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럼 이제 얼른 가버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죠...
사랑은커녕, 자신을 향한 일말의 호감조차 없는 릴라...
로저는 사랑의 묘약이 통하지 않은 것보다도,
1달러 짜리 약에 그런 효능이 있을 거라고 믿은
자신이 순진하고 바보 같았음을 깨닫고
처량한 심정으로 돌아섰습니다.
"......
로저! 잠깐만!"
그런데... 로저가 막 문을 열고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릴라가 그를 안타까운 듯 불러 세웠습니다.
로저는 또 어떤 잔인한 말을 하려나 싶어
별 기대도 없이 뒤를 돌아보는데...
"내가... 너무 잔인했던 것 같아..."
드디어 묘약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180도 달라진 모습!
릴라는 좀 전까지 자신의 태도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사과하며,
다급히 로저에게 다가가 따스한 목소리와 손길로 그를 달래주었습니다!
이내 (약 때문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릴라는
로저를 와락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고...!
이로써 로저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릴라의 사랑을 (약으로) 손에 넣는 데 드디어 성공합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릴라와의 단란한 가정을 손에 넣은 로저는
한가롭게 독서에 빠져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릴라는 지금 어디에?
바로 여기...!
책 뒤편에서 마치 책을 뚫어버릴 기세로
로저를 향해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죠!
그 눈길과 존재감은 책으로도 가릴 수가 없었던지라,
로저는 결국 신경쓰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여보, 잠깐 다른 데 있어주면 안 돼?"
"다른 데? 어디?"
"그냥... 거기 말고 편한 데 아무 데나."
결국 릴라는 자리를 옮겼습니다.
로저의 어깨 위로ㅋ
"그럼 여기는 괜찮지?"
"아니... 그러니까..."
"왜? 내가 당신 옆에 있는 게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나 때문에 책 읽는 게 방해돼?"
"...... 아냐, 괜찮아..."
차마 릴라에게 쓴소리를 할 수 없어서
싫다는 대답조차 못하는 로저...ㅋ
물론 그 대답에 담긴 감정은 지극히 무미건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릴라는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 로저가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듯
더욱 가까이 밀착했습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괜찮아... 저녁 먹은지 20분도 안 지났잖아."
"오늘 일하느라 힘들었지?
마사지 해줄까?"
"아까 충분히 해줬잖아..."
"그럼 담배 갖다줄까?"
"아니... 지금은 됐어."
"같이 TV 볼래?"
"지금은 일단 책을 마저 읽고 싶은데..."
사랑의 묘약의 효과는 확실했죠.
대몬 교수가
"항상 널 생각하고, 널 바라보고,
너의 미소와 온기와 손길을 원하고,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없이 행복하게 느낄 거야.
언제나!"
라고 말한 그대로...
릴라는 그저 로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서
결코 그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죠.
하지만 달콤함도 언젠간 질리고,
즐거움도 익숙해지면 무료함이 되는 법...
로저는 릴라와 함께한 처음 몇 달을 무척 행복하게 보냈지만,
나중엔 그 사랑이 너무 버겁고, 지겹게 느껴지다가
이제는 귀찮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행복한 건 마치 약에 취한 듯 로저앓이를 하고 있는 릴라 뿐...
"아, 난 당신이 너무 좋아."
"그래... 나도 그래..."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좋아."
"그래... 나도 그래..."
"믿기지가 않아.
몇 달 전만 해도 당신을 싫어했던 것 같은데,
참 바보 같지? 이렇게 멋진 남자를 싫어했다니!"
"그래... 나도 그래..."
"나 아무래도 그 땐 무슨 병에 걸렸었나봐.
지금은 다 나아서 참 다행이지.
당신이 이렇게 사랑스럽다는 걸 깨닫게 됐으니까."
"그래... 나..."
그런데, 릴라의 말을 무심하게 흘려보내다
마지막 말에서 무언가 걸린 듯 놀라는 로저!
"병...?"
"왜 그래?"
"병...
그래...
약...!
릴라! 나 잠깐 일이 있는 걸 깜빡했어!"
그렇습니다.
릴라와의 일상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로저는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 익숙한 사랑이, 원래는 약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지금 릴라의 맹목적인 사랑도
어쩌면 대몬 교수가 해결해줄지 모른다는 사실을!
당장 대몬 교수를 찾아가기로 결심한 로저는
마치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긴 것처럼 허둥지둥 양복을 챙겨 입었습니다.
"늦을 것 같아?"
"그게... 급한 일인데 오래 안 걸릴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아냐. 괜찮아. 금방 돌아올게.
심심하면 그... 내 재킷이라도 안고 있어."
"기다릴게..."
"그래, 그래, 그럼 이만!"
따라오려는 릴라를 겨우 떼어내고
집을 나서는 로저...
그리고 릴라는 로저가 떠나간 현관문에 입을 맞추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그야말로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 상태...;;
한달음에 대몬 교수의 사무실에 도착한 로저!
이미 한 차례 경험한 덕인지 그는 신기함이고 나발이고
얼른 초인종을 누른 후 자동문이 빨리 열리길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자동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허둥지둥 안으로 들어가 두 번째 문으로 향했습니다!
다급히 두 번째 문으로 달려가
오랜만에 서재로 발을 들이는 로저!
다행히 대몬 교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첫 거래 후 6개월 만의 만남...
대몬 교수는 6개월 전과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로저에게 있어서 그는 '인생을 바꿔준 전능한 존재'...
로저는 대몬 교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풍격에 압도되어
다급한 마음도 잊고 순식간에 차분해졌습니다.
그리고 한가롭게 책을 살펴보던 대몬 교수는
높은 시선으로 로저를 내려다본 채,
자못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왔구나...
마침 널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요?"
"아니. 뻥이고,
그냥 이 대사 꼭 해보고 싶었어.
실은 자네가 한 달 전 쯤에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는데 죽어도 안 오더군."
일단 손님이 왔으니, 대몬 교수는 사적인 업무를 마치고
로저를 맞이하기 위해 사다리에서 내려오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로저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대몬 교수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기는 한건지 우려하는 마음에
일단 익숙한 발걸음으로 책더미 위에 앉아 말문을 열었죠.
"저기... 잘 지내시죠?"
"그렇지 뭐.
그러는 자네는?"
"그게... 아주 좋아요.
그런데...
아주, 아주, 지나치게 좋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좀 힘들다고 해야 하나..."
로저가 차마 말을 맺지 못하는 사이,
대몬 교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더니
자신이 찾고 있던 것을 꺼내들었습니다.
그것은 로저에게도 매우 익숙한 물건이었죠.
"아, 장갑 세정제네요?
혹시 그런 물건 아직도 1000달러에 파세요?
밖에서 장갑 세정제 찾아보니까 훨씬 싸던데?"
"그래. 아직도 1000달러야.
무색무취!
효과확실!
색깔, 맛, 모양,
모두 깨끗하게 지워주고!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해주지!"
"... 저기, 그건 됐고...
사실 오늘 그냥 온 게 아니에요."
"그렇겠지.
보답하고 싶다고 찾아온 녀석은
아직 못 봤으니까.
그래, 묘약 때문인가?"
"잘 아시네요...
몇 달 전에 왔을 땐
저더러 부, 명예, 권력을 원한다고
헛짚으셨던 분이... 아무튼,
네. 그 묘약이...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그런데... 릴라가 절 한 시도 내버려두질 않아요.
그래서 솔직히 이젠 지겹고, 좀 귀찮고..."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다 이건가?"
"아뇨, 전 아직도 릴라를 사랑해요.
다만 지금은...
도수가 너무 높은 술을 들이키는 기분이랄까...
혹시, 사랑을 조금 누그러트릴 방법은 없나요?"
드디어 본론을 밝힌 로저!
그런데 대몬 교수는 여전히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손에 쥔 장갑 세정제를 로저에게 들이밀었습니다.
"무색무취!
효과확실!"
"아뇨, 장갑 세정제는 됐어요."
"색깔, 맛, 모양,
모두 깨끗하게 지워주고!"
"없나요? 사랑을 조금만 약하게 하는 약?"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해주지...!"
로저의 말에 아랑곳않고 계속해서 장갑 세정제의 효능만 피력하는 대몬 교수...
그러자 로저는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이제야 알아차렸습니다.
"... 그거, 장갑 얘기가 아니었군요?"
"효과가 뭐죠?"
"누누이 말했잖나.
무색무취!
효과확실!
색깔, 맛, 모양,
모두 깨끗하게 지워주고!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해주지!
... 이걸 그 여자한테 먹이면,
자네가 눈 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자네의 냄새, 소리, 흔적 같은 걸
전혀 감지 못하게 되지.
그 여자에게서 영원히 달아날 수 있는 거야."
"... 그게 다예요?
그럼 릴라는 어떻게 해요?"
"그야 물론, 사라진 남편을 계속 찾아다니겠지.
눈앞에 있어도 못 보고 말이야.
죽을 때 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의 속박에서 탈출할 수 있지만,
그 대신 릴라를 영원한 외로움에 빠트려야 하는 로저...
하지만 그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가혹한 처사였습니다...
"말도 안 돼요... 그 방법 밖엔 없나요?
사랑을 분산시킨다든가, 그런 방법은 없어요?
강아지든 고양이든 분양할테니까, 그 동물들한테
사랑을 조금만 나눠주면 지금보단 괜찮아질 거예요!"
"미안하지만 그런 약은 없네.
설령 있다 해도, 그 애완동물이 죽은 후
그 여자가 느낄 슬픔은 어쩔 생각인가?
이 장갑 세정제가 유일한 해결책이지."
"하지만... 안 돼요...!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전 그런 짓은 못 해요!"
"너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던 여자를 억지로 붙들고,
사랑해줄 각오도 없이 그 여자를 그렇게 만들고,
이제와서 귀찮다며 그 여자를 홀로 팽개치려 하고...
그래놓고 이건 못 하시겠다?"
그 말에 뭐라 당당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뒤돌아서는 로저...
"그건...! 마지막은 당신이 틀렸어요.
전 릴라를 절대 팽개치지 않을..."
"위선 떨지 마.
자신에게 솔직해지라고.
자네 입으로 말했잖아.
이젠 그 여자가 지겹고 귀찮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굳이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그 여자를 떼어놓을 수 있다면
뭐든 다 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
로저는 그 말에 긍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써 부정하지도 않았죠.
사랑은 이미 식어버렸으나,
약값은 자그마치 1000 달러...
혹시 약을 사게 되면,
릴라는 평생을 고독과 절규로 살아갈 운명...
고민하고 또 고민해봤지만,
로저는 역시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대답을 기다리다 지친 대몬 교수는
로저의 등을 떠밀고자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어.
아내를 향한 애정이 식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니까.
자네 이전에 묘약을 사간 손님들도
모두 똑같은 결말이었거든."
"...그 손님들은 어떻게 했죠?
그 '장갑 세정제'를 샀나요?"
"... 샀지.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 않았어."
"그럼... 저도 그 약을 사길 바라시나요?"
"난 상관없네.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해.
항상 그랬잖나?
처음엔 여자를 원해서 여기 왔고,
이젠 자유를 원해서 돌아오고...
그러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보라고.
지금 가장 원하는 게 뭐지?
여자의 행복?
아니면 너의 행복?"
돌이켜보면 항상 릴라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바라왔던 로저...
대몬 교수는 그 사실을 정확히 짚어냈고,
정곡을 찔린 로저는 변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질문을 곱씹어본 끝에
비로소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 사겠어요."
결국 로저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자유...
그는 약이 곧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약병을 낚아챘습니다.
이어서 로저는 묵묵히 주머니에서 어떤 종이를 꺼내더니,
아쉬운 듯 망설이는 눈길로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약값인 1000 달러짜리 수표였죠...
"정확히 1000 달러로군.
역시 처음부터 살 생각이었지?"
"넘겨짚지 말아요.
이건 그냥... 장갑 세정제 값이 그 정도면
해독제도 비쌀까봐 혹시나 해서 준비해둔 거예요.
설마 약효가 그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다고요..."
"그래, 그래, 손님들은 다 그런 식이지."
대몬 교수는 악마라는 이름답게 눈을 반짝이며 돈을 낚아챘고,
이로써 두 사람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거래가 성사됩니다.
비싼 값을 치러 겨우 약을 손에 넣은 로저.
하지만 그 약은 머잖아 한 여인의 삶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릴 독약...
로저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 발을 떼지 못하고,
그 망설임을 눈치챈 대몬 교수는 한 가지를 일러두었습니다.
"약을 집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써야 하네.
그리고 조금씩 먹일 생각은 말고
한 번에 다 먹여야 하지."
"왜요? 유통기한이라도 있나요?"
"지금도 그 여자한테 먹이는 게 겁나지?
자네를 찾으며 홀로 울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죄스럽고?"
"네......"
"바로 그게 문제야.
약에는 유통기한이 없지만,
'결심'은 쉽게 무너질 수 있지.
그 여자에게 이젠 질렸다고 느낄 때,
그 때 홧김에 먹여서 끝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다신 그 약을 쓸 용기를 내지 못할 거야."
"... 좋아요.
잘 있어요, 교수님.
다신 볼 일 없을 겁니다."
"그래, 잘 가게나."
릴라에게 약을 먹이고 모든 것을 끝내기로 결심한 로저...
그는 굳은 결심이 행여나 무너져 내릴까봐
더 이상 대몬 교수와 말도 섞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집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로저!
남편 체취가 남은 코트를 끌어안으며 기다리고 있던 릴라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환하게 미소지었고,
로저는 혹시 릴라가 달려들까봐 조심스럽게 머리부터 내밀었습니다.
돌아온 사람이 남편임을 확인한 릴라는
당장 달려들어 껴안아주려 했습니다만,
로저는 등 뒤에 숨겨놓았던 꽃과 샴페인을 들이대며
둘 사이를 가로막았습니다!
"놀랐지? 사실 파티 준비하러 나갔던 거야."
"세상에! 어쩜 이런 생각을!"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다고 나가놓고,
사실은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한 거였어?"
"그래! 우리 결혼한지 벌써 반년이나 지났잖아.
결혼 기념일 전에 반년을 기념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지!"
로저는 약을 사러 나간 것을
샴페인과 꽃다발을 사러 다녀온 것으로 위장,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며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물론 릴라는 그 속에 숨겨진 흑심은 짐작조차 않고,
그저 파티를 준비했다는 말에 황홀해서 어쩔 줄을 몰랐죠.
"여보...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결혼하기 전의 그 날 밤 같아...
당신이 그 때도 오늘처럼 꽃다발과 샴페인을 들고 날 찾아왔었지..."
"그래, 그래, 아까도 당신이 그 날 얘기 한 거 듣고
겨우 기억나서 이 파티를 준비한 거야."
"그 땐 내가 뭘 몰라서 급히 끝냈었는데,
이젠 오래 즐길 수 있겠네?
촛불 켤까? 아주 로맨틱할 것 같아."
"그래, 그래, 촛불이든, 등불이든, 횃불이든 마음껏 켜."
지금 약을 먹이지 않으면
다시는 약을 쓸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한 로저는 릴라의 감성 젖은 말에 건성으로만 응수,
당장 샴페인을 따르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밤.
꽃다발.
샴페인.
그리고 약.
과정은 6개월 전과 똑같지만
결과만은 전혀 다를 상황이 진행되고,
릴라는 양초에 불을 지피며
여전히 그 때 처럼 샴페인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로저는 릴라가 다시 자신을 바라보기 전에
얼른 약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들이부었습니다.
그리고... 약 준비를 마친 로저는 릴라 몫의 샴페인을 왼 손에,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자기 몫의 샴페인을 오른 손에 쥐고
조심스럽게 릴라가 앉아 있는 소파로 다가갔습니다.
"아... 그 날 밤이 또 떠올라...
당신은 내가 샴페인을 마시는 모습을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
"그래, 그래, 마시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지."
"이리 와, 여보. 내 옆에..."
"그래, 그래, 얼마든지."
릴라는 소파 등받이에 걸터앉아 있던 로저를 잡아당겼고,
로저는 샴페인 잔을 놓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소파 위에 안착했습니다.
"그 때 당신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이제 곧 떠나야 하는데도 내 곁에 더 있고 싶어서
도무지 떠날 줄을 몰랐지. 하지만 이젠 괜찮아.
난 이제 당신을 사랑해.
다신 그 때 처럼 당신을 쫓아내려 하지 않을 거야."
로저에게 입술을 갖다대며 속삭이듯 사랑스럽게 말하는 릴라.
그러는 와중에도 로저의 내적갈등은 멈출 줄은 몰랐으니...
소파 뒤에서 앞으로 빙그르르 돌아 내려오는 과정에서
어느 손에 쥔 샴페인이 릴라 몫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은 물론,
자꾸만 6개월 전, 자신이 한없이 릴라를 사모하던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듣자, 지겹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애정이
갑자기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정말 이 여자를 떼어놓고 싶은 건지,
지금 자신의 웃음이 가식인지 진심인지,
손에 쥔 샴페인을 정말 먹여야 하는 건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로저...
하지만 그렇게 머리가 답답해질수록
그는 행복하게 웃으며 그것들을 잊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릴라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웃기를 멈추더니,
여전히 미소를 늘어놓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참! 나도 사실 당신한테 준비한 게 있어!"
"뭔데?"
"어제 병원에서 그러는데, 우리 아이 생겼대!
태명은 '토끼'로 지었고, 내가 양말도 짜고 있어.
어때, 귀엽지?"
"......아기?"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웃음이 박살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로저...
지금 자신이 먹이려는 약은
한 여인을 고독과 절규에 빠트릴 독약...
그런데... 거기에 아기까지 있다면?
죄 없는 아이까지 그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면?
쨍그랑!
생각이 거기까지 이른 로저는
순간 정신이 멍해져 손의 힘까지 풀려버렸습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샴페인 잔이 바닥으로 추락,
더 이상 약을 먹일 수 없게 돼버렸죠.
'릴라를 외롭게 만드는 것에 대한 죄책감'.
로저의 마음에 걸려 있던 것은 그것 하나였는데,
여기에 아빠 없이, 남편을 그리워하며 우는 엄마 밑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갈 어린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나마 있던 결심, 용기가 모두 무너져내린 것...ㅋ
"이런! 괜찮아. 내가 나중에 치울게.
그리고 샴페인 같은 거 없어도 돼.
우리한텐 서로가 있잖아?"
"그래... 괜찮아...
어차피 못 먹였을 거야...
오히려 잘 됐어...
오히려 잘 됐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릴라는 여전히 황홀함에 젖어 있고,
로저는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죄책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상태가 됐죠ㅋ
마음 속에 휘몰아치던 폭풍이 사라지자,
기운이 다 빠진 로저는 힘없이 늘어졌습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릴라는 뺨을 부비부비 밀착하며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죠 ㅋ
"생각해봐, 여보.
결혼한지 아직 반년밖에 안 지났고,
아기는 내년 쯤에 나오겠지?
우리 결혼 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지
정말 기대되지 않아?"
"그래...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자...
나도 노력해볼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릴라는 두 사람의 즐겁고 행복한 미래를 그렸고,
로저는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역시 한 평생 동안 계속될 사랑이 부담스러워,
벌써부터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결국 자포자기한 로저는 기절하듯 쓰러졌고,
릴라는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럽다는 듯 입을 맞추었습니다.
어... 해피엔딩?
첫댓글 혹시 저 링크 중에 보고 싶은 거 있음 말해줘 퍼올게
스크랩 다 허용이더라
앗 27탄 보고싶어서 댓글달았는데 검색해보니까 이미 스크랩글 있네!! 헤헤 보러가야짓.... 검색전에 댓글ㅆㅓ서 알람가게헤서미안해ㅜㅜ
머저리같은 로저 자기도 사랑의 묘약먹음 되잖아?
내말이...
앗시발ㅋㄲㅋㅋㅋㅋㅋ여시똑똑하다..
로저... 너도 약을 먹으면 되잖아
나 환상특급 시리즈 넘 좋아ㅠ 퍼와줘서 고마워~
오 재밌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