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손*은 약손 [김광명]
지구는 너무 좁아서
문 두드리는 소리를 비켜갈 수가 없다네
마지막 소원이 남았지
죽은 자만이 볼 수 있는 방향이 있어
난롯가에서 손만 남은 좋은생각**이 타고 있어
손이 타는 게 아니야
어머니가 다 부르지 못한 이름이 타고 있을 뿐
너무 큰 선물은 포장지에 담을 수 없어
사진 속 아들이 액자보다 커서 가슴에서 잘렸네
숲은 길을 잃으면 자꾸 깊어지지
행복해서 펑펑 울던 생일날을 지옥도에 그려 넣을까
잠든 자와의 대화는 벽처럼 감싸야 한다네
손가락 잃은 반지에는 기념일을 새겨 넣을 거야
어제 빌었던 소원은 다 녹아서 미담 코너에 실리겠지
기쁜 소식이 바람 속에 붐비는군
식사 시간에 늦은 아들은 오늘 말고 내일 죽을 예정이지
당신은 날마다 내일이 오지 말라고 빌 텐가?
여긴 어디죠
어머니를 삼킨 불꽃이 반짝이며 서성이네
복권의 숫자와 부고장의 개수가 같아질 때
우리는 밥그릇과 작명소가 같은 열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실종된 사람을 48시간 안에 못 찾으면 신발장을 비워야 하네
이석증 같은 사랑 되살아 오는 사랑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사랑이 원인이지
소원을 비는 자들이 눈을 내리뜨는군
웃음도 박자에 맞춰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하네
당신은 늘 한 박자 뒤에 웃었는데 그건 한 박자 빠른 템포이기도 하지
얻은 것보다 많이 뱉어야 하는 기도를 당신은 아시는지
혼잣말을 하는 사람은 말을 참고 있는 스토리텔러라네
자주 화를 내는 당신은 환한 뼈 더미를 다 읽었는가
난롯가에 둔 손이 다 탔는지 호기심을 누를 길 없네
자, 이제 세 번째 소원을 말해 보게나
눈바람을 등에 걸친 설인이
안구 없는 신의 머리통을 한 움큼 쥐고 오고 있다네
*William Wymark Jacobs의 단편 소설
**잡지 이름
- 2024 시흥문학 34집
첫댓글 김광명시인은 '시와 사상'으로 등단한 시사랑카페 회원입니다.(닉네임은 꽃지는저녁, 데네브)
꾸준히 시를 쓰고 계시니 시집을 상재할 날이 곧 오시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좋은 일이 있었다고 굿뉴스를 전해주셨습니다.
주페는 '오! 하나님' 두 손 모아 기뻐했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시고 시민들이 광명을 찾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