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이 먼저다 - 김종상
울타리의 나팔꽃덩굴 가장 작은 잎이 제일 앞서 간다
큰 미루나무 우듬지 가장 어린 순이 제일 앞장이다
외갓집 가는 우리들 가장 막내둥이가 제일 선두에 선다.
ㅡ 시선집 『잠자리와 바지랑대』 (시선사, 2023) *********************************************************************************** 요즘 갑자기 나이를 따지는 야릇한 광경에 당황스럽습니다 경로사상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그 배경이 사뭇 씁쓸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야든지 앞서가는 이가 있고 뒤를 따르는 이가 있습니다만 선배가 본을 보이고 길을 내면 후배가 따라가면서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선순환입니다 그런데 앞서가던 이들이 갑자기 뒤따르는 이에게 '어린 놈'이라고 얕보기 시작하면 나팔꽃 덩굴이 우듬지의 어린 순이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며칠 전에 다녀간 외손자들은 외갓집에 들어올 때는 제일 앞이었고 독감 증세로 병원 다녀온 뒤에 새벽같이 떠날 때는 제일 늦게 대문을 나섰습니다 그 뒤로 전화 통화할 때마다 어린 것들의 상태 확인이 제일 앞에 놓입니다 글밭에서도 첫 시집을 묶어내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축하의 마음을 담아 응원하는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