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뱀을 물고 온
개에게도 잇자국이 나 있다
뱀은 차갑고 길어서
오래된 하수관처럼
일단 걸어 보고 싶고
개는 천천히 식어서
세탁기에서 꺼낸 양탄자처럼
부담스러워지는데
내가 말하는 만큼
그들은 가능성으로 변해 간다
그러니까 계속 말해야 하는
이 규칙의 외곽에서
개들은 뱀들은
얼마나 죽어가고 태어날까
사납게 이를 드러내는 건
모두 사람인데
지나치게 사람인 사람들이
집의 안팎에서 떠들어댄다
화분을 놓아 둔 계단과
심장을 건네받지 못했던
죽은 핏줄에 대해서
개와 뱀이 떠도는
사람의 바깥에 대해서
미완으로 끝나게 될 일들이
일단 일이긴 하다는 걸 듣다가
나는 개의 죽음을 놓친다
더 많은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
이것은 습관 때문이라고
습관이 감정을 앞서는 일은
어디서나 일어난다고
믿게 되겠지, 믿어야 하는
나는 개도 뱀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를 물고 돌아오는
송곳니를 사방에서 발견한다
그럴 때는 살을 천천히 긁는다
몸의 흉터들을 읽던 손톱이
뭉툭해지는 동안
움직이지도 깨어나지도 않은 채
서로를 미워하기만 하는
죽은 뱀과 죽은 개를
나는 발로 툭툭 건드리고 있다
집 또한 허물어지거나
다시 세워지는 거라고 믿는
사람이 뱀이나 개를 키우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ㅡ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2024,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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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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