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마시는 식수 때문에 곤혹스런 일을 많이 겪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중국에서 의대(서양의학)를 다니면서 이제 병원에서 환자들을 많이 만나는 시기(인턴)가 되고 나니 많이 바빠졌습니다. 외과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최근 식수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나서 이에 대해 몇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수돗물(즈라이수에이)은 음용할 수준이 못되는 것 잘 아시죠. 여기서도 한국에서처럼 염소(Cl) 소독을 하고 있지만 식수원의 심각한 오염으로 인해 소독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여기는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 약간 더 첨가 염소량이 많습니다.
대도시에서 요즘 지어지는 건물에는 정화조가 구분되어있지만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정화조 없이 대소변을 바로 하수구로 흘려보내도록 되어있습니다. 중소도시나 시골은 말할 것도 없죠. 쉽게말해 하수구와 화장실 파이프라인이 합쳐져 있고, 그렇게 배출된 것들이 하수도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가고 결국 바다에 이르겠죠. 그래서 세계 환경론자들에게 있어 중국은 미운 일곱 살입니다. 공기나 물을 거액을 들여 가까스로 정화 해놔봐야 그것이 중국을 한번 거치고나면 헛고생을 한게 되니까요. 하여간 이렇게 토양의 오염이 심하고(땅을 조금만 파도 대변 냄새가 남), 농지에서 농업용수로 쓰는 물도 역시 그 물이므로 농산물의 오염도 심각한 것입니다.
중국인에게 간염(Hepatitis)은 참으로 흔한 병입니다. 사실 간염은 술잔 돌리는 등의 침(타액)을 통해서는 잘 감염되지 않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 퍼져있는 간염중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것이 A형 간염입니다. 한국은 바이러스성인 B형이 가장 빈도가 높죠. 여기서 A형 간염이 어떻게 걸리는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중국인의 90%이상이 간염 보균자입니다. 어려서부터 이미 알게 모르게 간염에 걸려본 경험이 있으므로 항체를 남겨놓고 자연치료된 경우입니다. 원래 간염은 치료하지 않아도 6개월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료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치료되면서 간세포에 손상을 많이 가져온다는 것과 균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간염이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므로 누가 간염에 걸려도 되도록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자신을 따돌리는 것이 두려워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쉬쉬하며 지내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전염이 아주 잘 됩니다. 특히 이러한 간염균에 별로 노출되어보지 않은 한국인(외국인 포함)에게는 치명적입니다. A형 바이러스는 B형과 다릅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아무리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균을 보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대소변을 통해 간염균들이 같이 배설되는데 이것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그 물로 농사를 지은 각종 채소들을 다시 먹음으로 인해 A형 간염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건강하여 저항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별 문제 되지 않지만 스트레스나 과로, 감기등 저항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수질원이 오염되어있기 때문에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은 아주 위험합니다. 수돗물을 잘 못마셔 사망하는 사례도 간간히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최근 문제 되었던 수돗물 바이러스 사건을 기억하시죠? 주로 엔테로바이러스(Entero virus)인데 이것은 수돗물에 단 한 마리도 있어서는 안되지요. 그러나 중국 수돗물은 이런 바이러스에 많이 감염되어있습니다. 인체가 엔테로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일차적으로는 간단한 염증부터 시작하여 소아마비, 근위축증 및 각종 신경질환을 초래할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 식당에서 과연 정수된 물을 사용하는가 입니다. 그렇지 않죠. 물론 끓이게 되면 대부분은 살균되지만 그 중에는 끓여도 죽지않는 Apo를 형성하는 균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금속들은 끓인다고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죠. 여름철 냉면의 경우는 수돗물을 그냥 받아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름철에 그런 환자들을 많이 봅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더라도 끓이는 음식이 아니라면 일단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되도록 집에서 정수된 물로 조리를 하시도록 권장합니다.
정수된 물도 배달받아(생수) 사용하는데, 그리 맹신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 생수 회사에서 과연 취수를 어디에서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위생적으로 처리를 하는지 알수 없기에 일단 믿고 마셔야 하는 문제인데.... 여기서 중국인들을 믿기란 그리 쉽지않죠? 중국 국토에서 장 바이러스나 오염된 토양을 피해 생수를 채취하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특히 대도시의 생수회사는 먼 곳에 취수원을 둘 수 없습니다. 유통에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많은 경우 도시 주변에서 수월하게 취수합니다.
생수통 외부에 보면 이 생수 속에 무슨무슨 광천성분이 있음을 표시해놓았습니다. 각종 미네랄이 많다고 적어 놓았는데 칼슘, 요오드, 아연 등 대중매체나 건강 보조식품 성분으로 주목된 적이 있는 성분들이 들어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산도는 7.2∼7.4라고 되어있습니다.
미네랄에는 유기미네랄과 무기미네랄이 있습니다. 인체에 실제 흡수되는 미네랄은 유기 미네랄입니다. 우리가 흔히 수도를 틀면 나오는 벌건 쇳물 속에 녹아있는 철분은 유기가 아닌 무기 철입니다. 그런 무기 미네랄은 몸 안에서 쓰이지도 않을뿐더러 몸 밖으로 배출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생수이기에 선도가 인체의 산도와 거의 유사하게 7.2∼7.4를 정확히 유지할가요. 당연히 생수회사에서는 자기네 생수에 유익한 성분이 많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끌어올린 생수에 그런 첨가물을 섞는 것입니다. 물론 위생적이며 과학적으로 잘 해주면 모르지만 동네에 흔한 그런 생수회사에서 그정도 체계를 가지고 물배달을 할리는 만무합니다. 그러므로 생수라 하여 맹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수도 파이프 안에 잘 끼이는 석회질(관석이라고 하죠)은 이곳 중국에서 아주 심하죠. 원래 수질원의 토양성분중에 석회질이 많거나 물 성분중에 탄산칼슘이 많으면 그런데 식수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석회질이 많은 물을 오랜 기간 마시고 살았기 때문에 지금 제가 있는 병원에도 담석증이나 요로결석 환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중국 전국적으로 환자 발생율이 높습니다. 서구사회에서는 주로 그 결석의 성분이 콜레스테롤인 경우가 많으나 여기는 주로 석회질 결석입니다. 담석증의 경우 그 담석이 사탕 알만한 크기까지도 자주 봅니다. (한국에서 보통은 직경 3 mm 이하)
석회질이 함유된 물을 끓이게 되면 앙금으로 엉켜서 가라앉습니다. 그러므로 집으로 배달해서 마시는 생수도 반드시 끓여서 마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어린 아기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유아의 분비선들은 성인에 비해 좁고 연약하므로 침착되거나 막힐 위험성과 아울러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합니다. 이런 성분면을 구지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기의 분유를 탈 때는 물을 의심하고 또 해보는게 엄마들이죠.
한국에서는 보통 1년에 한두번 정도 치과를 찾아 스케일링을 하시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거울로 가셔서 백열등(스탠드)으로 비추면서 아래쪽 가운데 치아의 안쪽면(뿌리쪽)을 살펴 보세요. 다른곳보다 그곳에 희거나 약간 노랗게 석회질이 참 잘 끼입니다. 치실을 이용하여 떨어내거나... 잘 안되면 치과를 찾아 반드시 스케일링을 하셔서 치석으로 인한 잇몸질환이나 치아 우식증을 예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설명 드렸듯이 오염된 하천으로 지은 농산물이 문제 많다는 것은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중국 병원에는 기생충과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따로 구분되어있지 않지만 중국에는 한국의 과거에서처럼 기생충 발병률이 높으므로 따로 전문과를 두고 있으며 의대에서도 수업이 한학기 배정되어있습니다. 기생충의 종류도 단순히 회충, 요충, 촌충을 벗어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각종 기생충이 많더군요. 실습할 때는 기절할뻔(?)도 했습니다. 하하.
기생충이 장에서 기생하게 된다면 때에 따라 장 염증이나 궤양을 유발하고, 때에 따라서 그것이 간이나 뇌로 혈액을 타고 가서 기생 할 경우에는 심각한 간이나 뇌손상을 초래하는 경우를 봅니다. 이러한 질병이 중국안에 와있는 한국인(외국인)에게 얼마나 자주 발생하겠는가 그냥 듣고 넘겨버릴 수도 있으나, 실제 병원에서 그런 환자들을 자주 보고 있으니 저는 마음이 잘 놓이지 않습니다.
기생충 알은 대변을 통해 배설되어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로 옮겨져서 다른 사람이 먹음으로 전파 됩니다. 식당에서 고기 드실 때 상추 드시죠. 복무원에게 부드러운 말로 다시한번 씻어주기를 요청하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해도 기생충 알을 완전히 다 떨어낼수는 없으므로 정기적으로 구충제를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1년에 한번 혹은 반년에 한번 복용을 하시도록 하세요.
고국을 떠나 사시면서 간혹 병을 얻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때면 참 서글프기도 하고 힘도 빠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