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불교의 발상지이며 차 문화의 성지인 하동 칠불사 수로왕의 일곱왕자가 출가하여 모두 성불한 칠불사 한 번 불을 지피면 100일 동안 방이 따뜻하였다는 아자방이 있는 칠불사 그 속으로 들어갑니다. 주 소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범왕길 528 칠불사 정 보 : 사찰 경내 주차장이 있음 촬영일 : 2023. 4. 9 일
[김유식의 펜화로 찾아가는 사찰기행] <20> 하동 칠불사
지리산 반야봉 남쪽 기슭에 자리한 아늑한 절
김수로왕의 일곱왕자가
외숙부 장유화상 따라 출가해
성불했다는 이야기 내려와
경내 영지엔 자식 그리는
마음이 드리워져져 있고
‘아자방’은 가장 오래된
온돌난방으로 유명
하동 칠불사 전경. 72x 45cm, Pen drawing on Korean paper.
칠불사는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십리 벚꽃길을 지나 조계종 제13교구본사 쌍계사를 지나 잘 포장된 산길을 따라서 구불구불 한참을 올라가면 지리산 반야봉 남쪽 기슭에서 만나는 아늑한 절이다. 칠불사를 찾은 날은 태풍이 오기 전날이라 먹구름과 비가 심하게 와서 지리산 자락 높은 길을 오르며 걱정이 많았는데 절묘하게 비구름을 높은 산이 막아주는지 칠불사는 고요해서 ‘과연 이곳은 부처님을 모신 명당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칠불사의 유래는 흥미진진하다. 가야국 김수로왕이 인도 아유타국의 허황옥을 왕비로 맞아 10남 2녀를 두었는데 장남은 왕위 계승권자가 되고 둘째와 셋째 아들은 어머니의 성씨를 받아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어 출궁했다. 나머지 일곱왕자는 외숙부 장유화상을 따라 출가하여 절로 들어와 성불하였다 하여 ‘칠불사(七佛寺로)’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일주문을 지나 산뜻하게 지은 템플스테이관 가는 길에 둥근 연못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영지(影池)다. 영지는 ‘그림자가 나타나는 연못’이란 뜻으로 김수로왕 부부가 수행 중인 일곱 아들을 보기를 원하였으나 허황후의 동생 장유화상이 “출가하여 수행하는지라 상면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절 밑에 연못을 조성해 물속에 비치는 모습으로나마 상면하려 했다는 곳이다. 영지에 비친 단풍은 그 아름다움을 형언할 수 없다. 실제로 화개면에는 범왕마을과 대비마을이라는 곳이 있는데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아들들이 그리워 이 절을 찾을 때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 그리 불린다고 한다.
칠불사의 운상선원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주지 스님이 보여 주기로 하였으나 마침 보설루 ‘만만전’ 미술전시 오픈식 행사로 보류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운상선원은 ‘구름 위의 집’이란 뜻으로 해발고도 800m에 위치해 지리산 골짜기가 ‘구름 위에 드러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옥보대’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거문고의 전승자 옥보고가 이곳에서 50년간 연구한 곳이라서 그 이름을 따서 불리었다는 설이 있으나 지금은 대중선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문고의 도를 전수해 온 중심지가 유서깊은 칠불사다.
칠불사는 넓은 주차장 옆에 다원과 템플스테이관이 매우 아름답게 위치하고 있는데 길 주변에 코스모스와 꽃무릇이 곱게 피어 산사의 정취를 더한다. 절마당으로 올라가는 보설루 계단을 오르다 보면 300년 정도 된 호두나무 두 그루가 우람하게 버티고 있어 천안 광덕사 입구와 비슷한 느낌이다. 보설루의 ‘동국제일선원’이라는 현판이 눈에 띈다.
칠불사에는 아자방 선원이 유명한데 이는 스님들이 수행하며 경학을 공부하는 곳이다. 칠불사는 문수도량으로 예로부터 ‘문수보살이 1만 권속을 거느리고 상주하는 곳’이라 지리산의 명칭도 ‘대지문수사리보살’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곳에서 참선을 하거나 기도 정진하면 문수보살의 보살핌으로 성취된다는 영험한 도량이다. 보설루와 종각 그리고 그 너머 대웅전 그리고 설선당이 바라보이는 전경이 매력적이어서 펜으로 담아 보았다.
경내 중심에 들어서면 3칸 팔작지붕에 용두를 얹은 수려한 곡선미의 대웅전을 만난다. 왕과 관련이 있어서일까 대웅전 기와의 처마에는 궁궐에서 보이는 기와에 얹은 잡상들이 법당을 지키고 있다. 법당 안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협시보살 삼존상이 보이는데 후불탱화가 아닌 금박을 입힌 후불벽화가 부조로 되어 있고 좌측의 관세음보살상과 우측의 벽화도 금박 부조라서 상당히 이채롭다.
칠불사 문수전. 53x45cm, Pen drawing on Korean paper.
법당 우측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님을 모시고 있는 문수전이 자리하고 있는데 역시 공부하고 정진하는 도량임을 알 수 있다. 칠불사가 배출한 고승은 고려시대 정명선사, 조선시대 서산대사, 부휴대사, 초의선사 등이 있다. 문수재일에 공양을 올리고 법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사찰의 대표적인 전각 문수전과 대웅전 그리고 보수공사 중인 아자방 선원을 펜화로 담았다.
이 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아자방인데 스님들의 참선을 위한 수행 공간이다. 선방 모양이 ‘아(亞)’자 형태를 띠고 있는데 신라시대 구들도사 담공화상이 건립한 것이 유래라 한다. 임진왜란 그리고 여순사건 당시 국군이 절을 소각하는 일이 있었고 구들이 남아 있는 상태여서 1982년 복원되었다 한다. 지금은 보수공사 중이라 휘장막에 가려져 있어 출입이 어려웠다.
한번 불을 때면 스님들이 기도를 하는 100일 동안 따뜻하였다하여 체험하고 싶었으나 공사중이라 어려웠다. 대신 템플스테이관 아래 영지 우측에 새로 지은 아자방 체험관을 도응 주지 스님의 배려로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안에는 훈훈한 황토방의 향기가 나고 50cm 가량 높힌 곳에서 좌선을 하게 되어 있고 가운데의 공간은 휴식처라고 한다.
이곳에서의 참선 규칙은 묵언, 하루 1식, 눕지 않는 장좌불와를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은 일이었다. 아궁이를 가보니 상상을 뛰어넘는 큰 크기에 놀랐다. 흡사 도자기를 굽는 장작가마와 비슷했다.
템플스테이관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산속의 공기를 체험하다가 멧돼지들이 가족을 거느리고 절 담벼락까지 내려와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스님들이 매일 끼니를 준다고 한다. 산짐승 들이지만 복받은 녀석들이다. 산아래에 돌아앉아 바람도 없는 아늑한 사찰 칠불사. 정말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년 봄 다시 올 때는 벚꽃길을 음미하며 오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