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여러모로 이번 화재 사건에 큰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첫째,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약 100여년간 단 한번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국보 1호 숭례문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06년 3월 3일 일반인에게 정식으로 완전히 공개했습니다. 문화재의 일반인 공개는 분명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왜 2006년 최근까지는 숭례문이 100여년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겠습니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1. 문화재를 완전 개방하면 그 문화재에 대해 일반인의 접근성이 아주 높아져 훼손이 쉬워진다.
2. 문화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인식은 방화범에게 있어 방화를 하기 쉽다는 생각과 같이 연결된다.
3. 목조건물 등의 특성을 가만할 때 화재가 났다 하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위험이 있음에도 이를 간과했다.
5. 방화나 낙서, 훼손이 염려된다며 문화재청이 개방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6. 문화재 관리는 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관리능력이 높아질수도 혹은 낮아질수도 있다. 따라서 관리가 허술한 시기가 차후에 올수도 있으므로 완전 개방시에는 이같은 위험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보 제1호를 아무런 방화 대책도 없이 일반에 완전 개방해야만 했는지 방화 대책이라고 해봐야 고작 소화기 8대가 전부이고 살수시설, 24시간 인력경비도 전혀 없는데 아무 대책도 없이 무작정 개방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이런것을 보고 전시행정이라고 불러야 되지 않겠습니까?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100여년간 화재없이 잘 견뎌온 숭례문이 불과 완전 개방 2년만에 불에 타 완전 전소하게 됐는가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둘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숭례문 개방 이후에 인력을 이용한 문화재 보호에서 무인 경비보호로 바꿔버렸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관리하는 체제와 무인 경비 체제는 그 방법이나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사람이 관리하는 체제는 돈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방화범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아니 접근할 엄두부터 내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를 비용 효율성이란 이유로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바꾸고 방화에 가장 취약한 모습을 띄게 만든 것은 누가 봐도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의 문화재 가치가 경비 시스템의 비용, 효율을 따질 정도로 그렇게 하찮은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다보탑의 사자상 하나가 500억원이라는데 숭례문 전체 가치라면 수 조원도 넘을 것입니다.
물론 이번 화재의 책임은 당연히 방화를 지른 방화범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범죄자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경비, 방비와 그에 맞는 제도적 장치, 보호 장치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제도나 사회적 노력이 사라졌을땐 1000년을 가꿔온 문화재라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제도적 책임만 말씀드렸지만 관리적 책임을 언급하지 않아 오해하실 것 같아서 추가로 몇 자 더 씁니다. 숭례문 관리 책임은 정부가 아니냐고 오해하시는 분이 있던데 문화재 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숭례문 일반인 개방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