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에서 가르쳤던 아이들 몇이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하는데 나도 오란다.
어느새 고3이 된 아이들이다.
07대동교실이라고 홈피도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뒷산에 많이 갔고 모두가 학교버스 타고 천운산에도 올랐다.
경주 수학여행에는 민병출 교장이 항상 앞에서 끌고 가고
난 뒤따라 애들과 이야기하며 갔다.
토함산 일출 기다리며 광장을 달리기도 했다.
다산미술관에 가서 노래부르며 놀고, 장산 앞 개천에서 놀다 한강이가 물에 빠져
카메라와 핸드폰을 버리기도 했다.
5.18민주묘지에 가서 쪽지도 썼다.
다 지난 일이다. 난 어느 한 시기 그들을
행복하게 도와주는 임무 아닌가?
아니 도와주기보단 마음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까?
은선이나 승민이처럼 힘든 아이들에게 더 따뜻하게 더 자주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았을까?
금요일 저녁에 교장님 부부와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셔 집에 가지 못했다.
아침에 학교에서 늘어지다 선물받을 것들을 싣는다.
선물, 참 고민스럽다.
복잡한 고흥 시장에 들러 건어물을 산다.
받은 배 한 상자를 싣고 조성 누님께 가니 자형 퇴원시키러 광주에 계신다.
두 개를 사 축동에 들르고 차에 있는 건 창욱이 어머님께 드린다.
5시 반에 화순에서 만나자 했으니 천천히 나서 모후산이나 백아산을 들러
내려가면 되겠다.
하늘이 흐리다. 태풍이 지나간댄다.
주암에서 막걸리와 캔맥주 샤니 빵 하나를 산다.
옹성산과 터널을 지나 수리로 들어가려다 보니 저쪽 마당바위쪽이 훤하다.
차를 돌려 북면소재지에 차를 세우고 오른다.
어느 새 10시 반이 지나고 있다.
능선 삼거리까지의 1킬로 남짓의 길이 편하다.
능선에 올라 우거진 참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그러고 보니 양쪽으로는 꽤 가파르다.
마당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나 보이지 않는다.
바위를 건너 더 가본다.
가거도 섬등반도처럼 길이 나 있는 것도 같은데 겁이 나서 그냥 앉는다.
정상쪽을 보며 나를 찍어본다.
정상쪽으로 걷는다.
백아산 철쭉은 키가 부쩍 컸다.
옮겨 심은 작은 철쭉은 어울리지 않는다.
백아산 정상석은 바위 사이에 이질적으로 서 있다.
머무르다 산불감시초소 전망대쪽으로 걷는다.
길은 멀지 않다.
마당바위에서 전망대까지의 주능선은 3킬로나 될까?
오르막 내리막 능선을 걷다 허리를 걷다 능선에 도착한다.
백아산 휴양림에 소풍왔다 올랐던 전망대는 기둥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남은 기둥들이 추모탑같다.
남부군 전남도당이 있었다는 이 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묻어져 있을까?
산 사이로 좁은 골짜기에 논들이 누래져가는 벼들을 강처럼 보듬고 있다.
수리에서 차가 있는 소재지까지 걷기에는 멀다.
맥주를 빵안주 삼아 마시고 되돌아온다.
혼자하는 산행의 되돌아오는 길도 좋다.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내려올 때 볼수 도 있으니까? 글쎄 난 뭘 보는지.
내가 사랑하는 구절초가 꽃대를 내밀었다.
3시쯤이다.
배는 고픈데 밥 먹기가 어중간하다.
북면주조장에 들러 6천원짜리 동동주와 2천원짜리 2개를 산다.
한잔하고 싶으나 참는다.
이서길을 물어 처음 보는 고운 동네를 지난다.
차들이 길 가에 많다. 추석이지.
물염정은 멋이 없고, 옛이서중 자리의 두그루 나무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를 보았다.
보석사우나에서 음료수 하나 마시고 목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