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
홍콩,
유통기한이 있는 도시
방승환 | 「닮은 도시 다른 공간」 저자(archur@naver.com)
홍콩 시위와 영화 ‘중경삼림’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올해 6월 9일 시작 돼 지금까지 격화되고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크고 작은 시위가 끊 이지 않고 있다. 2003년 7월 ‘국가안전법’ 입법에 반대하며 일어났던 시위 를 시작으로 거의 매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일어 나고 있다. 2014년 9월에는 10만 명 이상이 참여해 79일간 계속된 ‘우산 혁명’이 있었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시위대, 이를 막아서는 제복 입 은 경찰들, 그리고 긴박함을 전해주는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뉴스에 나오 는 홍콩 시위 장면을 보며 25년 전 개봉한 영화 ‘중경삼림’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제 20대는 아니었지만 모두 젊다. 무엇보 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과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이 20대의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다. 두 이야기의 남자 주인공인 금성무와 양조위의 직업도 경찰이다. 그리고 헨드헬드(Handheld, 카메라 혹은 조명 장치 등 을 손으로 드는 것)로 찍은 화면은 시위 장면과 달리 한 편의 뮤직비디오 처럼 스타일리시하다. 영화가 끝나면 주인공들의 내레이션이 머리에 남고 자연스럽게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을 흥얼거리게 된다. 화면 속 소품도 치밀하 다. 특히 경찰663(양조위 분)이 페이(왕페이 분)가 준 젖은 종이항공권을 말리기 위해 편의점 온장고에 넣는 장면은 웃음과 함께 감탄을 자아낸다. 미묘하게 연결돼 있는 두 이야기는 모두 열린 결말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