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발급받은 복수여권을 난 좌석에 앉아서도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합법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았다는
사실에 2년여동안의 군생활의 기억을 창밖 구름사이로
미련없이 내버릴수있었다. '봄이오면 이제 난 4학년이
되고 간간히 복사꽃이라고도 불리리다'
두해를 재수해서 간 카투사시절 연탄들의 무지와 무식함에
무슨 부귀영화을 보자고 기를쓰고 미군부대에 왔는지
회의도 들었었다, 전역 9개월을 남기고만난 '순둥이연탄'
다리어스만 아니었으면 전역도 뉴욕도 올이유가 없었을것이다.
"손님 입국신고서 다 쓰셨습니까?" 란 승무원의 다그침에
여권과 수첩을 꺼내 하나하나 써내려갔다, 427 E 14 st.
East Village, 내가 머물게될 호스텔주소를 몇번이고
되뇌이며 도착을 준비했다.
노란모자들은 블룸버그시장령에 의해 35불에 공항에서
맨해튼 어디든 데려다준다고했다 도심행이 4만원이라니
여기서부터 물가에 적응하라는 배려려니 생각하고
택시를타 호스탤로 향했다.
'송민정' 생면부지의 이여자를 며칠뒤면 이곳 뉴욕에서
만나야한다, 오늘 그녀에게서 메일이오기에 숙소프론트에
물어 전철타고 타임즈 스퀘어의'easyInternetCafe'에
갔다. 미국배낭여행하기란 포털 싸이트 다음의 모임에서
여행동반자로 연이닿은 그녀는 지금 보스톤이라했다
31일에야 기차로 뉴욕에 온다며 나에게 마중을 부탁한다
혹시 엊갈릴까 그녀는 그녀의 사진도 보냈다, 보기에도
상큼한CF모델이미지다, 나도 이런사람 사귄적있다, 지금은
잊었지만 상당히 힘들었다... 잠시 진저리치다 곳
4일뒤만나게될 그녀와의 데이트를 섣부르게 상상해본다
그후 이틀은 호스텔에서만난 세이고라는 동갑네기 자칭
'프리터스'란 일본백수랑, 전형적인 관광객코스를 답사
하였다, 자유의 여신상, 월가, 차이나타운, 소호,
그린니치 빌리지, 트리베카, 부룩클린 브릿지..
32번가에서 그는 맨해튼 한복판에 한인타운이있다는
사실에 경이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코너를 돌아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내기에서 "뉴욕은 세계의
수도'라는 다리어스말에 비로소 동의할수있었다
바빌론니아도 이만큼이나 그시대의 자부심을
보일수있었을까? 나는 인류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그곳을 내려올수있었다. 그날밤은 문특떠오른 옛기억에
늦도록 잠자릴 뒤척였다
2003년 1월 30일
낭만.. 로맨스의 잘못된 일어표현이라 하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을 뒤로하며 5번가를향하는 센트럴 파크는 낭만
그자체다, 그 낭만마저 쓸쓸하고 애쳐로와 누구든 붙잡고
소리없이 울고싶었다. 빌딩들과 붐비는사람들에 마음을
추스리며 5번가 5번가를 닳도록 걷고싶다. 그렇지만
그런 내마음이 결정적으로 무너진곳은 붉디 붉은 문을 본
엘리자벳 아든 에서다. 빨려들어가 알면서도 물어보았다
스플랜더는 단종됐냐고. 갓입학한 신입생때 그녈
첨만나헤어지며 나는 곧장 향수점에가서 스플랜더를
산적이있다, 다음주 만나며 수줍게 내민 75ml향수에
그녀는 '케이스가 참예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우린 하루가멀다하고 만나며 풋내나는 사랑을했었다.
그런 첫사랑의 기억에 한없이 흐트러진 나에게 더이상
뉴욕에 있을이윤 없었다, 세이고에게 내일올 '송민정'
마중을 부탁하고 지체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계등 횟집' 그곳은 윤대녕 소설 천지간의 배경이다
나는 이런 사무친 마음을 사연많은 아저씨가 경영하시는
그곳에가서 감성돔회와 소주를 마시며 얘기하고 싶어
견딜수 없었다 인천공항도착하자 서둘러 나와 8번
터미널에서 광주행 10시 심야버스를타 광주종합터미널에서
4시반 완도행 첫차를 윤대녕처럼기다렸다.
소설에서와 같이묘사된 그곳을 찾아가 연신 하품하시는
아주머니의 2만5천원에 한끼당 5천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바로 자 정오가 넘어겨우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 구계등모습에 끌려 내려가 청환석위를
거닐었다, 저녁때를 맞춰 내 밥과 술을 먹으로 가니
어디에도 사연많은아저씬없었다. 쾡하니 썰렁한 그곳에서
난 아저씨아닌 주인네 딸이 내온 감성돔회대신 갈치조림을
먹었다.
그러나 그때나는 어두운 창문에 헛것을 본듯 정신이
뻔쩍들었다, 내가 너무 감상적으로 사는건 아닌지하는
부끄러움에 내나이를 묻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