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날
한 달을 돌아본다. 들뜬 가슴처럼 돌아온 가을을 외치다가 9월 끄트머리에 선다.
구월에 무엇을 했더라 잠시 돌아봐도 퍼뜩 떠오르는 게 없다. 그저 무더운 날씨에 하루하루 보낸 것만 떠오른다.
가장 값진 일은 무엇인가? 102세의 애국충절의 고장 홍천 내촌에서 애국운동을 하신 분의 엄청난 삶을 돌아보고 숭모비 제막식에 함께 한 것이 동녘의 태양처럼 가장 먼저 떠오른다.
南崗 김창묵선생님은 남대문에서 장사로 크게 성공하시어 ,고향인 홍천 척야산을 사서 문화 수목원을 만드셨다. 애국애족의 표상인 비석이 시인묵객들이 글을 지어 산 전체에서 찾아오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저를 포함 53명이 숭모비 건립에 도움을 주셨다. 평생 처음 존경하는 분의 비에 이름 석자를 올린게 얼마나 영광인가?
9월 12일 비가 부실부실 내렸다. 경과보고를 하고 우천인데도 중턱에 세운 숭모비까지 걸어가서 제막식에 참석 했다.
고구려 광개토왕과 흡사한 비가 얼마나 압도하는지, 청산이 나를 불러란 시도 낭송하면서 드론은 공중에서 촬영에 붅주했다.
가신 애국자의 눈물인지 종일 비가 내렸다. 80명이 자리를 빛내 주었다. 문인과 지방유지와 김창묵님의 가족이 함께 했다.
살아있는 애국자에 대한 숭모비 제막이 허름한 9월의 진한 태양처럼 떠오른다.
두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지난 해에 청천벽력으로 세상을 떠난 고전 백암栢巖선생님 유품전에 참여한 것이다.
고전을 우리에게 자상히도 가르쳐 주시던 백암 김집중선생님은 인근 강원대에서 심근경색으로 시술까지 잘 받고 퇴원무렵,아뿔싸! 이내 급성폐렴에 고생하시다가 꿈같이 허망하게 곁을 떠나셨다.거의 십여년을 논어, 맹자, 장자ㅡ노자,손자병법, 한문 기초, 거북이 등에 갑골문자까지 고루 섭렵해 주셨던 이시대 마지막 고전선비셨다.
일찌기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강의하시어 그 때부터 만학도들은고전을 배우며 고전의 풍요로움을 마시며 고전서생들이 지금도 서예실을 다니며 그 얼을 본받는다.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애를 태우고 있다. 구월이 마지막이다. 얼마나 더워 고생했던가!
건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건강하다고 한다. 낮과 밤, 3년간 아동센터에서 미술지도 한 것을 손흥민 벽화아래서 비가 방해를 해도 무사히 추석 다음날부터 비가 훼방을 놓아 절반만 전시한 것이 세번째 큰 위안을 준 몸부림이었다.새벽부터 아내의 수고에 감사드린다.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과정은 애틋하지만 두렵지 않고 해냈다는 보람이 나를 다독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