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구 시인의 詩 '향수'를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향수
시인 전홍구
너는 내 가슴속 바다에 꽂힌 깃발
태풍에도 뜯김 없이 펄럭이다가
설탕에 유인당한 벌의 널름거리던 혀같이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 모르고
맺은 잊을 수 없는 인연으로
목마름 달래는 물 한 모금 핥아먹었다고
개가 사람처럼 말할 수 없듯이
분명 어디선가 들었던 소리 듣고 싶어 나부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속에
네가 꽂혀 펄럭이고 있구나
신작로 버스정류장 옆
이발소의 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
연탄 화로 위 엉덩이가 새까만
입 비틀어진 양은 주전자에서 뿜어내는 하품 소리
연실에 매달려 뒤뚱대며 하늘로 오르던
연 꼬리 춤에 해지는 줄 몰랐던 그날
자정을 넘기며 마시던 막걸릿잔 뒤로
모락모락 모깃불의 토닥거리는 냄새
지금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려올 것 같은 고향의 기억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 가슴속에 꽂혀
찢기지 않은 깃발로 나부끼는 울부짖음
그리움이 어디서부터 오느냐고 묻지 말라
산 넘어 내 고향 언덕에 두고 온 그리움
그 마음의 상처 달래려
만단 시름 이전에 즐거웠던 생각만 기억할래
그래서 찾으려는 가슴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기억.
1,093*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전홍구 시인의 '향수'는 그리움과 고향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통해 삶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하며, 그리움이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한다.
이 시는 고향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감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너는 내 가슴속 바다에 꽂힌 깃발 태풍에도 뜯김 없이 펄럭이다가"
이 구절에서 '너'는 시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존재 혹은 기억을 상징한다.
'바다에 꽂힌 깃발'이라는 표현은 그 기억이 넓고 깊은 바다 같은 마음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태풍에도 뜯김 없이 펄럭이다가'라는 표현은 그 기억이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시인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설탕에 유인당한 벌의 널름거리던 혀같이"
이 비유는 그 기억이 달콤하면서도 유혹적임을 나타낸다. 벌이 설탕에 이끌리듯 시인도 그 기억에 매혹되어 있으며, 그 기억이 가져오는 고통을 간과하고 있는 상태를 표현한다.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모르고 맺은 잊을 수 없는 인연으로"
이 부분에서는 시인이 그 기억과의 인연이 고통을 수반하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기억이 단지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아픔도 함께 동반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목마름을 달래는 물 한 모금 핥아먹었다고"
이 구절은 시인이 그 기억을 통해 목마름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 한 모금이 잠깐의 해갈을 의미하듯, 그 기억이 일시적인 위안을 해 주었음을 암시한다.
"개가 사람처럼 말할 수 없듯이"
이 비유는 시인이 그 기억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개가 사람처럼 말할 수 없듯이, 시인도 그 기억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었던 소리로 나부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속에 네가 꽂혀 펄럭이고 있구나"
이 부분에서는 그 기억이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소리처럼 시인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며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든다고 표현하고 있다.
기억은 시인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아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작로 버스정류장 옆 이발소의 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
고향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발소의 가위질 소리는 고향의 일상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연탄 화로 위 엉덩이가 새까만 입 비틀어진 양은 주전자에서 뿜어내는 하품 소리"
이 구절은 고향의 향수를 시각적으로 더 강화한다.
연탄 화로와 주전자의 모습은 고향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주전자가 내는 '하품 소리'는 고요하고 평온한 고향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연실에 매달려 뒤뚱대며 하늘로 오르던 연 꼬리 춤에 해지는 줄 몰랐던 그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구절은 연을 날리며 해가 지는 것도 잊은 채 놀았던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이는 시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자정을 넘기며 마시던 막걸릿잔 뒤로 모락모락 모깃불의 토닥거리는 냄새"
이 부분은 고향에서의 쏠쏠한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막걸리를 마시며 모깃불의 냄새를 맡는 장면은 고향의 향취와 함께 시인의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지금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려올 것 같은 고향의 기억"
이 구절은 시인이 지금도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기억은 시인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 있으며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상태이다.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 가슴속에 꽂혀 찢기지 않은 깃발로 나부끼는 울부짖음"
고향의 기억이 시인의 가슴속에서 흔들리는 깃발처럼 살아 있으며, 그 기억이 시인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울부짖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움이 어디서부터 오느냐고 묻지 마"
시인은 그리움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묻지 말라고 한다. 이는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임을 의미한다.
"마음의 상처 달래려 산 넘어 내 고향 언덕에 두고 온 그리움 젖은 시름 이전의 즐거웠던 생각들만 기억할래"
이 구절은 시인이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고향에서 두고 온 그리움을 떠올리며, 그리움 속에서도 즐거운 기억만을 간직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그래서 찾아드는 가슴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기억"
결국 시인은 가슴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기억을 통해 그리움을 달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기억은 시인의 삶 속에서 소중한 위안이 된다.
전홍구 시인의 '향수'는 고향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기억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시인은 고향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통해 독자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시는 고향의 기억이 시인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서정적으로 표현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단지 아픔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이 시는 고향의 향수를 매우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일부 비유 표현이 다소 과하게 사용된 부분이 있어 더 간결하게 표현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시인의 감정과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하며, 독자들로 자기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데 성공한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 프로필
■ 전홍구 시인, 수필가
△《문예사조》 시, 수필 등단(1991)
△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정회원
△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이사, 서울시인협회 이사
△ 수상 : 2008년 한국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2012년 세종문화예술 대상 수상
2024년 한국환경관리사총연합회 환경시 문학대상 수상
△ 시집 : 제3집『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제5집『먹구름 속 무지개』,
제6집『그래도 함께 살자고요』제7집『나의 펜은 마른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