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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예시대 한국가람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學亭 이재익
터어키 여행
김혜영 시인
조금은 흥분되기도 하고 들뜨기도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곳에 가면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만나 무언가 신비롭고 오래된 기억들,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질것만 같은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이스탄불 첫 인상으로 새벽녘의 모스크탑 불빛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내 기억 속에 각인된 새벽이었다. 이스탄불 술탄아흐멧 지역거리 아름다운 톱카프 궁전 안의 많은 유물들 가운데 세례 요한의 손톱 발톱이 보존되어 있었다.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술탄 왕들을 위한 여인들의 할렘. 책으로 보았던 화려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기독교 역사를 가진 소피아 성당안 벽화는 이슬람 사원으로 바뀐 지금까지 보존되어 종교와 역사 문화를 분리시켜 파괴하지 않은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보스포로해협의 시원한 바람이 상쾌한 이스탄불의 거리는 동서양의 길목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우리 일행은 보스포로 해협의 유람선에 올라 6월의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이슬탄불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건축물 변경이 불가해서 그런지 우리가 묵고 있던 작은 호텔은 옥상에 여행객들을 위한 간이식당을 만들어 삶은 계란에 토스트와 밀크를 주는데, 빛나는 아침 햇살이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어우러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늦은 저녁 앙카라시내 외곽 호텔에 도착, 도시의 야경만 구경하고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앙카라의 한국전쟁 참전공원에 들러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에게 우리는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뒤돌아 나와 버스로 여섯 시간을 가야하는 가파도키아로 가기위해 버스에 오르다. 이번 여행은 버스로만 7박8일 도는 빡빡한 일정이라 모든 게 숨가쁘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밑밭과 올리브 나무들이 펼쳐졌다. 더 신기한 것은 소금호수가 큰 바다처럼 끝이 없이 펼쳐지는데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여기서 나는 소금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소금호수 휴게소에 도착하여 모두들 흥분하며 소금호수로 달려간다. 호수 겉 표면은 소금 덩어리로 굳어져서 우리가 밟아도 그냥 얼음 빙판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소금 부스러기를 입에 넣어 맛을 보니 달짝지근한 듯하기도 하다. 커피한잔에 2유로 주고 먹은 그날의 커피 맛은 기가 막히게 맛이 있었다. 이마도 소금맛이 가미돼서 그런 느낌이었다.
오후 1시경 도착한 가파도키아 지하 동굴. 수많은 비둘기집 같은 석굴은 그 옛날 기독교인들이 종교의 핍박을 피해 숨어 살던 곳이라 한다. 좁은 통로로 기어 들어가듯이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니 그리스도인들이 살던 지하에는 그들이 생활하던 모습들이 남아 있었다. 버섯 돌기둥이 수도 없이 형성되어 있는 산들이 저물어 가는 석양에 반사되어 멋있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유황 온천수가 흘러내리며 형성된 '파묵(처녀)칼레(성)'는 '처녀의 성' 이란 뜻을 가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얀 눈이 언덕 위에 수북하게 쌓인 것 같은 석회봉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도록 반짝이고 석양에 물든 하늘을 보며, 노천 레스토랑의 유쾌한 식사는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흐르는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지긋이 눈을 감고 앞으로의 남은 여정을 주님께 기원 드려 본다. 트로이 전쟁으로 유명한 트로이에 도착.
트로이 목마 배속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싱겁기만 하다. 영화 속에 브래드피트 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기대감은 와르르 무너진다. 나는 오랫동안 그곳에서 한낱 지나간 역사의 유적지로 트로이를 기억 할 것이다. 뜨거운 한낮의 열기도 식힐 겸 모두 수영복 차림으로 에게해의 푸른 바닷물에 몸을 담구었다. 밀짚으로 만든 비치파라솔 그늘에 앉아 먹던 와플 샌드위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나는 평생에 에게해의 푸른 바닷물에 몸을 담구는 행운을 누렸다.
마지막 여행지는 버스로 계속 달려 에페소의 폐허가 된 돌유적지. 아카데미신상. 원형극장. 켈수스 도서관등은 돌무더기만 나뒹굴고 있었다. 성경속의 사도바울의 선교여행지로서 복음을 전하던 곳으로 사도바울의 복음의 외침이 귓전에 들리는듯하다. 마르마라해 페리호에서 만난 터키 아저씨는 우리들과의 콩글리쉬 어설픈 대화 에서 무척이나 재미있어 하며 친절하다.
이스탄불에 도착하여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모두들 거리로 나가고, 여행지 마다 C D를 꼭 사곤했다.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 usk udar'를 주인아저씨 에게 찾아달라고 하니 처음엔 오래된 음악이라 없다고 하다가 찾아준 것이 제목이 turk songt.muzigi. 보물을 찾은 듯 나만의 행복감을 누렸다. 여행지에서의 이런 저런 아쉬운 사연을 남긴 채 떠나온 터키를 늘 기억 하며 행복해 하며 그리워할 것이다.
2007년 6월 터키 여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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