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 뜻을 둔 지 한참만인 올 초부터 장비를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오지 공구제품부터 장터와 유명 온라인 샵, 해외 직접 구입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봄은 쉽게 오질 않더군요.
조금 따뜻해지는가 싶으면 비가 오고, 다시 추워지고.
저만 가는 거면 어찌 되었든 떠나고 봤을텐데, 새로운 취미의 시작은 가족과 함께라는 뜻이 있었기에, 다섯 살 딸과 처를 데리고 가는 캠핑이 선뜻 나서지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어제 오늘, 큰 맘 먹고 회사에 휴가를 내고 떠났습니다.
가평 설악의 캠프 힐을 다녀왔습니다.
일단 이 글은 제목의 목적에 맞게, 저 같은 고민을 하시는 초보님들, 아직 장비 마련에 고심 중인 분들을 위해 몇 줄 써볼까 합니다.
후기를 올릴 지 말 지는 좀 더 반추를 해보고 결정하렵니다.
1. 캠퍼 스펙
30대 후반의 부모, 5세 여아. 첫 캠핑 출정.
2. 사이트
가평 설악면 캠프힐
3. 날짜. 기온
3.26-27. 최저 -3~-2도 추정(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더 낮았으면 낮았지 높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4. 매트리스 스펙
Nemo Cosmo Insulated, Nemo Tuo Standard, Thermarest Prolite 4, OK 아웃도어 발포 매트리스
5. 침낭 스펙
오지 1500, 수 침낭 850, 준우 컴포트(400) * 2, 준우 어린이 침낭(화학솜), 준우 침낭 커버, 베트남산 실크 침낭 이너
6. 보온 위한 보조 장비(?)
날진 물통, 핫팩 큰 것 1, 붙이는 핫팩 2, 오래된 핫팩(망한 이유 중 1)
7. 조합
1) 발포 매트리스+ 니모 투오 스탠다드+오지 1500+재고 핫팩
2) 니모 코스모 인슐레이티드+수 850+침낭 커버+날진 물통
3) 써마레스트 프로라이트+준우 컴포트+어린이침낭+신 핫팩
이렇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1)을 제가, 2)를 와이프가, 3)을 애가 쓰려던 거였습니다.
그런데 저녁 먹으면서 덜덜덜 떨기 시작하고, 생각했던 것(0도 정도) 보다도 더 춥고 바람마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습니다.
결국 택한 조합은
1) 그대로
2) 써마레스트+수 850+어린이침낭
3) 니모 코스모+준우 컴포트*2+침낭 커버
였습니다. 1)은 와치프가, 3)을 제가 쓰는 걸로 바꾼 거죠. 가운데에 애를 넣고요.
첫번째 문제는 오래된 핫팩이었습니다. 아무리 흔들어도 열이 안납니다.
어차피 재고라고 10개 정도 들고갔다가 다 버렸습니다.
결국 새 핫팩은 애에게, 날진 물통은 처에게 넘겼습니다.
대신 제가 침낭 커버를 썼습니다. (머미형 커버임에도, 사각형 침낭 2개를 꾸겨 넣었습니다.
그리고 라이너를 마지막으로 넣었습니다.
두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애는 집에서도 이불을 차고 잡니다. 답답하면 잠을 잘 못잡니다.
결국 침낭을 2개 뒤집어 씌워 놓으니 5분마다 잠에서 깨서 칭얼대고 벌떡 일어나고를 반복합니다.
저나 와이프나 추위 보다도 애가 추울까봐 걱정에, 잠을 못자서 스트레스가 더 심했습니다.
결국 애의 모든 침낭 지퍼를 열어주고, 대신 와이프의 1500 침낭을 위로 덮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때문에 와이프가 추워서 혼났다고 합니다.
저는 추가적으로 우모슈즈를 신었습니다. 그런데도 새벽에는 꽤나 춥더군요. 잠일 못잘 정도는 아니었지만, 맘 편하게 잘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애는 아주 멀쩡하게 잘 잤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ㅜㅠ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1. 날진 물통은 진리다.
물을 끓여 날진 물통에 넣으세요. 와이프에게 줘서 모르겠지만 5시간은 침낭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핫팩 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침에는 수낭의 물이 얼지만, 날진 물통의 물은 살아 있으니 이 물로 준비를 하면 됩니다.
2. 핫팩은 계절 바뀌면 버려라.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감히 버리세요.
집에 지포 라이터 기름 쓰는 손난로가 있는데, 이건 비추입니다. 기름 냄새가 조금 나는데, 침낭에 기름 냄새 배면 안좋을 듯 합니다.
3. 침낭 커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새벽에 결로되었다가 녹기 시작하면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여기에도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저렴한 놈이라도 꼭 하나 쓰시길 추천합니다.
4. 침낭 라이너
이 녀석도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라이너가 없었으면 덜덜 떨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 파는 녀석들이 꽤나 비싼데 이베이에서 실크 라이너(베트남 셀러) 검색해보세요. 2개에 가격도 몇만원 밖에 안하고, 2개 사면 1개 더 줍니다. 색깔도 이쁘네요. 가격은 한 시즌 쓰고 버려도 될 정도지만 질은 좋습니다. 진짜 실크인 지는 모르겠지만, 반짝이고 촉감도 좋습니다.
5. 매트리스
두껍다고 무조건 믿지 마세요. 얇다고 무시하지도 마시고요.
물론 써마레스트 프로라이트 보다 니모 코스모 인슐레이티드의 차단 효과가 더 크겠지만, 저라면 조금 얇은 매트리스와 발포 매트리스의 조합을 선택하겠습니다.
6. 침낭 겹쳐 쓰기
400을 2장 쓰는 말도 안되는 조합을 썼습니다만, 1500 같은 큰 것 대신 400과 800 정도를 겹쳐서 쓰는 것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장비는 신품 구매가 아니라 그때그때 장터에 오르는대로 구입한 제품들이 꽤 되고,
중복 장비를 최소화하며 가족이 나눠 쓸 수 있는 장비를 최소의 비용으로 하다 보니 다소 족보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이제 봄이 되긴 했지만 4월말까지 앞으로 한달간 비박이 아니어도 서울 근교의 캠핑장은 영하는 아니더라도 꽤 낮게 떨어질 겁니다. 경험 없는 초보분들 고민이 많으실 줄로 압니다.
한번 밖에 없는 경험이지만 잠 설치며 애와 버틴 결과가 위이며, 마지막으로 추천드리는 조합은 이렇습니다.
텐트는 그라운드 시트와 락마스터 이너텐트 돗자리를 일단 깔았습니다.
여기에
매트리스는 1) 써마레스트 네어 에어/니모 코스모 인슐레이티드 같은 두꺼운 매트리스 아니면 2) 발포 매트리스(써마레스트의 은박이면 더 좋지만, 안되면 오케이아웃도어)+두께 3~5센티의 중급 매트리스(매트리스가 소형이면 침낭 안으로 넣는 것도 방법)
침낭 1) 1200 전후의 동계 침낭 아니면 2) 삼계절 침낭(400)+봄가을 침낭(700)의 결합
여기에 침낭 라이너와 커버를 쓰세요. 커버는 안되더라도 라이너를 꼭 쓰시면 좋을 듯 합니다. (가성비 우수)
그리고 날진 물통을 꼭 쓰시고요. 핫팩도 하나 두면 좋을 듯 합니다.(자기 1시간 전 넣어두기)
우모 슈즈도 있으면 좋긴 합니다.
아침에 입을 옷을 침낭 발 언저리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아~~~간월재 에서 의 우리가족을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저도 3살인 딸아이와 와이프와 간월재에 1박을 했습니다...10월 즈음에 갔었는데... 아이는 잘자는데... 집사람과 저는 얼어 죽는줄 알았네요^^ 와이프가 다시는 안온다고...^^ 이제 봄이 오고 하니 또 나가자 하네요 ㅋㅋㅋ
글 잘보았습니다. 초보캠벼에게 뼈와 살이 될 수 있는 경험 가득한 글이네요..
글 잘보았습니다. 초보캠벼에게 뼈와 살이 될 수 있는 경험 가득한 글이네요..
참고로 동계에는 우모복이 톡톡한 역할을 합니다....바닥공사+1,500g다운침낭+우모복이면 춥다는 느낌없을겁니다. 단지 들이미시는 공기가 차가울뿐.... (침낭커버, 라이너,그리고 유단포같은 보온재를 쓰시면 더욱 좋고요....)
감사합니다. 고수분들이나 이미 경험하신 분들에게는 대단치않은 정보입니다만, 그동안 알려주신 정보들과 직접 경험한 걸 정리해봤습니다. 저 스스로 정리된 글을 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같은 초보분들을 위해 써봤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말씀은 초보라 하시지만 내용은 내공이 보통이 아니싶니다.
기능별로 가지기도 버겁고 보이는 데로 구입할 수도 없는 처지 등등으로
동계침낭 800 정도 기본으로, 라이너에 아주 추우면 여름용을 추가로 그리고 비비색으로 겨울을 나고 있음니다.
매트를 비싼 것 보다는 잘 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음니다.
눈동냥하고, 책 보고, 경험한 것 그게 전부입니다.
내공은 이제 하나하나 쌓아야할테구요.
말씀하신 것이 진정한 내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날진물통은 정말 강추 합니다. 침낭 안에서 마치 보일러 역활을 하더군요, 새벽녁에 물이 식으면 다시 끓여 넣으면 아침까지 뜨끈하게 주무실 수 있습니다.
아...다시 끓이는 방법이 있군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매사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한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도군님의 체험에서 우러나는 정보 공유는 역시 관심있는 누군가에게 따사로운 봄빛과 같은 조언일 것입니다. 저로서는 그중 캠퍼스펙이 제일 부럽군요 언제지났나 싶게 세월, 후딱 지나버려 어느새 아이들이 아빠와의 산으로 들로의 동행을 피하기 시작해버렸네요^^
아이 어릴땐 그냥 오토캠핑이 속시원하죠... 그냥 자기 집에서 자듯 잘잔답니다. 이불 안덮어도 될정도로 난방해주고..
아직 아이가 어리다면 그냥 오토캠핑을 추천해드립니다. 전 혼자갈때만 백팩으로 갑니다.
혼자가니 아무걱정없이 숙면을 할수 있다능...^^;
팬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반 가까이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센치해지다가도 짧게는 십년 또 그 이상 먼저 사신 선배들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힘도 얻고 고개도 숙이게 됩니다.
보디치노님/ 오토캠핑은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거의 고려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토 캠핑이 싫거나 오캠퍼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구요. 저도 이러저러 잡다한 취미생활을 겪고 또 여전히 하고 있지만, 소위 산으로 간다....는 장비질의 경험을 여러 차례 해보면서 제 성격을 고려하면 오캠 했다가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질 것 같아 쳐다보지 말자..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차라리 혼자 비박가는 방법(화법)을 개발해야할듯 합니다ㅎ
이베이라는 사이트는 어디인가요?? 영어로만 되어있는데 영어를 몰라도 쉽게 구입할수있을까요?
http://www.ebay.com/itm/Single-Silk-Liner-Sleeping-Bag-Travel-sack-20-Colors-/290474704495?pt=LH_DefaultDomain_0&hash=item43a1a43e6f
여긴데요. 이베이 계정은 어렵지 않은데, 페이팔 계정은 조금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 시도해볼만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