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 줄곧 내려가기만 하던 시중금리가 눈에 띄게 오름세를 타고 있다. 주요 시장금리는 지난해 말보다 1%포인트 가량 올랐다.
경기회복 조짐과 다음달 콜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채권금리 등 시장금리가 잇따라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나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가 많은 사람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반면 은행들은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 이순우 부행장은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아직 자금 수요가 활발하지 않아 금리가 지속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오르는 대출ㆍ예금 금리
대출금리 인상은 주로 중산층 고객을 대상으로 모기지론(장기주택저당채권)을 빌려주는 주택금융공사가 시동을 걸었다.
주택금융공사는 지금까지 고정금리로 6.25%를 적용하던 모기지론의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21일부터 통장에 입금되는 대출분부터 6.5%를 적용키로 했다. 장기대출이므로 2억원 빌리는 사람은 10년간 이자 부담이 종전보다 500만원 더 늘어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금리변동에 따라 금리가 매일 바뀌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이번주부터 3개월마다 바뀌는 주택담보 대출 기준금리를 최저 연 4.88%로 올렸다. 이는 종전보다 0.06%포인트 오른 것이다.
우리은행도 전체 주택담보 대출의 85%를 차지하는 CD 연동 금리가 지난 한주 동안 0.1%포인트 오른 5.2%를 기록해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신한은행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지난주 0.04%포인트 올라 최저금리가 4.81%에서 4.85%로 소폭 인상됐다.
예금금리 올려주기 경쟁도 시작됐다. 씨티은행은 주가지수연동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1년 만기 CD에 1000만원 이상 가입하면 기존 상품보다 0.6% 포인트 높은 연 4.8%로 올려준다.
SC제일은행도 연 4.5% 짜리 정기예금을 내놓는 등 외국계가 고금리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은행도 신한은행이 소속 농구단의 우승 여부에 따라 최고 연 5%를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을 내놓은데 이어 하나은행이 연 4%짜리 예금상품을 출시했다.
국민은행도 영업점장 특별 승인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예금금리를 0.05% 포인트 높였다.
기업 자금 수요는 아직 잠잠
금리 상승 조짐에 따라 통화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중 현금과 기업과 개인의 요구불예금으로 구성되는 통화량 지표인 M1(협의통화)은 7월 12.8%(전년동기대비) 늘어난데 이어 8월에도 14% 중반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국은행 김인섭 차장은 “통화량이 늘고 있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크게 활성화되지 않아 기업의 자금 수요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액은 890억원으로 6월 이후 플러스 추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금액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8월 은행대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1조1795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자금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원:중앙일보 2005.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