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vernal equinox , 春分)과 부활절 그리고 계란
세상은 속여도 절기는 속이지 못한다. 음양,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은 날인 춘분이다. 춘분은 부활절과 관련이 있다. 춘분이 빛이 어둠을 이기는 시작이듯 부활도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의미다.
춘분의 정확한 의미는 태양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와 만나는 날이다. 하늘의 적도는 정확히 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 180도의 반원을 이룬다. 지구의 공전으로 인해 태양은 황도라고 불리는 하늘의 길을 따라 별 사이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이 황도의 남쪽을 움직일 때가 겨울이고, 북쪽으로 올라와 있을 때가 여름이다. 겨우내 하늘의 남쪽에서 움직이던 해가 하늘의 북쪽으로 들어서는 날이 바로 춘분이다. 이날 이후 해가 뜨는 위치는 북쪽으로 조금씩 올라간다. 이런 의미에서 고대에는 많은 나라에서 춘분을 한해의 시작으로 여기기도 했다.
춘분에 태양이 있는 하늘의 지점을 춘분점이라고 부른다. 춘분점은 하늘의 그리니치 천문대로 불리기도 하는데, 천문학자들이 춘분점을 기준으로 별의 위치를 재기 때문이다. 춘분은 종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날이다.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제인 부활절이 춘분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부활 달걀이 승리의 색으로 '죽음을 쳐 이긴 새 삶'을 뜻하는 붉은 색으로 물들여졌다.. 의외로 부활절에 약간의 색을 칠한 달걀을 맨 처음 사용한 곳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이었다.
오늘날처럼 부활절에 달걀을 주고 받는 관습은 17세기경 수도원에서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한국에도 이러한 풍습이 전래되어 요즈음은 부활 달걀을 예술적이고도 화려한 색상으로 장식하거나 익살스러운 그림을 그린다.
춘분과 부활절이 왜 관계가 있는지, 왜 달걀을 먹는지 이유를 알고 먹어야 하겠다 그리고 부활주일의 날짜가 40일 이상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었다 그러는지 이유도 알아야 되겠다.
오늘날 지키고 있는 부활절은 제1회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춘분(3월 21일경) 후의 최초의 보름달 다음에 오는 첫째 일요일로 정의 된다.
그러므로 부활주일은 보통 3월 22일부터 4월 26일까지 지켜지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4월 12일이다.
부활절은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다음 일요일이니 올해는 춘분이 3월 20일이고, 4월 7일이 음력 15일이기에 4월 12일이 부활절이다
춘분날 낮의 길이가 긴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일출과 일몰 시각을 해의 중심이 아닌 가장 윗부분이 지평선에 닿는 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해의 지름을 각도로 나타내면 약 0.5도이다. 해는 24시간 동안 약 360도를 움직이기에 1시간에 15도, 4분에 1도를 움직인다. 춘분날 해는 중심을 기준으로 동쪽 지평선에서 서쪽 지평선까지 180도를 움직이지만 가장자리를 기준으로 하면 해의 지름에 해당하는 0.5도 정도를 더 움직인다.
그러므로 춘분에는 낮이 밤보다 길 수밖에 없다.
태양이 0.5도를 더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정도다. 그런데 실제로 춘분에는 12시간보다 8분 정도 낮이 더 길다.
해가 지평선에 닿을 때까지 속도와 지평선에 닿은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의 속도는 다르다.
지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는 닿을 때보다 속도가 절반밖에 안 된다. 지름이 약 0.5도인 해가 지평선에 닿아서 아래로 넘어가는 데는 2분이면 충분하지만 실제로는 4분 정도나 걸린다. 왜 해는 지평선에 닿았을 때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일까.
지평선 아래의 해는 대기의 굴절 효과로 인해 0.5도 정도 위로 떠올라 보인다. 따라서 해가 지평선 아래로 0.5도만큼 더 내려가야 우리는 해가 완전히 진 것을 알게 된다.
일출이나 일몰 시각도 이 효과를 고려해 실제 지평선보다 0.5도 정도 아래의 가상 지평선을 기준으로 계산해 발표한다. 일상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해가 실제로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보이느냐’이기 때문이다.
부활달걀 이야기
옛날부터 사순절 동안 가톨릭 수도원에서는 고기뿐만 아니라 생선이나 달걀까지도 먹지 않았다. 다만 빵과 마른 채소로 식사를 하는 금욕 생활을 해왔다.
부활절 전날인 토요일 부활의 종소리가 울릴 때 처음으로 오믈렛이나 반숙된 달걀을 맛보는 기쁨을 누렸다. 예전에는 달걀이 귀해 부유층만 반찬으로 먹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활절 아침 식사 때에나 달걀요리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부활의 기쁨과 함께 이웃과 달걀을 선물로 주고받는 좋은 풍습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옛날부터 달걀은 봄이나 풍요와 다산 등 보이지 않는 생명의 상징이었다. 겉으로는 죽은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어 언젠가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달걀이다.
달걀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는 것에 비유되었다. 기독교인들이 이런 의미를 가진 달걀을 부활과 연관을 맺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아름다운 색깔로 예쁘게 장식된 부활 달걀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더욱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끈다.
춘분에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이날 조정에서 빙실(氷室)의 얼음을 내기 전에 소사(小祀)로 북방의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사한제(司寒祭)를 올렸다.
이 절기를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는다.'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은 이 음력 2월을 이르는 말로, 바로 춘분을 전후한 시기를 가리킨다. 즉 이 때에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날 날씨를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豊凶)과 수한(水旱)을 점치기도 하였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권15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에 의하면,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이날은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해가 뜰 때 정동(正東)쪽에 푸른 구름 기운이 있으면 보리에 적당하여 보리 풍년이 들고, 만약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한다.
이날 운기(雲氣)를 보아, 청(靑)이면 충해(蟲害), 적(赤)이면 가뭄, 흑(黑)이면 수해, 황(黃)이면 풍년이 된다고 점친다. 또 이날 동풍이 불면 보리값이 내리고 보리 풍년이 들며,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貴)하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에는 물이 많고 오월 뒤에는 가물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하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이 많으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다. 이 때를 전후해 많은 바람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고, '꽃샘추위', '꽃샘바람'이라는 말 역시 꽃이 필 무렵인 이 때의 추위가 겨울 추위처럼 매섭고 차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어촌에서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나가더라도 멀리까지는 가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보았고, 옛날 중국에서는 춘분 기간을 5일을 1후(一候)로 하여 3후로 나누어 구분하기도 하였다. 즉 ①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② 우레 소리가 들리며, ③ 그 해에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