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과 조수석
-해심 구장회 -
운전자 옆 좌석을 흔히 조수석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차에 조수가 있었다. 차 시동을 걸 때 스타징을 엔진이 있는 구멍에 끼어 잡아 돌려서 시동을 걸던 시대가 있었다. 그때 조수가 필요했다. 차가 운행을 할 때 조수는 운전자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운전자 옆자리를 조수석이라고 한다. 지금도 운전자 옆에 앉은 사람이 조수는 아니지만 운전자의 말동무가 되며 장거리 운전할 때 운전자가 졸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조수석이 아니고 부부가 여행할 때는 남편과 아내의 자리이고 군대에서는 상관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는 사람과 조수석에 앉아 가는 사람과는 다른 면이 있다. 똑같이 나란히 앉아 앞을 바라보고 간다. 앞에 전개되는 시야도 같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운전대만 잡지 않았지 모든 조건이 운전자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다른 것은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을 하지 않는 차이 뿐이다. 그렇다면 운행을 할 때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과 모든 느낌이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흔히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운전자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이 불안하고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운전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속도를 줄여라”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운전 중에 자기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자기의 운전에 대하여 너무 많이 잔소리를 하니까 신경질이 나서 차를 세우고 “잔소리를 하려면 여기서 내려! 도저히 같이 못가겠어”라고 소리를 쳐서 그의 아내가 차에서 진짜로 내렸다고 한다. 그는 아내를 도로에 내려놓고 혼자 운전을 하고 갔다고 한다. 좀 너무한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선배 목사님 중에 한 분은 옆자리에 앉아서 운전자를 참견하는데 그분은 잎으로 운전을 한다. 일일이 모든 것을 지시한다. “깜박이 넣어” “오른쪽으로 가” “추월해” “건널목이야 정지해 “ ”속력을 내“ 그분이 옆에 타서 일일이 말을 하면 운전자는 열을 받는다. 그러나 선배님이라 무어라고 말도 못 하고 운전을 한다. 모르기는 해도 운전자는 속으로는 분명 욕을 하면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자로서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운전에 관하여 잔소리를 하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운전을 해 보고 조수석에 앉아서 여행을 하다 보면 분명히 차이가 나는 것이 있다. 자기가 운전할 때보다 운전자 옆지리에 앉아 있을 때가 속도감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고속도로에서 100km로 달리는데 운전석에서 운전할 때보다 옆자리에 앉아 있을 때 속도감이 빨라 120km 이상 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좀 천천히 달려”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운전할 때 옆에 전개되는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운전자는 운전에 지장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살짝살짝 옆을 본다. 그러나 옆에 탄 아내는 “자꾸 옆을 바라보지 말고 앞을 보고 운전이나 잘해요”라고 말한다. 운전자는 불안하지 않은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운전자의 행동이 불안한 것이다.
내가 선배 목사님의 차 옆자리에 동승하여 갈 때 그 목사님이 장갑을 꺼내어 끼면 나는 불안하다. 혹시 사고나 나지 않을까, 차를 세워놓고 장갑을 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가 운전할 때 장갑을 끼어야 할 때가 있어 장갑을 낀다. 물론 앞만 바라보고 조심스럽게 장갑을 낀다. 그러면 옆에 앉은 아내는 불안하여 꼭 한마디 한다.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자와 똑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보다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가 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나는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과의 느낌이 달라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운전자의 운전에 대하여 잔소리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일하는 자와 일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는 자와는 이토록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을 잘못한다고 비판하고 욕을 한다. 운동장에서 11명의 축구 선수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뛰지만, 관중석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불평스런 잔소리가 많다. “8번 선수 교체해야 해, 저것도 선수 맞아” “어쩌면 저렇게 패스를 못해, 아이구 신경질 나” “무슨 뽈을 그따위로 차니?” 선수는 힘을 다해서 뛰고 있는데, 관중석에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입으로 비난하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현상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정치 지도자들을 향하여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고 지도자가 되면 그만큼도 못할 사람들이 비난을 많이 한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고 바라보는 사람과는 느낌이 달라서 그렇다. 교회에서도 목회자와 지도자들이 비난을 많이 받는다.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 못한다고 비난을 한다. 일하는 사람은 의례 좋은 말보다는 욕을 많이 먹는다. 다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느낌이 다른 것과 같은 원리 때문이다. 운전기사 중에 운전을 하지 않고 그냥 차를 차고 가면 멀미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일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건강한 사람을 욕할 때 자극받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일하는 사람은 일하지 않는 사람의 비난에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을 참고는 하고 열심히 일을 하되 “개야 짖어라 기차는 간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면 된다. 분명한 것은 조수석에 앉아 가는 것보다 비록 잔소리를 듣더라도 운전하며 가는 운전자의 위치에서 일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