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무적 덥습니다. 그냥 더운 게 아니라 습기도 많아서 더욱 불쾌합니다. 우리집은 들판에 홀로 있으니 겨울은 춥지만 여름은 시위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에어컨이 없어도 잘 지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낮은 물론이고 심야까지 에어컨을 사용했습니다. 여름 오기전에 큰아들이 큰 사이즈의 에어컨을 구입해줬는데, 만약 에어컨이 없었으면 큰일날 번했습니다.
습하고 더우니, 밭이나 마당에 잡초가 자라서 보기에도 민망스러운 정도였습니다. 열대우림처럼 풀이 자라, 속에 뭔가 숨어있는지 상상만해도 겁이 납니다. 아니나 달까 뱀을 두번씩이나 봤습니다. 닭장에 가는 도중에 새끼 뱀이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급하게 지나갔습니다. 나도 놀랬지만, 사람을 만난 새끼 뱀이 더욱 놀래서 도망간 것 같았습니다. 또 한 번은 개 앞에 밧줄이 있나 해서 봤더니 뱀의 사체였습니다. 개가 깨물어 죽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후에는 다니는 곳을 깔끔하게 풀을 뺐습니다.
애쓰고 심은 채소들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고추는 병들어 반 이상 버리게 되었습니다. 고구마나 땅콩은 잘 자랐지만, 역시 주위는 풀밭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참깨를 심었는데 옆에 잡초가 자라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정도였습니다. 남편이 “수확하는 시기가 늦었으니 깨는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심을 때 고생했다는 생각으로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참깨 줄기는 1미터까지 자란다고 했는데, 옆 잡초는 그보다 크게 자라서 참깨를 덮어씌우고 있었습니다. 어렵게 잡초를 뺐더니 참깨가 온전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원래 건조해서 씨(참깨)가 다 터질 시기인데 잡초가 덮어서 성장이 늦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는 참깨를 수확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깨에게 잡초는 방해물(妨害物)이지만, 이번 경우는 보조(補助)기구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길에도 이런 경우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에게 장애가 될 것이 있더라도 나중에 보니 협조하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잡초라고 무조건 약을 주고 없애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이 정답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세균이 나쁘다고 모드 소독시키면 면역력은 저하합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눈에는 바르지 않다고 보여도 악이라고 결정하는 것이 잘못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생 길에서 고난, 고통이 있으니 나의 속사람이 성장합니다. 포기만 않았으면 모든 것이 나의 인생에 필요한 영양소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