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대해 항상 궁금해했었지만, 예전에 대학과 전공을 고민할 때 철학과를 고민했던 나였지만, 막상 철학을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이유는 그저 너무 방대하다는 이유였고, 하나님을 만난 후 내 삶의 기준은 하나님과 말씀이었기에 딱히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에 대해 여전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철학이 진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아직 너무 어렵다. 그래서 오늘 읽은 책도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어도 많았고, 처음 듣는 사람들의 이름도 꽤 언급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눈동자는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쉴 틈이 없었다.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없어서 이동시간에 틈틈이 읽는데, 5일 안에 다 읽을 줄 알았지만, 오늘에서야 반을 겨우 넘겼다. 이 책을 가지고 어떤 내용에 대해 글을 적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가장 내 기억에 남는 [노자가 치는 베이스 기타]라는 짧은 글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어쩌면 분명한 생각을 갖고 역동적으로 사는 것보다 비우며 사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몰라요. 베이스 기타를 연주할 때 음을 채우고 싶은 마음을 참고 ‘쉼표를 연주하는 것’이 더 어렵듯 말입니다. (34p.)
쉼표, 비움. 이 단어가 내 마음에 깊숙이 들어왔다. 이 글에서 언급되는 노자는 ‘비움’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한 사람이다. 노자가 말하는 비움이란, 내 욕심과 의지, 편견이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니 이를 차분히 비워내는 것이다. 노자가 말한 비움은 결국 나를 비우는 것이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나를 비운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진정한 쓰임이 있는 것으로 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베이스 기타가 언급되는데, 베이스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가 다 그런 것 같다. 연주할 때 음을 채우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쉼표를 연주하는 것. 나 또한 교회에서 반주를 해서 알게 되었는데, 반주할 때 더 덜어내고 비울 때 소리가 오히려 풍성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쉼표를 연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악기들이 모여 합주할 때도 모두가 쉼표를 연주하지 않고 음을 꽉꽉 채워 연주한다면 그것은 그저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악기라는 공통점,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공감대 때문에 이 부분이 더욱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삶에도 쉼표와 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삶을 꽉 채워서 산다면, 그것은 금방 지쳐 무너지고 말 것이다. 어떨 땐 천천히, 조급하지 않으며, 어떨 땐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다가, 또다시 나를 비우며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삶의 균형이 맞춰지고, 롤러코스터를 탈 때 느껴지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아닌, 회전목마를 탈 때 느껴지는 안정적이고 기분 좋은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사실 내 삶의 쉼표가 찾아왔을 때, 나를 비워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다. 이전의 나는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작년에 갔던 40일 간의 유럽 여행이 한 편으로 너무 좋았지만, 그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초조함에 떨던 내 모습이 후회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2년 안에 모두 합격하고 새로운 것을 또 달성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잠깐 비워내고, 쉼표를 지켰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불안에 떨었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법을 생각하고,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떠올리며 스스로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여행했던 사진들을 살펴보면, 약간의 초조함과 불안을 가지고 여행했던 내 모습이 후회되었다. 조금 더 펑펑 놀고, 웃고, 울 걸. 그때 많이 잤었는데, 조금 더 잘 걸. 물론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쉼표와 비움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찝찝함과 후회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내 삶의 쉼표와 비움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이제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삶의 쉼표와 비움을 알아차리고, 그 쉼표에 온전히 쉬는 것, 그 비움의 시간 동안 나를 온전히 비워내는 것. 그리고 후에 다시 진정한 쓰임이 있는 것으로 꽉꽉 채우는 것. 이것이 균형을 맞춘 삶이 아닐까, 하는 나의 생각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특징인 빨리빨리. 유럽에 가서 정말 사람들이 여유롭다고 느꼈는데, 그냥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대급으로 빠른 것이었다. 인터넷부터 일 처리, 하는 말까지 안 빠른 것이 없었다. 이 빠름에 적응된 나는 쉼표에 쉬는 것이 더욱더 힘들었다. 비움의 시간에 나를 비워내는 것이 참 어려웠다.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쉼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비워야 하는 시간에 비워내지 못하고 오히려 꾹꾹 채우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쉼표와 비움은 뒤처짐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나를 새롭게 하고 변화시킬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매주 함께 수업하는 김희림 선생님의 책을 만나다니 참 특별하다. 2주에 한 번씩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나는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김희림 선생님의 책을 찾았다. 물론 구매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요즘 책값이 비싸서 ‘먼저 읽고 소장하기’라는 스스로 맺은 약속을 깰 수 없었다. 선생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철학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다. 한 걸음은 아니고, 반걸음 정도 철학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또 다른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젊은 사람들이, 특히 학생들이 철학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길 원한다. 철학은 내 삶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나 먼저 더욱더 내 삶에 대해 고민하고 돌아보기로 다짐한다. 또한 항상 내 삶의 기준인 말씀으로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 분별하는 내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