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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류 사회에서 독일 유명 가문의 상속녀 행세를 하던 안나 소로킨 (Anna Sorokin, 31)이 독일로 추방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독일 언론에 따르면 그녀의 변호사가 일단 추방을 저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로킨은 뉴욕에서 서류를 위조해 2천 2백만 달러를 대출받으려다가 들통이나 2019년 최소 4년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모범수로 인정되어 20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출소했다.
사회에 가끔 등장하는 가짜 공주, 가짜 상속녀, 가짜 의사 등은 한편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정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많은 이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이 보통 재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사기꾼 중 한 명은 1997년 구속된 "클레멘스 바르톨디(Dr. Dr. Clemens Bartholdy) 박사"일 것이다.
1958년 브레멘 시에서 태어난 게어트 포스텔(Gert Postel)은 실업 중고교를(Hauptschule)를 다니면서 집배원 직업 교육을 받았다. 의대는 근처에 간 적도 없으나 학위, 지위 모든 것을 조작, 포스텔 박사(Dr. Postel)라고 속여 종합병원의 신경정신과 과장(Oberarzt)으로 실제 업무를 맡아 활동했다.
그러다 우연히 신분이 들통나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본명으로 지명수배되자 이번엔 박사학위도 하나가 아닌 두 개에, 자신의 이름도 다소 고전적이고 옛 현인을 연상 시키는 이름으로 아예 바꿔버렸다.
Dr. med. Dr. phil. Clemens Bartholdy
이 이름으로 작센주 안스도르프 신경정신과 병원 최고 의사 대리(Vize Chefarzt) 로 활동하며 법정 재판을 위한 의사 진단서, 소견서도 쓰고 의학 전문지, 일반 언론에 논문, 글을 발표하기도 하는가 하면 1990년에는 교황을 알현하기까지 했다. 체포될 1997년 당시, 작센주 사회부 장관에 의해 Chefarzt 와 교수(Professor)로 임명되기 위한 공식 날짜가 잡혀있는 상태였다.
찬란한 경력의 소유자이고 일도 많이 했다. 그러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사건은 당연히 큰 물의를 빚었다. 단지 학위, 직위 허위 조작 수준을 넘어 그가 법정 재판에 증거 자료로 피고의 유, 무죄나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단서들을 썼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는 법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형을 마친 후 출소했다.
독일에는 "게어트 포스텔 협회(Gert Postel Gesellschaft)"도 있다. 한동안 티브이의 톡쇼에 출연하고 경찰학교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