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인도인들은 왜 소를 신성시할까 기원전 500년을 전후하여 전 세계적으로 지식의 폭발이 일어난다. 중국에서는 공자와 묵자, 인도에서는 붓다와 마하비라가 등장했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대표철학자 삼인방이 출현한다. 이때를 축의 시대 또는 지식 폭발의 시대라고 한다. 당시 인도는 여러 세력이 힘겨루기하는 16국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16국 가운데서 마가타국과 코살라국이 한발 앞서나갔다. 특히 마가타 국의 수도는 갠지즈강 하류에 자리 잡았는데, 인도 동북부에서 북으로 펼쳐진 풍요로운 전원지대로, 오늘날 힌두스탄 대평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풍요로운 들판에 자리잡은 마가타국에는 소에 철제 쟁기를 걸어 농사를 짓고 잉여 생산물을 얻어 부자가 된 유산계급(부르조아)이 탄생했다. 이때 붓다가 태어났다. 붓다는 히말라랴 근처 카발라바스투라는 나라에서 왕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카발라바스투는 강국의 영토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어서 나라가 평온한 상황이 아니었다. 붓다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아슬아슬 한 상황에서 어른이 되어 결혼했는데, 29세 때 처자식을 버리고 출가해버린다. 붓다와 같은 시기 마하비라도 태어났는데 마가타국의 호족의 아들로 그도 붓다와 마찬가지로 지배층(크산트리아)이었다. 마하비라도 결혼 후 30세 무렵 출가하여 고행과 명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는 훗날 자이나교를 창시한다. 당시 인도에는 브라만들의 권위와 권력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유산계급) 사람들이 많아지자, 사제계급보다 농민과 상인 등 부르조아의 힘이 강해졌다. 그들은 재력을 쌓아 사고의 폭이 넓어졌고,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해졌다. 지식의 폭발이 일어날 준비가 된 것이다. 신들과 소통을 독점하고 신들에게 제의를 올리는 의식을 집전만 하는 브라만에게 반발하는 지식인들도 증가했다. 지식인 일부는 기존 브라만교 사회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가르침과 삶의 방식을 추구했다.이를 출가라고 하였다 갠지즈강 유역에서 소에 쟁기를 걸어 농사를 짓는 이들은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부르조아지가 되었다. 당시 소는 지금의 트랙트에 비교될 만큼 중요한 농기구이자 자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브라만이 찾아와 신들의 제사에 올릴 거라며 소를 끌고 가버렸다. 농사에 꼭 필요한 일꾼 소라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믿음이 부족한 불경한 자라는 꾸짖음만 듣게 된다. “ 신께서 네 소를 원하신다. 너는 감히 신께 반항할 셈이냐?” 브라만교에서는 사람이 사후에 연기와 함께 공중으로 올라가 영혼의 세계에 도달한다고 믿었다. 그 때문인지 제사를 지낼 때 소의 기름을 태워 연기를 피웠는데, 고기는 브라만들이 먹고 지방으로 연기만 피워 올렸다. 농사에 필수인 소를 점점 빼앗기자 부르조아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하지만 신에게 반항할 셈이냐는 물음에 반론도 못 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는 브라만들에게 당하고만 있던 그때 나타난 사람이 붓다와 마하비라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불필요한 살생을 금했다. 마하비라는 불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것을 살생하면 안된다는 급진적인 사상가가 된다. 부르조아들은 이 두 사상가의 가르침에 열광하며 빠져든다. 브라만이 찾아와 소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러도 거절할 명분이 생겼다.“저는 불교 신자입이다.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제 믿음에 어긋납니다.”라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종교를 내세우자 브라만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경전만 읽던 승려가 노동으로 단련된 부르조아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인도에서 불교와 자이나교의 신자가 되었다. 브라만교는 경제적으로 부흥한 지역에서 신자를 잃자 가난한 지방으로 내몰렸다. 이때 브라만교도 깨달은 게 있었다. 제례에 필요한 장을 보는 사람, 불을 지피는 사람, 신을 부르는 사람, 성스러운 기도문을 읊는 사람(브라만)으로 사제들의 기능을 세분화해오던 것을 간략하게 바꾸고 인도의 토속신앙과 접목해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해하기 쉬운 대중종교로 변신하게 된다. 새로운 종교는 힌두교라 불렸고 인도의 주류종교로 변신하게 된다. 오늘날 인도에서 소가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지는 데는 브라만교와 불교의 그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소를 도살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힌두교로 발전한 뒤로도 브라만들은 소를 먹지 않게 되었고 소를 성스러운 동물로까지 여기게 되었다. 베다 경전에 따르면 브라흐마(창조의 신)에게서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나왔다고 한다. 기원전 2000년경 유럽에서 건너온 아리안들의 경전이 베다이고, 인도의 토속신앙과 만나 새로운 종교(힌두교)로 정착한 셈이다. 지금의 인도 카스트는 타민족이 토속민족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수천 년 고착된 사고가 대대손손 세뇌되어온 셈이다. 인도인들도 스스로를 고귀한 인간이 아닌 우등과 열등으로 구분된 계급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임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