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와 청문이는 한 동네에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 친구여서 둘도 태어나면서 부터
친구가 되었고 어디든 함께 다녔다.
둘 다 남자아이라 꿍짝도 잘 맞고 짓궂은 성격도 비슷했다.
그래서 한 번도 떨어져서 지낸 적이 없다. 어느 날 청문이가 정희를 불렀다.
"정희야 뭐해? 오늘 새 잡으러 안 갈래?" 그러자 방안에서 정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부모님이 심부름 하래." 어쩔 수 없이 청문이는 정희가
심부름을 끝내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날씨가 화창하고 맑은 날
동네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고 있었다. 놀이터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놀 거리는 많았기 때문이다. 한참 정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멀리서 정희의 모습이 보였다. "부모님이 할 일이 많다고 나가지 말라는 것을
겨우 나왔어. 빨리 들어오래." 그런 일은 드문데 오늘따라 정희 부모님이
정희에게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시자 정희가 아닌 청문이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필 오늘 왜 그러신데?" "새 잡으러 옆 동네 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정희도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말야. 부모님이 내일
어디를 가셔야 한다고 하시잖아. 그래서 미리 정리를 하시려고 그런데."
"그걸 꼭 너한테 시켜야 하나?" 그러자 정희가 청문이의 말을 끊었다.
계속 말을 해봤자 소용없기 때문이었다. 둘은 근처 개울로 갔다. 송사리가
많이 있었다. "우리 송사리나 잡자. 꽤 많다." 청문이도 싫지 않은지 정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물속으로 풍덩하고 들어갔다. 송사리가 놀라서 사방으로
도망 다니는 모습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정희도 물속으로 발을 넣었다.
오후 한낮의 햇살이 물살에 닿자 반짝거리며 금빛으로 빛났고 그 모습은 차츰
해가 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희와 청문이는 한참 송사리 떼와 놀다 보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각자 집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밥을 먹고 다시 만나
저녁에는 무엇을 하고 놀까 궁리하기로 했다.
시간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노을이 붉게 서산을 향해 퍼지기 시작했다.
정희와 청문이는 밥을 먹고 다시 만났다. 둘은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청문이의
집으로 향했다. 정희네 집은 부모님이 심부름을 시킬까 신경이 쓰여 청문이 집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마침 청문이의 부모님은 식사를 끝내고 방에서 티브이를
보고 계셨다. 정희가 인사를 하자 방문을 열고 나오신 청문이 어머니가 "조용히
놀아라." 하시고는 들어가셨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놀 거리를 생각했다.
킥킥거리며 놀고 있을 때 갑자기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깜짝 놀란 부모님이 뛰어나오시면서 큰 소리로 "누구야?"
하시며 누군지 잡겠다며 밖으로 나가셨다. 밖에는 아무도 없는지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시던 청문이 부모님이 화가 나셔서 들어오셨다. 그러면서 "전화기 가져와. 경찰에
신고해서 어떤 놈인지 잡아야겠어." "남의 집 유리를 깼으면 들어와서 사과를 하든가
유리를 새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도망을 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청문이
부모님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신고를 받은
경찰이 왔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경찰은 그런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니
화를 참으시고 깨진 유리는 어떻게 했냐고 물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창틈에는 깨진 유리가
뾰족 튀어나와 있어 건드리면 찔릴 것 같았다. 경찰은 일단 신고를 받았으니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보겠지만 이미 도망친 범인을 잡기는 힘들 거라며 기대는 하지 말라며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던지고는 갔다. 그렇게 청문이의 부모님 방은 유리조각으로
난장판이 되고 둘의 놀이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