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
눈과 경이는 내리고
노래와 싫증은 떠돕니다.
밟으면
지붕 위가 꿈틀합니다.
산보를 한자로 쓰고 싶어집니다.
散 앞에 흩을,
발음하고 시작할 적에
혀로 등을 미는 존재들
지척에서 사고가 있었다는데
눈은 무엇을 먹을까요?
추위가 거지처럼 다가와
목덜미를 물어뜯고 있는데
겨울에 개들은 자면서도
왜 자꾸 잠을 잘까요?
눈
빠져들면
깊이를 잃습니다.
떨어지면
양털 슬리퍼 한 짝
파묻힌 데로 풀이 가
봄을 에워쌉니다.
경이
자란다는 거 말입니다.
경이
과시 아니고 좌시 말입니다.
경이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던
중학교 때 내 친구 경이는
풀에는 꼭대기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곳 역시 출구가 아님을
그것 역시 출구가 됨을
떪으로 가리키는 바람
풍경도 누군가 치니까 절로 뱉는 게
노래라면
치니까
치대니까
스테인리스 볼에 담긴 떡반죽의 찰기
한 줌 뜯어다가 창에 붙여
코를 막고
두 줌을 뜯어다가 창에 붙여
두 눈을 가리면
가을이 창밖에서 수꿩 울음을 냅니다.
너를 잃어버리고도
8월 여름 비 온 뒤
대관령 양떼목장
양 건초 주기 체험은 즐겁습니다.
먹이고 살찌우는 일은
공교한 재미가 있습니다.
목장 앞 양꼬치구이 가게
숯불구이 양념구이 줄이 깁니다.
먹고 살지우는 일이
몇달 뒤 아주 완벽한 시를 쓰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싫증을 한자로 쓰고 싶어집니다.
症 앞에 싫,
"싫은 싫어의 줄임말이고,
보통 뒤에 ㅋ를 붙인다"고 나와 있는
<알면 인싸되는 신조어 사전>
'싫ㅋ'
이 제목으로
몇 달 뒤 꽤 재미난 시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만,
나무에 꽃 피는 거 다 볼거고
수요일마다 다 지울 겁니다.
오늘은 몹시 더운 날이었습니다.
[읽을, 거리],난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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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여느 곳 종 치는 여자들 있어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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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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