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중종 37년 8월 15일 임진 3번째 기사
선산 부사(善山府使) 어영진(魚泳津)의 상소문에서 복식사 분야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상소문의 내용은 오랑캐 방비, 수군 운용관련 부분과 계책, 각종 노역에 대한 폐단 등등을 말하는 내용이다.
그 중에서 사슴 가죽 납입 부분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진상하는 큰 사슴 가죽은 매년 각 고을에서 민간에게 배정시켜 병영(兵營)에 납입해 온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큰 사슴 가죽은 다른 고을에서는 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삼수(三水)와 갑산(甲山)에서만 나는 것입니다. 또 나는 곳이라 할지라도 5척(尺) 정도의 가죽은 얻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 값이 예전에는 1∼2백 필(疋)이었는데 지금은 5∼6백 필이나 갑니다. 그래서 납입할 차례가 된 백성들은 분주하게 서울로 달려가 그런 가죽을 하사받은 자를 찾아서 사다가 납입합니다. 만일 기한 내에 바치지 않으면 관(官)에서 독책을 가하는데 매를 때리기도 하고 처자를 가두기도 합니다. 비록 사온 것이라도 길이와 너비의 척수가 1∼2촌만 기준에 미달되어도 납입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전토(田土)를 모두 팔고 값을 더 보태어 개비(改備)하여 납입하기 때문에 부자는 이로 말미암아 가난해지고 가난한 자는 이로 말미암아 파산하게 되니, 이 폐단도 작은 것이 아닙니다. 신의 의견은 이러합니다. 나라에서 큰 사슴 가죽을 납입하게 하는 법을 세운 것은 본디 갓끈에 쓸 가죽을 위해서였습니다. 대체로 가죽을 쓸 적에는 이를 통째로 쓰는 것이 아니라 마르고 잘라서 쓰는 것입니다. 또 가죽이 튼튼한 것은 그 길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니, 3∼4척의 가죽이라도 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찌 5척이 되어야만이 반드시 쓸 수가 있겠습니까. 정해진 척수를 낮추어 백성들이 사서 납입하기 편하게 해준다면 백성이 피해를 입지 않게 되어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질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살펴 결단을 내려주소서. |
이 시기의 가죽용품 제작 방법의 일부가 소개되는데
번호를 매기자면 다음과 같다.
① 나라에 큰 사슴 가죽을 진상하는 것은 갓끈에 쓸 가죽 용도
② 가죽은 말린 상태에서 잘라서 사용한다
③ 튼튼한 가죽은 길이와 무방함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상소 내용 자체가 내가 변방에 근무하다보니 방비가 급하고 노역이 심하다는 내용이 많아서 해당 부분은 소략하지만
이런 내용도 복식사 관련 사료로서는 유용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고 본다.
관련 논문인 「우리나라 모피와 피혁 복식의 제작과정과 기술」(저자: 안보연, 홍나영) 2008 에서는
【... 모피 봉제는 여러 조각의 가죽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우선 두께가 일정하지 않고 유연성과 탄력성을 지닌 소재를 봉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모피 봉제는 가죽 면에서 이루어지며 어떤 방향, 어떤 순서로 봉합해야 毛長이나 毛色이 천연의 모피 형태에 가장 가깝고 자연스럽게 보이느냐를 습득하기란 상당한 기술과 시간을 요하는 것이다. 게다가 모피 고유의 유연함과 탄력성으로 인해서 시접을 많이 두지 않으면 쉽게 찢어지며 다시 쓰기 어렵다.
특히 모피물은 가죽 면 쪽에서 봉제하기 때문에, 겉으로 뒤집으면 봉제선을 따라 털이 안보이게 되어 모피 자체가 손상되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다.
...(생략)
조선시대의 모피와 피혁 복식의 제작과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문헌기록들이 있다.
『중종실록』에는 기죽은 통째로 쓰는 것이 아니라 마르고 잘라서 쓰며, 튼튼한 가죽은 그 길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어서, 3~4자의 가죽이라도 쓸 수가 있다고 하였다. 즉 가죽은 여러 조각을 모아 연결한 상태를 사용하는 것으로, 작은 조각까지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라고 설명되어 있다.
위 그림은 [한국 고대의 모피와 가공] 일부의 장면
첫댓글 가죽은 그 우수한 품질과 내구력 덕분에 의복류로 최고의 재질이지만 그만큼 세심하고 꼼꼼한 관리가 필요한 물품이기도 하지요. 현대의 가죽처리기술은 그러한 관리소요를 크게 줄여준 위대한 기적이기도 하고요. 물론 현대에도 가죽은 기타 합성섬유제 물품에 비해 관리가 까다로운 물건이지만, 아무렴 옛날만 하려고요.
그런 의미에서 5척의 가죽에 집착한 것이 이해가 됩니다. 원체 관리가 까다로우니 우수한 품질의 가죽을 원했을 테고, 가죽은 넓으면 넓을수록 고품질부위가 많아지니까요.
ㅏ.. 일광건조...ptsd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