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지성인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실종된 지식인들을 찾는 탐사기
현대사회에서 완고한 지식은 설 자리가 없다. 반증가능성이 없는 지식은 관념이자 환상이다. 지식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오랜 기간 한국에서 변함없이 살아남은 관습의 일종이다. 지식을 천대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지식에 좌표 찍기를 하는 나라는 천박하다. 지식의 융합에서 지성이 발아한다.
21세기에는 챗GPT와 AI첨단과학의 독주 시대가 열렸다. 극단적이기는 마찬가지인데, 세계도 한국도 지성인의 존재감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첨단과학의 위세에 눌려 지성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인문사회과학 영역이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세기적인 문명사가와 지성인의 비판적 담론이 꾸준히 생산되는 외국의 실정에 비해, 한국의 사정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시대의 어른이자 지성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자취를 감췄고, 공공지식인의 존재도 사그라들었다.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자취를 감췄고, 공공지식인의 존재도 사그라들었다. 대학 내부로 빨려 들어가 은신하거나 정치권으로 흡수돼 지식인의 망토를 벗어 던졌다. 대학은 사회의 리더가 아니라 추종자가 됐다.
기후위기의 극복방안으로 제출된 네 가지 해결책들 -성장레이스 완급조절, 탄소제로, 생산과 소비 적정화, 대체에너지 개발-은 곧 문명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공론장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육전이 아니라 言說로 하는 사상과 이념논쟁의 장이다. 지식인의 사회참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장이자, 학문정신과 학식을 두루 갖춘 지식인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다.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의 이념 성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는 영역은 시민운동과 언론매체의 칼럼 쓰기다. 시민운동과 칼럼 쓰기는 이데올로기 분쟁의 열기를 식힌다거나 해소하는 창구가 아니라 원한과 증오를 증폭하는 수단이 되었다. 지식인 스스로 이념의 투사가 되어 분노의 언어를 쏟아 놓거나 상대를 적으로 몰아세우는 장면이 일상화되었다.
논쟁의 가열은 좋은 현상이지만 분노의 가열은 적대감을 양산한다. 지적 성찰이 도모하는 적대감의 해소가 지성의 힘이라면 이념적 낙인찍기, 궤변과 욕설로 상대 논리를 저지하기, 진영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기로 이리관되는 한국사회 공론장의 현실은 '지성의 몰락'의 슬픈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