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임솔아]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전
한다.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
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 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
씨가 도착한다.
이곳은 얼마나 많은 날씨들이 살까.
뙤약볕이 떨어지는 운동장과 새까맣게 우거진 삼
나무 숲과
가장자리부터 얼어가는 저수지와 빈 유모차에 의
지해 걷는 노인과
종종 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못된 사람이라는 말과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나의 선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래 시제로 점
철된 예보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선의는 잘 차려입고 기꺼이 걱정하고 기꺼이 경고
한다. 미소를 머금고 나를 감금한다.
창문을 연다. 안에 고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
들을 창밖으로 민다.
오늘 날씨 좋다.
-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문학과지성사, 2017
*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전화를 한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전화를 한다.
- 어? 여기는 날씨가 흐린데...
- 어? 비가 온다고? 여긴 해가 났는데? 우리나라 참 넓어!
고작 한시간 거리인데도 날씨는 늘 다르거나 늘 같거나 한다.
같아도, 혹은 달라도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가 되곤 한다.
날씨는 언제나 가족을 연결해주거나 친구를 연결해주거나
미소를 짓게 하는, 착한 역할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