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어디에 갈까.
지도를 펼쳐 골똘한 생일 전날
만나기 전부터 서로의 정체를 맞춰보는 놀이가 아닐까.
사랑에 대해 묻자 너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가기 전에 스탠드 하나는 꼭 켜놓자.
모든 외출마다 여지를 남겼다.
바람이 많은 언덕에 갔다. 연 놀이를 하는 사람들. 줄과 줄이 겹쳐 생긴 점이 연의 개수보다 많았다.
줄을 조금씩 풀어 하나씩 연을 더하고 또 더하는 사람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제일 멀리 날고 있는 연을 바라봤다. 너는 그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물었다. 그의 다리 사이에 놓인 상자엔 여전히 많은 연이 남아 있었다. 대답을 듣고 너는 천진하게 뛰어왔다.
아이를 찾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하늘은 어떤 줄에도 발이 걸리지 않고 넓게 날아갔다.
그렇게 멀리까지 낧려 보낼 마음은 아니었는데
풀밭 위 끊어진 연들이 발에 채고
나는 너의 실수를 보며 안도하곤 했다.
네 이름을 외치며 풀밭 위를 뛰어다니는 장면
물건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그 물건이 나를 떠나간 것뿐이야, 다독이면서
정말 그렇게 믿니,
마음으로 묻곤 했다.
생일이 끝나가는 저녁
집에 들어가기 전에 바지 밑단을 털었다.
문을 열자 스탠드 불빛이 환했다.
[두 개의 편지를 한 사람에게],현대문학,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