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 패스!”
제발 좀 패스를 해라, 이 얼간아!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질리언의 패스를 커트한 상대팀이 재빠르게 달렸기 때문이었다. 상대팀은 늘 붙던 상대지만 항상 한 수 위의 실력으로 대항해왔다. 정식 유소년 클럽에서 뛰는 녀석 세 명이 항상 에이스로서 활약했기 때문에, 루도체비치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팀을 이길 수 없었다.
“루도!”
“아이작, 왼쪽부터 막아!”
루도체비치는 급히 수비 쪽으로 몸을 돌려 전속력으로 뛰었고, 루도체비치의 작고 귀여운 11살배기 동생 아이작은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간절하게 루도체비치를 불렀다. 아이작은 루도체비치가 시키는 대로 공을 몰고 들어오는 왼쪽 선수에게로 붙었다. 아이작은 작고 왜소한 체구인지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돌파가 가능했지만, 11번의 그 에이스는 공을 오른쪽으로 빼 주었다. 어차피 자기네가 이기고 있고, 이런 꼬마아이와 부딪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자신에게 손해가 돌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아이작은 공을 지체시키는 데 성공했다. 간신히 내밀은 그 작은 다리에 공이 맞고 살짝 꺾이면서 공의 속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은 틈은 루도체비치가 온 몸을 던질 수 있게 해주었다. 대각선 뒤에서 전력으로 달려 들어오던 루도체비치는 그대로 슬라이딩했고, 발끝에 닿은 공은 옆줄 바깥으로 데구르르 굴러나갔다.
“또야? 지긋지긋하군.”
패스를 준 11번의 선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뱉었다. 기술도 떨어지는 주제에 빠르기만 왕창 빨라가지고는, 끝까지 거슬리는게 영 맘에 안 드는데.
앤드류는 멀리서 축구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깅을 하려고 나섰지만, 뛰기엔 후덥지근한 날씨가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겨우 5분 걸리는 축구장까지 뛰어왔으니 전혀 지치지 않았을 법도 한데, 그는 땀을 꽤나 흘리고 있었다.
“재림. 재림이야.”
앤드류는 울먹이듯 말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저 러시아계 선수는 다시금 앤드류의 선수시절을 기억나게 하고 있었다. 짐 토머스. 아, 짐. 짐. 그의 플레이와 너무나도 닮아 있는 저 러시아 선수의 모습에, 그라운드에서 ‘Mad Cow(미친 소)'로 통했던 짐 토머스가 떠올랐다. 그 역시 버밍엄의 핵심 멤버였지만 잇따른 부상으로 인해 서서히 잊혀져 간 불운의 선수였다. 앤드류가 한 번의 부상에 나가떨어졌다면, 그는 그야말로 황소처럼 일어나고 일어나고 다시 일어났었다. 그도 서른이란 나이까지 축구 인생을 불태웠지만, 마지막 부상만큼은 이겨내지 못했다. 당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던 대 리버풀 전. 휠체어에 앉았던 앤드류가 처음으로 서서 세인트 앤드류에서 경기를 관람했던 바로 그 경기였다. 그를 거짓말같이 잊은 버밍엄 팬들의 분노로 휠체어에서 일어난 뒤에도 세인트 앤드류에는 가지 않았지만, 크리스토퍼가 하도 떼를 써서 경기장에 한 번 들어갔었던 바로 그 경기에서. 짐 토머스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차차 잊어가던 무릎의 고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처절한 것이었다. 결국 언제까지나 서 있을 것 같던 그조차도 그라운드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앤드류와 함께 버밍엄 허리의 핵이 되었던 토머스. 앤드류는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심한 부상을 몇 번이나 당한 토머스는 결국 다리를 잘라냈고, 그 사실에 크게 절망한 토머스의 소식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제임스나 크리스토퍼 등에 의하자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떠난 것 같다고는 하는데...앤드류는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다. 항상 과묵했지만 듬직했던 토머스가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에 지금도 철심을 박은 왼쪽 무릎이 아파오는 것만 같았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지만, 하지만, 토머스의 모습은 그 정도로 비참한 것이었었다.
앤드류는 그런 토머스를 떠올리게 한 소년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정말로 보면 볼수록 토머스를 닮아 있었다. 거칠지만 정확한 태클, 수비진과 공격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카리스마와 리더십, 그리고 특히 눈에 띄는 건, 공격에서 수비까지 종횡무진 가리지 않는 그의 활동량이었다. 토머스는 공격에서도 보였다, 수비에서도 보였다 하는 그야말로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 그가 있었기에 버밍엄에게 숫적 열세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두 명의 역할을 했던 선수니까. 그리고 저 소년도 그런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열여섯, 열일곱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년이었지만 토머스의 플레이와 너무 비슷했다.
“호오...”
앤드류가 나지막이 감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스피드까지 빠르다니. 몸이 조금 호리호리해서 토머스보다는 몸싸움에서 밀리는 점이 있었지만, 스피드가 그것을 커버해주는 듯 했다.
“저 녀석...꽤...아니 엄청 빠른데?”
앤드류는 계속해서 루도체비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성기 시절의 토머스와 비교하자면 아직은 한참 떨어지는 애송이지만, 자꾸 토머스와 비교하게 될 정도의 자질이 보였다. 오랫동안 축구를 쉰 자신에게까지 보이는 자질이라니, 앤드류는 갑자기 그 사실을 인지하고는 픽 웃었다.
“어느 팀 유소년일까...맨유, 아니면 아스날?”
앤드류는 웃으며 경기장을 등졌다. 운동하러 나왔으니, 솔직히 이젠 조금 뛰어야지 않겠는가. 그렇게 스타트를 끊으려 할 때, 바로 앞에 떨어져 있는 1파운드짜리 지폐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난데없는 부수입에 앤드류는 슬쩍 미소를 짓고 허리를 숙였다. 앤드류가 동전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이는 그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앤드류의 머리가 있었던 곳으로 축구공이 쌩하고 스쳐갔다. 순간 ‘어질’할 정도로 빠른 공이었다. 덕분에 허리만 굽혔던 앤드류가 앞으로 구르고 말았다. 저 뒤에서 아이들이 와하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쪽팔려 미치겠구만.”
“아저씨, 거기 나무 밑에 공 좀 차 주세요!”
루도체비치였다. 루도체비치가 찬 공이었다. 앤드류는 재빨리 일어나 왼발로 공을 튕겨 놓고 오른발로 길게 차 주었다. 골대 앞의 키퍼에게 정확히 가는 공이었다.
“흠, 역시 난 아직 안 죽었군.”
하지만 앤드류의 멋진 개인기를 칭찬할 생각은 전혀 없이, 아이들은 거의 동시에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며 바로 경기에 들어갔다. 근데, 잠깐. 앤드류는 다시 조깅을 시작하려다말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방금 어느 곳에서 슈팅을 때렸는데 이곳까지 그런 빠르기로 날아올 수 있었단 말인가.
“오늘 조깅하는 건 포기해야겠는데.”
앤드류는 다시 돌아서 물끄러미 루도체비치를 바라보았다. 그는 정말 열심히 뛰었고, 앤드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루도체비치 클로지치(Ludozevic Klozic)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 토머스를 떠올리면서, 버밍엄 시티를 떠올리면서. 그리고 그가 뛰는 경기장이 어렴풋이 세인트 앤드류로 옮겨지는 것을 느끼면서 진저리쳤다. 얼마나 좋을 것인가. 지금 당장 뛸 재목은 아니지만, 갈고 다듬으면 최고가 될 수 있는 원석이라는 직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물끄러미 그라운드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응, 그래. 웬일로 전화를 다 해서 깜짝 놀랐다. 내 대신 잘 할 자신 있지? 에베는 브라질에 걸었지만, 난 너희한테 걸었다고.”
폴센은 모처럼 즐거운 얼굴로 전화기를 쉽게 놓지 못했다. 전화기 저 편에선 걸걸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나? 나야 뭐, 다음에 나가면 되니까. 독일은 넉넉하지? 어제도 이겼으니까. 참, 명색이 주전 스트라이커로 나온 자식이 90분 내내 한 골도 못 넣고 말이야. 3대0으로 이겼으면서.”
크리스티안 폴센은 수화기를 들고서 발로 전원을 켰다. 위이잉거리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가 부팅되기 시작했다.
“응, 뭐 그렇지. 나? 여기 잠깐 버밍엄에 있어. 응, 잉글랜드. 응. 약속이 좀 있어서. 아, 어딨더라? 그래. 맞다. 응? 아무것도 아냐. 응.”
크리스티안 폴센은 자리에서 일어나 캐리어 가방을 찾았다. 그 가방 안에 크리스토퍼란 양반이 전해준 CD가 들어 있었지. 그는 캐리어 가방 앞주머니에 손을 쭉 넣어 플라스틱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그래. 국제전환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응. 그나저나 팀 분위기는 좀 어떠냐? 뭐, 스파이? 짜식, 날 너무 못 믿는 거 아니냐?”
윈도우 창이 떴다. 바탕화면에 아이콘들이 쫘르륵 생겨나고, 폴센은 통화를 계속하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래. 경기 보러 오라고? 헛소리하네. 여기 잉글랜드 버밍엄이라고. 뭐, 입장권만 보내줘 봐, 그 날 비행기로 달려갈테니까. 흐응, 그러셔?”
폴센은 CD-ROM을 꺼냈다. 그리고 CD를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다시 CD롬을 컴퓨터 안으로 툭 밀어넣었다. 이윽고 윈도우미디어 플레이어가 바탕화면을 가렸고, 폴센은 의자를 뒤로 넘겨 편안히 모니터를 응시했다.
“그래, 그렇다니까. 응. 맞다, 근데 너 다른 데로 이적설 떴던데, 봤냐? 아직? 응. 어디라더라...리버풀이었던가? 리버풀인가, 첼시인가. 하여튼 프리미어리그였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응. 그래서 넌 샬케에 남을거냐? 그래...뭐 한 시즌 뛰었는데 남아야지. 나? 잘 모르겠다. 음, 이제야 나오는군. 뭐? 아냐. 그냥 동영상. 뭐! 이상한 거 아니야, 임마!”
크리스토퍼의 애기에 의하면 이건 앤드류 윌터 콜린스의 동영상이었다. 분명히 부분부분을 잘라내 이은 편집영상일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최대치가 3시간에 달하는 영상이었다.
“으아, 이걸 언제 다 보라고 준 거야, 완전 미친 사람이군.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아나본데. 응. 그만 끊어. 나중에 이거로 트집 잡아서 밥 사달라고나 하지 말고. 응. 그래, 다시 전화해. 그래. 끊는다.”
폴센은 수화기를 소파에 집어던지고 헤드셋을 썼다. 현장에서 그대로 촬영한 것인지 중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앤드류의 플레이이다보니 7~80년대 유니폼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지금에 비하면 참 웃기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찰나,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푸른 색 유니폼의 버밍엄 시티, 그리고 빨간색 유니폼의 리버풀. 리버풀이라면 당시 환상적인 전성기를 구가하던 팀이었고, 앤드류 윌터 콜린스는 아마 버밍엄 소속이었을 것이다. 폴센은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복잡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이 동영상이 과연 7~80년대의 축구가 맞는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템포가 너무 빠른데.”
축구선수인 폴센이 보기에도 이는 너무 빠른 볼 전개였다. 리버풀의 길고 정확한 스루패스가 빛난다면, 버밍엄은 짧은 원터치 패스가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전반전 10분, 20분이 지나도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은 계속되었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축구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폴센은 눈을 비비고 다시 경기장을 주목했다. 의자에 편하게 누워있던 그는 어느 새 벌떡 일어나 허리를 세우고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리버풀이 밀린다.”
그렇다. 리버풀이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미드필더로써 그라운드를 유기적으로 조화시켜야 하는 폴센의 눈에는 점차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폴센과 같이 경기장을 내려다보는 듯한 선수가 있었다. 중계 카메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은 그 선수를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그 클로즈업된 선수가 바로 앤드류 윌터 콜린스, 버밍엄의 몽상가였다.
“저 사람이로군. 크리스토퍼가 말한 사람이.”
경기가 전반전 막판으로 치달았다. 경기는 점차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허리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안 리버풀 선수들이 강한 태클로 대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공을 소유하는 자는 앤드류라는 선수였다. 신비스러움이 느껴지는 선수였다. 폴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스쳐간 그 플레이를 믿을 수 없었다. 마우스로 재빨리 동영상을 되감았다. 그리곤 눈을 크게 뜨고 앤드류의 오른발에 주목했다.
“오른쪽으로 치고, 왼발로 접고, 다시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밀고, 왼발로 쳐두고 돌아 들어가면서, 라보나!”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드리블이었다. 폴센 자신이 저 동영상 안에서 앤드류를 막고 있었다면 그냥 얼굴에 주먹을 갈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단 네 번의 동작으로 리버풀의 미드필드 진영을 완벽하게 초토화시켜 놓고는 라보나 킥으로 오프사이드를 완전히 깨 버리는 얼리 크로스가 날아갔다. 수비수 뒤로 돌아 들어갈 필요도 없이 공격수는 그냥 앞으로 냅다 달린 것이었다. 크로스가 공격수의 움직임에 맞춰주었다.
1대0. 2대0. 경기는 결국 3대0으로 끝났다. 폴센은 눈을 떼지 못했다. 두 경기가 녹화되어 있는 듯 아직 한 시간 반 정도가 플레이되지 않았지만, 폴센은 일시정지를 누르고 앤드류의 플레이를 머릿속에서 재생시켰다. 완벽한 선수였다. 지네딘 지단, 호나우딩요. 이 최고의 선수들이 이 당시의 앤드류를 따라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환상적인 플레이가 펼쳐졌다. 너무 환상적이어서 분명한 사실을 부정하게 만드는 플레이랄까. 폴센이 그와 마주친다면 어떻게 막아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떠오르는 방법이라곤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뿐이었다.
“어우, 어지러워.”
하긴 그럴 법도 하다. 도중 쉬는 시간 없이 90분 내내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의 얼리 크로스는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였다. 그의 왼발에서 떠난 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격수의 발 앞에 떨어졌고, 오프사이드에는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을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또 크로스 타이밍이 독특해, 언제 크로스가 올라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몽상가의 플레이인가. 크리스토퍼, 애쉬톤과의 만남이 떠올랐다.
‘꽤 잘 하는 선수 아니었나요?’
풋. 폴센은 스스로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꽤 잘 하는 선수라. 그래서 크리스토퍼가 그렇게 비웃듯 쳐다봤던 것일까. 누구든 지금 이 동영상을 보고 난다면 앤드류를 조금 잘 하는 선수라고는 말 못할 것이다. 그는 월드클래스 선수였다.
문을 열고 현관에 앉아 축구화를 슬리퍼로 갈아 신고는 소파에 털썩 누웠다. 조깅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커피가 자극했던 그의 몸은 어느 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루도체비치의 플레이가 그렇게 만든 것이리라. 앤드류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신은 흥분하고 있었다. 새로운 짐 토머스를 만난 느낌이 떨리고 설레었다. 루도체비치. 루도체비치 클로지치라.
“이름이 뭐니?”
라고 물어봤을 때 자신 있게 난 루도체비치 클로지치에요, 라고 말하는 녀석의 당돌함도 제법 귀여웠다. 토머스를 처음 만났던 때와 비슷했다.
- 따르르릉. 따르르릉.
앤드류는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수화기를 들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상상의 나래를 방해한 작자가 대체 누구야.
“여보쇼.”
“아, 앤드류 씨. 몇 번을 전화 드렸는데 받지 않으시길래 걱정이 좀 돼서요. 애쉬톤입니다.”
“아, 마이크 씨. 운동을 잠깐 나갔었거든요.”
“아뇨, 뭐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크리스토퍼가 댁으로 모시러 갈 겁니다. 이쪽으로 조금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리 강 근처의 카페테리아인데, 크리스토퍼가 이 곳을 알고 있습니다.”
“왜죠? 전 아직 감독이고 뭐고 결정한 적이 없는데.”
애쉬톤과 크리스토퍼, 너무 제멋대로군. 앤드류는 짐짓 화났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 며칠 새 버밍엄이라는 탑이 너무 기울어져 있었다. 앤드류 역시 버밍엄의 레전드라면 레전드였다. 다만 기억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 앤드류도 기운 탑을 다시 세울 한 주춧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주저하는 것은 팬들 때문이었다. 팬들은, 나 몽상가를 기억할 것인가. 그들은 나의 플레이에, 나의 지도력에 만족하고 부응해줄 것인가.
“아, 감독....직 때문이라면 또 감독직 때문이겠습니다만, 자세한 사정은 크리스토퍼가 말씀드릴 겁니다. 꼭 와 주셨으면 합니다. 앤드류 씨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기다리는 사람? 그게 누구죠?”
“죄송합니다만 자세한 건 크리스토퍼에게 들으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그 선수가 크리스토퍼에게 먼저 연락했거든요. 아, 또 바쁜 일이 있어서...정말 죄송합니다만 앤드류 씨, 먼저 전화를 끊어야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철컥. 그렇게 죄송하다면서 죄송할 짓은 도대체 왜 한거지. 앤드류는 툴툴대며 옷을 찾았다.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누구지, 혹시 토머스인가? 앤드류는 루도체비치의 플레이를 떠올리며 혹시라도 자신을 만나겠다는 사람이 짐 토머스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곧 턱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좀 물이나 마셔. 왜 이렇게 헉헉대.”
“아냐, 물 마실 시간도 없어. 빨리 차에 타자고.”
“왜, 아직 난 간다고 한 적 없는데.”
“뭐, 안 간다고?!”
“아니, 뭐 안 간다고도 한 적은 없지만. 뭔가 설명을 해 줘야 될 거 아니야! 마이크는 너한테 자세한 얘기를 다 들으라는 둥, 너는 또 다짜고짜 차에나 타라는 둥. 내가 봉이냐!”
“아, 미안. 애쉬톤이 얘기를 안 했어? 크리스티안 폴센. 알지? 폴센이 너를 만나겠다고 기다리고 있어.”
폴센...폴센.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폴센. 크리스티안 폴센.
“거 왜, 덴마크 미드필더 있잖아! 터프하고, 수비 잘 하고. 샬케에서 주전으로 뛰고.”
“아...그, 누구더라.”
“거 있잖아! 왜, 저거 뭐냐. 저거, 유로 2004에서 토티한테 침 맞은 선수! 폴센!”
“아하! 크리스티안 폴센! 이제 알았다!”
앤드류는 힘겹게도 폴센을 떠올렸지만 바로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일단 만나보면 알아. 가면서 얘기해 줄 테니까 일단 타기나 하라고!”
크리스토퍼는 앤드류를 현관 밖으로 떠밀었다. 그로선 한시가 급한 일이었다. 버밍엄에선 폴센은 꼭 잡아야만 했다. 폴센을 영입하는 것은 앤드류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될 수 있었다. 또한 폴센의 능력 역시 버밍엄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해줬던 이리 야로식은 첼시로 임대 복귀하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엔 머지 이젯과 니키 버트 정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폴센은 버밍엄의 허리진을 두텁게 해 줄 하나의 거대한 인재였다.
이런 상황에서 폴센이 먼저 전화를 걸어 앤드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버밍엄 스태프들로서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감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에 실망감이 스쳐가던 폴센의 얼굴 때문에 내심 걱정을 떨치지 못했었는데, 느닷없이 폴센에게 먼저 연락이 올 줄이야. 아무래도 그 DVD 자료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차는 쌩쌩 달렸다. 리 강까지 얼마 걸리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운전석에 앉은 크리스토퍼의 무한 질주에 앤드류는 솔직히 조금 겁을 먹었다.
“말해준다며. 걔가 날 왜 보자는 건데.”
“몰라. 전화가 왔더라고. 저번에 네 동영상 빌려줬거든. 한 번 보라고.”
“왜, 아는 사이야?”
“뉴스 못 봤어? 버밍엄에서 폴센을 잡으려고 생각중이야.”
“아, 그 폴센이 공항에 들어왔다는 그 날? 난리도 아니더만.”
“그건 둘째치고, 너 우리가 폴센은 무조건 잡을거야. 그니까 말 잘 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냥 니가 감독하고, 폴센 영입해라 그거야.”
앤드류는 크리스토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알고 있다. 너무 친한 친구 사이라 그런지, 버밍엄의 감독을 한 번쯤 맡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때쯤 그것을 들추어내었다. 크리스토퍼가 신호에 걸리자 앤드류를 바라보지도 않고 물었다.
“할거지?”
“응.”
너무나 능청스럽게, 태연하게 물어본 질문에 앤드류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대답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처음으로 그가 감독직에 동의했다는 데 크리스토퍼는 감사했다. 그를 실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세인트 앤드류의 가지런한 잔디로 영웅, 몽상가 앤드류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시간은 어색하게 흘렀다. 크리스토퍼와 앤드류를 기다리는 폴센과 애쉬톤은 아무 말도 않고 차만 홀짝 들이키고 있었다.
“버밍엄은 다른 선수 영입은 안 할 겁니까?”
“글쎄요, 감독과 상의해야 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숏 리스트(Short List)는 있을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내가 버밍엄 소속이 아니라 이거죠.”
“아, 꼭 그렇게 받아들이실 필요까지야...버밍엄 선수들에게도 숏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쨌든 그게 그 말 아닙니까.”
크리스토퍼와 앤드류는 카페테리아 앞의 거리에서 멈췄다.
“자, 먼저 내려. 나 차 대고 들어갈테니까.”
“같이 들어가지?”
“됐어, 빨리 가. 폴센이 기다릴거야. 애쉬톤하고.”
“알았어. 차 대고 들어와라.”
“옛, 서. 뉴 코치.”
앤드류는 옷맵시를 다시 한 번 만져보고 카페테리아의 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갔다. 고전적인 카페이다 보니 따스한 벽난로가 그를 먼저 맞았고, 좁은 통로를 통해 드디어 카페테리아로 들어갔다. 그리고 앤드류는 한 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 폴센. 둘의 눈이 마주쳤다.
-----------------------------------------------------------------------------------
와 -ㅠ 너무 어색해요 ㅠㅠ립흘이라도 좀 멋있게 남겨주시길 ㅠㅠ죄송합니다 내용 전개가
너무 어색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첫댓글 포텐200짜리 유망주 등장인가 두둥~!
사실 커르륵옹이 압뷁을 줘서...
당신은 이제 연참을 하기위해 다시 글을쓰러 갑니다 레드썬!
으흐흐 눈에 한글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여요
ㅎㅎㅎ.. 저도 곧 자서전 갑니다-_-;; 어제 2시간 날리고 지금 50%정도 완료해놧는데.. 쩝..
사실 쓰기 조낸 귀찮은게 자서전=_=이면서도 쓰게 되는게 자서전...=_='
아니 술쳐먹고 쓴거에 비하면 잘썼네...간만에 선감상 후맆흘
나빴어 역시 독자의 기본 자세가 안돼있어 선립흘 후감상은 필순데[..,] 머리아포~
뭐얏! 전엔 선감상하라고 그러드니!
그랬었나...아무래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대뇌피질 대뇌수질 몰라시밝 모드 ㅋㅋ
이것이 미성년자들의 대화던가... 나라가.. 국가가... 털썩...........
뭐 알코올이야 상관없잖삼! 담배면몰라도 [탕탕]
난 성인된지 오래셈... ㅡ,.ㅡ 망가가보다 어리면 다 미성년자가 아니라고!!
아.. 당신은 아니었지...
역시 로드님.. !! 어색한게 아니고 자서전에 몰입해서 읽고 있는... 앤드류인가 저분 실존 인물인가요 ??
저냥반이 주인공을 실존인물로 한 역사가 없는걸로 봐서 가상인듯(...)
뷁끼 실존인물 아닙니다 커스옹 저런 대단한 추리력을 발휘하시다니 ㄷㄷㄷ
내가 좀 잘나고 멋지고 상큼한 미청년.......아니 잘못했어요 좀 살려주시라우요
RKO를 작렬시키고싶삼 정모만 갈수있다면 ㄷㄷ
나도 폴센이 누군가 했는데... 토티한테 침맞은 사람이였구나(...)
만만찮은 "미친개"류라고...(...)
여기서 나오는 미친소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요~
이제 그분들 돌아오셨어 이 미친소야!!
하지만 미친소때가 더 재미있는 거져~
이 미친소야!! 내가 리플 다 달고있네 이 미친소야!! 쌩뚱맞죠~?
뜨끔하게 만들지 마 이 미친소야~ 뻘쭘하져~
결론은 테이블 셋업!!!
당신은 연재 셋업!! 아니면 셧업?[퍽]
자기가 테이블에 쳐박힐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 거쉴까....
뭐하는 짓이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