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아시스"를 봤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비디오를 빌려봤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흐흐히히거리며, 많은 부분에서 그런 웃음 지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즈음 저는 속으로 중얼 어쩌면 칭얼대었습니다. '감독은 희생하지않았다'고......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는지요? 이런 생각은 더 나이가서 감독이 영화를 쉽게 만들었다는 쪽으로 확대되어갑니다. 쉽게 감동을 주는 쪽을 택했다고요. 저의 바람은 두 남녀 주인공이 잘되길 바랐거든요. 서로의 부족한 삶에 힘을 실어줄수있는 결말을 보길원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끝을 맺는게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란걸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감동을 끌어내는게 아주 힘들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싶었거든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영화에는 그 두 주인공만이 "오아시스" 우리 메마른 삶의 "오아시스"였습니다. 두 주인공 외에 착한 사람이 그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저마다의 삶에 집착하죠. 형에게 자기 인생을 방해하지 말라는 동생, 자기 생각만하는 형,형수 그런 점에선 여자주인공 쪽도 마찬가지고요.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조연들 여자의 이웃에 살며 여자주인공을 챙기는 아줌마의 무성의함이나, 똑같이 무성의한 형사의 취조과정 그리고 주인공들을 반기지않는 식당주인의 처사...... 그렇다고 그들이 극도로 이기적이지는 않습니다. 그저 적당히 관객의 시선이 수긍할 만큼 자기의 행복에 봉사하는 삶에 충실할 뿐이지요. 감독은 그렇게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고있습니다. 삭막한 사막이지요. 그 사막 한가운데 이제 우리의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감독의 허술한 리얼리티가 있는게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감독이 그리고 있는 사막은 단지 영화를 위한 연출된 리얼리티이고 두 남녀 주인공들은 그런 감독의 좀 더 고뇌하지 않은, 그래서 결코 우리 삶에 구원의 메시지를 담지 못하는 영화를 위해 희생된 거라고요. 사막의 오아시스 제가 바라는 건 숲 속의 맑은 샘물 정도랄까요? (꼭 사막이 아니더라도 숲 속에서도 물은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감독은 충분히 주인공들을 부각시킬수 있었습니다.) 감독은 왜 숲을 그리지 않았을까요? 그 영화에 적어도 한 명만 두주인공에게 귀를 기울일 사람이 있었다면, 그래도 설경구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을까요?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 정도로 삭막한가요? 삭막한 사막인가요? 끝내 아쉬움을 감출수 없는 저의 마음을 넋두리 삼아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제가 오늘 가입했거든요. 그래서 다른데 글은 못올리고 여기다 씁니다. 그만큼 어제 본 오아시스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 ▷◁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카페 게시글
사람사는 이야기
<오아시스> 감독은 희생하지 않았다.
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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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26 20:1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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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그렇게도 생각할수있군요 저역시 그 영화 끝나면서 계속 뭔가 떨쳐버릴수 없었던 찝찝함 때문에 혼났더랬는데... 하지만 아쉬움을 남김으로써 더욱 그 영화에 애착이 가지게 된것 같기도 해요 또한 그저그런 해피엔딩이였다면 그게 정말 리얼리티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암튼 님의 영화평덕분에 새로운 시각으로 그 영화를 다시 생각해 볼수있는 계기가 된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