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원한다면 어떤 경제를 선택해야 하는가
위기 이후의 세상이 온다. 우리가 우리를 바꿀 때가 되었다 - 전환의 시대, 나와 사회와 자연이 함께하기 위한 경제학 에세이
지금 우리의 경제생활의 틀은 세 층위의 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첫째,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생태 위기를 낳고 있다
둘째, 인간과 인간의 관계, 즉 사회적 생활에 있어서 경제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
셋째, 개인의 삶과 마음의 차원에서 허무와 고독과 불안을 낳고 있다
위기 이후의 세상이 온다 -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갈수록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생태 위기와 전 지구적인 사회적 불평등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경제생활이 영혼을 잠식하고 허무, 고독, 불안의 늪으로 몰아넣어 이러한 총체적 위기와 파국이 다가오는 것을 고스란히 눈을 뜨고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지구상의 가장 한심한 동물'로 전락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의 지구적 산업문명은 결코 '지속 가능한' 틀이 아니며,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그 근간이 되는 경제생활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 우리 인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세속 종교를 철폐해야 한다. 그리고 오염되고 더렵혀진 인간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실제로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파악하여 그것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철학과 새로운 경제생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탈중심화된 산업 조직과 협업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교육의 불평등과 경직성을 획기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사실상 거의 모두가 디지털 계좌를 보유하게 된 지금, 현금 창출 능력을 남용하여 무제한으로 위험한 투기를 일삼는 현재의 은행 시스템은 갈수록 뒤떨어진 제도로 변하고 있다. 플랫폼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경제 조직의 출현은 주식회사라는 17세기의 유산을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위기만 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위기 이후의 세상은 재앙과 파국으로 귀결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위기 이후의 세상은 비참과 악목으로 점철된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더 많은 효율성과 자유, 더 많은 인간성과 사랑이 강물처럼 넘치는, 인류가 몇 천 년을 꿈꾸어온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로 다가오는 미래는 우리의 물질적 생활만을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 우리의 정서, 우리의 관계, 우리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바라보고 만들어가는 태도 전체를 바꾸어버린다.
이러한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 개인의 경제생활에 있어서도, 또 집단적•사회적 경제 정책 및 제도의 틀을 설계함에 있어서도 경제적 인간으로서의 생각과 행동과 생활방식을 조금씩이라도 가급적 더 많이 더 빠르게 바꾸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