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난의 방을 나선 로이드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번의 목적지는 제 2왕자인 헤르만 드 카이드가 있는 방. 탐색하듯이 서서히 기운을 넓히다가 이내 헤르만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
이 집안에 있는 녀석들은 모두 자신의 방을 상당히 좋아하는군.
헤르만의 기운 역시 집무실이 아닌 헤르만의 침실로 여겨지는 공간에서 느껴졌고 로이드는 귀찮다고 여겨지는 이 일을 빨리 해결하기위해서 걸음을 약간 빨리 했다.
침실이 위치한 방은 거의 모여있어서 얼마 가지 않아서 방문앞에 도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호위하는 기사가 두 명이 문앞을 지키고 있었다.
로이드가 손잡이에 손을 대려고 하자 기사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머스킷 총을 꺼내서 총구를 로이드의 머리에 겨눴다.
"네놈은 누구냐. 여기는 루난 왕국 제 2왕자인 헤르만 드 카이드님이 거처하시는 곳이다. 네놈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네놈같은 놈이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꺼져라."
로이드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행동을 계속하려고 했다. 그러자 여김없이 머스킷 총의 총구는 불을 뿜었고 그로 인해서 화약의 연기가 일순간 자욱하게 피어 올랐다. 기사는 로이드가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확실히 총기 라는 것은 위험하군. 근접했을 때만이지만."
로이드는 어느샌가 반 걸음 뒤에 서있었고 그의 손에는 납으로 된 탄환이 납작하게 찌그러진채 들려 있었다.
기사는 누구보다도 머스킷 총에 대해서 잘 알기에 이 상황을 쉽사리 인지할 수 없었다.
머스킷 총은 마법이 조금도 사용되지 않은 이 세계 유일무이한 순수과학의 결정체이다. 화약을 이용하여 날카로운 납을 쏘아 내보낸다는 기본적인 형식이지만 화약양을 조절한다던지 탄환을 끼워 넣는다던지 하는 과정이 까다로워서 재장전의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장전해도 한 발을 쏘고 난 뒤에는 다시 장전해야 하기에 상당히 불편하다. 하지만 위력만큼은 남다르다. 성인 어른의 2배 정도 되는 바위에 총구를 대고 쏜다면 머스킷 총을 든 병사가 흔들림만 참는다면 바위는 산산조각 낼 정도다. 실로 무지막지한 파괴력인 것이다.
그런 머스킷 총의 총구가 머리에 딱 붙어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머리가 터져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로이드는 유유히 총알을 잡아서 손으로 움켜쥐는 단순한 작업을 통해서 총알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인간의 상식을 벗어낫기에 가능한 일이다.
"네, 네녀석은 뭐냐."
총을 든 기사가 당황하자 그 옆에 서있던 기사 역시 허리춤의 총기를 빼어서 들고는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반면 로이드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아니 기색에 변화가 없었다.
"난 헤르만에게 볼 일이 있다. 비켜라."
무겁게 깔린 목소리에 두 기사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살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단순한 기백만으로 공간을 압도하는 그에게 공포를 먹고 있었다.
팽팽한 대치상황이 지속 되던 중 로이드가 오른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공격하려는 것으로 판단한 기사가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지만 그보다 빨리 문짝이 폭발했다.
갑작스럽게 폭발한 문이 그 파편을 위협스럽게 전방에 튀겼지만 로이드는 그 위험 범위를 벗어난 상태였다. 기사들은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내 문이 폭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거 형씨, 꺼지라면 꺼질 것이지 무슨 볼 일이 있다는 거요."
문이 박살나면서 피어오른 먼지 연기 사이로 헤르만이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금발에 여자를 홈리기 딱 좋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는 상반신은 아무것도 입지 않고 하반신도 가운 같은 것으로 대충 가리고 있는 모습이였다.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대낮부터 거사(?)를 진행하고 있던 모양이다.
"다짜고짜 마법을 쓰다니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군. 이런 좁은 공간에서 마법을 쓰면 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건가."
"헹, 내쪽에 쉴드를 쳤으니 나만 피해가 업으면 되지. 나머지 녀석들 알게 뭐야."
그 말에 로이드의 미간이 잠시 움찔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보지는 못했다.
"방금의 마법으로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았으니 그 질문이란 것을 들어나 주지. 뭐냐."
"방금의 언행으로 네녀석에게 질문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 단순함때문에 기회를 날려먹었군."
그 말을 끝으로 로이드는 등을 돌렸다. 로이드는 헤르만에게 질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런 로이드의 행동은 헤르만에게 화를 돋우기 충분했다.
"형씨. 그렇게 가면 섭하지!"
헤르만은 빠르게 수인을 맺기 시작했고 수인을 맺는 동작이 끝나자 헤르만의 앞에 작은 마법진이 여러개 생겼다.
"얼음의 화살이여 적을 꿰뚫어라. 아이스 애로우."
작은 중얼거림과 동시에 전방의 마법진에서는 복도를 가득 채울 만큼의 얼음의 화살이 생겨났다.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나 쉴드를 써야 막을 수 있는 상황.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기있는 골빈 장님새끼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려!"
그 말과 동시에 화살은 빠른 속도로 동시에 날아가기 시작했다. 로이드는 살짝 고개를 돌려서 그 모습을 보더니 뒷춤에 차고 있던 도에 손을 옮겼다.
"발도."
화살이 쏘아지는 것보다 빠르게 뽑힌 도를 로이드는 한바퀴 돌면서 복도를 한 번 횡으로 베어냈다. 단지 그 동작만으로 도가 지나간 방향으로 올 화살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뒷춤에 검을 잡아서 도를 뽑은 것보다는 느리게 하지만 전혀 느리지 않은 속도로 뽑아 들었다.
"파쇄."
도가 그은 궤적을 따라서 검 역시 휘둘러졌고 무시무시한 풍압과 함께 복도를 가득 메운 화살이 전부 파괴되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만이나 그의 옆에 붙어서 있던 기사들에게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기사들은 얼어붙어 버렸지만 헤르만은 웃음을 머금으면서 로이드를 노려보았다.
"이 정도는 해줄줄 알았다고, 형씨. 눈앞의 상대를 불살라 먹어버려라. 플레임 버스터!"
아이스 애로우를 발동한 후 곧바로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발동 시켰다. 이번에는 작은 마법진이 여러개가 아닌 붉은 색을 띄는 큰 마법진이 하나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대기가 불타는 듯이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기사들은 그 기운을 버티지 못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반면 마법의 대상이 된 로이드는 칼과 도를 각각 쥐고 마법진을 응시하듯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헤르만은 영락없이 얼어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이드는 얼어붙은 것이 아니였다. 단지 마법의 위력을 계산하고 있었을 뿐이다.
"죽어라."
거대한 마법진에서는 불꽃으로 된 랜스가 솟아나오고 마법진이 사라진 그 후에는 불꽃의 랜스의 손잡이 부분이 폭발하는 듯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로이드에게 날아갔다. 소드마스터나 막을 수 있고 마법사라면 텔레포트로 도망갈 상황. 로이드의 선택은 단순했다.
"파쇄."
아까 검을 휘두를 때와 같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들고 있던 검을 종으로 그어 내렸다. 단지 그 뿐인 행동이였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플레임 버스터는 두 동강이 내면서 공중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고작해야 6서클 마법사이면서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인가. 어리석기 그지 없는 자로군."
로이드는 그 말을 나지막하지만 무겁게 말하고는 칼과 도를 칼집에 꽂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헤르만과 기사들은 경직되어 버렸다. 1개 소대를 박살내버리는 마법을 단지 휘두르기 한 번으로 없애다니. 거기다가.
"6서클 마법사는 이 나라에 나를 포함해도 10명이 채 안된단 말이다."
즉, 이 나라에서 눈 앞에서 사라지는 자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없음을 깨달은 헤르만은 허탈함을 느끼면서 마법이 사라진 허공을 응시했다.
"저자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 위압감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경어를 쓴 헤르만은 공포감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질문이 뭐였을지 짐작을 해냈지만 이미 기회가 사라진 다음이였다.
첫댓글 잘봤어요
언제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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