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때까지 그러니까,
한나절하고 반나절 지나도
오지 않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사람들 머물다 간 나무로 보이고
같은 자리에서 둘러보고
회초리로 쓸까 하다가
어디에 쓰려고 얼마나 아프려고
조용히 자리를 흔드는 것들
사람보다 무서운 게 어디 있냐고
이만하면 나무도 저들끼리 매질을 멈춘다던
눈동자 시린 겨울에도 아무개는
늑장을 부리지 않는다
주워듣기로는 빈 우유갑을
잘 말려서 걸어두면 집 안으로
함부로 발 들이는 자가 없어
누가 죽고 살았는지, 숨어 있다면
식별에 능한 재주를 타고난 거겠지
어이, 등 뒤에서 오는 아무개여
아침저녁으로 물 떠놓고 고집을
똑똑 떼어 빌었다지, 그게 자라서
언제까지 모른 척해야 할지 몰라서
듣는 자는 빈 것에 짱박혀 있다지
'요새는 들어주기 싫은 게 많아'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도 별로'
배 속에 눌어붙은 누룽지처럼
오래 붙어 있거나 속으로 말하지
씨알 굵은 세상을 크게 한술 떠
입을 벌리면 구멍이 작은 거지
좁은 문에 코끼리 바늘구멍에 낙타
그런 거지 살아남을 구멍이란 게
저만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지
다른 이를 기다리고 있던 아무개는
꼼짝없이 저를 찾는 손님을
꺼벙이, 주정뱅이, 훼방꾼, 도적 떼가
난동 부리는 꿈을, 그게 저인 꿈을
잠시 떨어지는 눈과 저의 몸을
맞바꿔치기하듯이 꾸었지
꿈은 한 치 앞도 복안으로 보였지
둘은 이미 셋으로, 셋은 다섯으로
' 행할 수 있는 것은 위장이 아니다 '
' 억울한 순간 그 기관은 사라진다 '
말을 끝으로 생각만 남은 날
가진 것을 돌려주기 위해
네 것을 찾으러 왔다고 했지
백지장에 물 한 방울 떨어지듯
아무개는 잠시 다녀가는 것
[마음 연장], 현대문학,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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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소원이 누룽지 / 이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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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1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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