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 수저 소리
내가 초등학생일 때 우리 식구는 모두 열 한 명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작은 방에 따로 계셨다. 우리는 방 두 칸과 다락에서 서로 복닥거리며 살았다. 그때 우리 집 아침밥 먹는 풍경은 무슨 잔칫집 같았다. 아버지 할아버지 밥상은 따로 차렸다. 할머니를 포함한 아홉 식구는 둥근 둘레 판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아침밥을 먹고는 각자 제 갈 길대로 학교엘 갔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침 밥상에서 나는 수저 소리는 음악보다 정겨웠다. 어머니는 열 장으로 묶인 김을 연탄불에 구워 한 장씩 주셨다. 귀퉁이 떨어진 김을 받을 때는 곁눈으로 동생들 김을 쳐다보곤 했다. 나는 그 김을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 먹었다. 어머니가 연탄불에다 앞뒤로 살짝 김을 구울 때 코끝을 스치는 향긋한 냄새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요즘도 김을 보면 늘 그 생각이 난다. 돌아보면 김 한 장을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이 정말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아내 없이 집에 있을 때는 혼자 밥 먹을 때가 많다. 식탁에 앉아 먹다 보면 혼자 있길 좋아는 내 성질에 딱 맞다 싶어 좋다가도 번번이 쓸쓸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적막한 식탁에 덩그러니 앉은 내 모습이 겨울 들판의 허수아비 같다. 그러면 밥 먹다 말고 지난날 커다란 둘레 판에 식구대로 앉아 밥 먹던 생각을 하면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숟가락으로 밥그릇 긁는 소리,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후루룩거리며 국 먹는 소리, 간간이 뒤섞이는 어머니 목소리, 옆방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리는 환상에 젖는다. 정신이 들어 수저를 들면 입안에 침이 고여 있다. 아버지는 늘 밥을 조금 남기셨는데 그 밥을 서로 먹으려고 동생과 내가 눈치 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 밥은 하얀 쌀밥이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 밥을 조금씩 나누어주곤 했는데 칠 남매를 키워낸 내력이 밥 한술에도 묻어있었다. 저녁에는 밥그릇 깨끗이 비우는 아버지가 왜 아침마다 밥을 남기셨는지 아버지 된 사람이면 그때 그 심정을 알 것이다.
첫댓글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