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소
- 이 철
논가에 소가 매어있다
가느다란 고삐에 묶여있다
할아버지는 논둑에 앉아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소는 봄풀을 뜯고 있다
말뚝을 뽑고도 남을 힘으로
할아버지 곁을 지키고 섰다가
회초리 든 할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간다
움머, 하며 간다
-『시골버스는 착하다』, (2023 도서출판 학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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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자 전 시골면소재지 학교에 근무할 때 겪은 일입니다
못둑에 소 뜯기러 간 아이가 손목에 고삐를 매고 있다가
무엇에 놀란 소가 마구 날뛰는 바람에 온몸을 심하게 다쳐 뇌수술까지 받았지요
학습부진아로 나머지 공부하던 애가 그 뒤로 우등생이 되었다는 웃픈 이야기입니다
요즘 축산농가는 럼피스킨병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답니다
축사에 갇혀 사료를 먹고 자라는 소에게 찾아온 전염성 질병이랍니다
너른 풀밭을 뛰거나 달리기도 하는 방목 소들은 걸리지 않는 질병일테니...
집집마다 한 마리 소를 가보처럼 돌보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반려견 반려묘 문제도 그렇고 사람과 교감하는 동물 숫자도 늘고 있네요
할아버지와 소, 소 몰고 가는 아이를 남기신 화가들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