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만 새면 내 돈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수영 팔도 시장 안쪽이나 광안리 서호병원 근처에는대나무 가지에 깃발을 걸거나 울긋불긋한 간판을 그려놓은 무당집이 더러 있었다. 지금은 그 점쟁이들이 다 죽고 후계자가 없는지 그런 깃발이 안 보인다.육이오 사변 후 영도다리 밑에도 용한 점쟁이들이 많았다고 한다.직접 가 본 적은 없지만 당달봉사 여자 점쟁이가 용하다고 널리 소문이 났다. "굿은 딱 무슨 형통한 결과가 직접 나타나는 게 아니고 굿을 하는 과정에서 굿을 의뢰한 사람이무당을 통해서 귀신을 달래 정신적인 평안을 얻는다. 그러므로 당장 굿의 효험이 없다고 해서 법적으로 굿값을 물릴 수 없다"고 했다. 광안리 바닷가로 내려가는 골목에 있던. 늘 푸른 대나무 가지를 세워 놓앗던 점쟁이는 굿을 할 대 '작두타기'로 유명했다. 보통사람 같으면 작도날 위에 맨발로 서면 당장 피가 철철 흐를 텐데신이 내리면 작두날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용천지랄'을 다해도 그덕없었다. 어렷을 때 창원 상남 우리 마을에서도 추수가 끝나고 나면 밥술이나 먹는 집에서는 고개 넘어 김해 무성에 사는 점쟁이한테 '안택굿'을 많이 햇다. 초저녁에 굿을 시작하면 하면 날이 샐 때까지 북을 두드리고 대를 잡으며 귀신을 불럿다. 점쟁이한테 신이 내려 굿이 한창 막바지에 이르러 귀신의 목소리를 내고 잇을 때면 담 너머에서 엉터리 염불을 외며 굿을 방해하는 인간이 나타낫다. "'''''관샘 보쌀 남무아비타불 찐살 맨살 삶은보살 찌진보살, 날만 새면 내 돈이다. 쿵딱쿵딱 쿵따닥..." 목소리가 하도 커서 점쟁이의 주문을 들리지 않을 정도엿다. 이렇게 방해를 하니 굿이 제대로 될 턱이 없었다. 귀신이 화가 나서 달아날 수 밖에.... 주인공은 약국집 아들 성규 형이엇다. 별명이 '쌈지'인 성규 형은 마고 22회로 가수 지망생이엇다. 빨간 딱지로 '아리랑'이라는 명찰을 달고 다녓다. 얼마나 골초엿는지 수업 중에도 담배 생각이 나면 2층 교실에서 낙숫물 내려가는 물통을 타고 쪼르르 내려가 화장실로 가서 담배를 피울 정도엿다. 훈육주임 '황소'한테 몇 번이나 불려가 혼이 나고 정학도 몇 번이나 먹엇다고 햇다. 그래서 앙갚음으로 밤에 황소 (황희룡) 집에 찾아가서 지붕에 돌을 던졋다고 소문이 났다. 황희룡 선생도 고향이 창원 웅남면  목리? 엿다. 황소 부친이 병이 낫는데 한약사인 쌈지 아버지 김 약국한테 약을 지어막고 완쾌됐다고 한다. 그래서 황소가 말썽구러기 쌈지를 차마 퇴학을 못 시켯다고 한다. 쌈지 형님인 호규 형도 마고 출신(18회?)으로 서울공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 상무를 햇다. 그 형님도 쌈지 버릇을 고치지 못햇다. 공부는 안 하고 말성부린다고 손찌검을 한번 햇더니 쌈지가 마을 앞산에 올라가 마을 사람 다 들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럿다. "야이 호규 ㅆ ㅂ 넘아 아나 날 잡아 봐라! 한번만 더 때리면 그냥 안 잇을 끼다!"삼지는 저녁 때, 골목에서 동년배인 마을 처녀들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느닷없이 "에헤헤!" 소리를 지르며 암염소 엉덩이를 올라타는 발정한 수염소 흉내를 냈다. 그 별난 쌈지 형님은 해병대 연예대에 근무하고 제대한 후  상경햇지만 결국 가수는 되지 못햇다.나훈아나 설운도, 현철 만큼 노래에 덜 미쳣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큰 이유는 배고플 정도로 가난한 집 아들이 아니고 밥술이나 먹는 약국집 아들이엇기 때문이리라. 그 형님도 내일 모래 팔십이 다 됏다.  지금 우리 정부는 나라가 잘 되라고 한 판 굿판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날 새기만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