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이 앞서야 핵공감…밀레니얼 세대는 그래야 동한다

[P N C]

체험이 앞서야 핵공감…밀레니얼 세대는 그래야 동한다

그림 `고흐의 방` 똑같이 구현
숙소로 활용했더니 SNS 입소문

환경오염 몸살 앓았던 팔라우
입국때 여권에 자필서약 `호응`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론칭때
대자연 스토리 전시로 차별화도

그림 `고흐의 방`을 그대로 재현한 에어비앤비 숙박공유 프로젝트. [사진 제공 = 제일기획]

좋은 캠페인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여 함께하길 원하는 캠페인, 그것을 우리는 좋은 캠페인이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움직여야 할까. 현재 이 시대에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파급력이 큰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다. 이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가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불어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화두는 `뭘 했는지`를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넘어가고 있다. 따라서 좋은 캠페인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 `어떤 경험으로 우리 고객들과 만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관심을 끌 만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눈길을 주고, 사진을 찍고, 친구와 공유하며,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즉 사람들과 브랜드 사이의 소통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놀거리, 볼거리, 찍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사람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참여를 이끌었던 국내외 `좋은 캠페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 에어비앤비와 손잡은 미술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화가 반 고흐는 `고흐의 방`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세 점 남겼다. 이 세 점은 문, 창문, 의자, 침대 같은 주요 요소가 같은 위치에 있지만 구도나 채도 등 디테일이 다른 작품들로 각각 암스테르담, 파리, 시카고 미술관에서 한 점씩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시카고미술관은 최초로 이 세 점을 모아 `고흐의 방` 특별전을 기획했는데, 전시 이상으로 알리는 방식이 파격적이었다. 보통 전시 홍보는 작가의 유명세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방`을 활용했다. 작품 속 `고흐의 방`을 거의 완벽하게 오프라인에 구현해 사람들이 이 방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게 했다.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서비스)와 손잡고 `고흐의 방`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시각적으로만 경험하던 고흐의 작품 안으로, 그 내면의 세상 안으로 사람들에게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고흐의 방`을 경험하게 한 것이다.

`고흐의 방`에 다녀간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미디어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이 소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기 시작했고, 대중매체에도 확산됐다. `고흐의 방` 특별전은 시카고미술관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아온 전시가 됐다.

팔라우 여권서약 캠페인. [사진 제공 = 제일기획]

◆ 여권을 서약서로 만든 나라

남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는 `천혜의 휴양지`라 불릴 정도로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팔라우 전체 인구의 7~8배에 달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자연환경이 점차 망가져 생태계 위협을 받게 됐다. 팔라우를 지키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의 인식 변화를 넘어선 행동의 변화가 필요했다.

모든 관광객은 공항을 통과하게 돼 있다는 데 착안해 여권 스탬프 형식의 서약서를 만들었다. 여권 스탬프에는 환경 보호를 하겠다는 다짐이 찍히고, 관광객은 자필 서명을 해야지만 입국할 수 있다. 입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확답을 듣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여권 스탬프는 영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작돼, 입국하는 관광객이 누구나 자신의 서약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더 많은 참여와 확산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전 세계 유명인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별도의 홍보 비용 없이 4주 만에 17억명 이상이 관련 영상을 보게 됐고, 10년 이내 약 200만명의 관광객이 팔라우 서약에 서명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 시음회 대신 체험전 연 동서식품

2018년 12월, 국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1위 브랜드인 동서식품 카누는 최초의 프리미엄 인스턴트커피 `카누 시그니처`를 출시했다. 대한민국 인구 규모는 세계 28위지만, 커피 소비는 세계 6위로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를 많이 소비한다. 커피 브랜드와 카페 브랜드 또한 무수히 많다. 그 사이에서 신제품의 진가를 알리고, 존재감을 드러낼 방법이 필요했다.

좋은 커피에는 좋은 원두가 사용되고, 좋은 원두를 키우는 데는 대자연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카누 시그니처는 제품 패키지에도 원두가 크는 데 중요한 자연의 상징(비·태양·산맥·바람 등)을 담아냈다. 카누 시그니처를 마시는 것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넘어, 대자연을 음미하는 것이기에 보통의 시음회는 열지 않았다. 그 대신 `A cup of Experience`라는 카누 시그니처 체험전을 개최했다.

카누 시그니처 체험전에서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빗소리와 구름, 따스한 햇빛, 흙과 바람을 통해 소리로, 향기로, 온도로, 촉감으로 카누 시그니처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커피 한 잔의 숨은 가치를 느끼게 된다. 별도의 광고 없이 한 달 사이 3만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해시태그를 달아 카누 시그니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넷플릭스에 신작 영화가 공개됐다. 시나리오나 배우의 연기보다 이슈가 됐던 것은 인터랙티브 영화 콘셉트라는 점이었다. 시청자는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주인공의 결정에 직접 관여한다. 보는 이의 선택에 따라 영화의 내용과 결말이 바뀐다. 영화의 길이마저 바뀐다. 같은 영화를 보지만, 저마다 다른 영화를 본 셈이다.

카페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iframe 태그를 제한 하였습니다. 관련공지보기▶

그러니 하나의 영화를 두고도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겠는가.

일방향적인 콘텐츠의 전형인 영화조차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람들의 경험을 중시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시대 브랜드의 과제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사람들이 더 열심히 경험하고 참여해, 스스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소재들을 제공해 줘야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