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나날들
- 조금숙
소소한 일상들이 유리된 나날들
모래알처럼 제각각 흩어진 사람들은
소리를 내지 않고도 사는 법 배웠다
아득한 일들에 비밀은 많아지고
출처 없는 해석이 날개 돋듯 달리는
꿈꾸지 못하는 내일 출구가 없다
다 헐은 입술로도 위로 받지 못한
기대와 기대치가 반비례하는 사이
이력을 알 수가 없는 조각달이 뜬다
- 조금숙 시조집 『 햇살에 눈을 찡긋거리다 』, ( 2023년 만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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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수십억 명이고, 일년도 365일이지만 오늘 나는 하루 속의 단 한 명일 뿐입니다
바닷가 모래 알갱이처럼 유리된 채 전체에 속해있다고 믿으며 삽니다
내뜻과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마치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를 봅니다
인류는 지구촌의 내일을 걱정하고, 정치인은 자기당의 집권만 바라보며
보통 사람은 오늘 벌어 내일까지 먹을 궁리에 쫓깁니다
기대와 기대치가 다른 정도가 아니라 반비례로 나타나면 비명도 삼켜야 합니다
달랑 여섯 식구인데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수가 없이 각자 따로 끼니를 잇습니다
유리된 채로 지내다가 가끔 한 자리에 모여 웃고 떠들며 '사랑'을 주문처럼 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