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의 감독관이 마호사다와 루크를 보며 소리쳤다. 마호사다와 루크가 구한 일자리는 선착장에서 짐을 나르고 창고를 관리하는 일이었다...마호사다와 루크 모두 글도 잘 모르고 거칠었기 때문에 식당이라던가 변호사 사무실 같은 편한 일자리는 어림도 없었다...게다가 슈미트 출신의 용병들을 싫어하는 곳이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요한누스 아저씨의 소개가 있었기 망정이지 선착장의 잡일도 못할뻔 한 것이었다..마호사다와 루크가 감독관에게 가자 감독관이 작은 궤짝하나를 주며 말했다...
"이봐!! 이걸 A창고에 보관해...중요한거야 오늘새벽에 세인트로렌스에서 가지고온 향신료지... 원래 로레니아의 왕실로만 운반되는 것인데 우리 상회에서 목숨걸고 빼돌린 거라구... 돈으로 치자면 최소한 2만...아니 3만바크로도 부족할거야.. 절대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라구...!!"
감독관에게 조심스레 궤짝을 건네받은 마호사다와 루크는 창고로 옮기기 시작했다...데용의 항구는 짐을 등급별로 구분해서 따로 보관을 하고 있었는데 A급 창고에는 이런 구하기 힘든 물자나 값비싼 물자들을 보관해 두는 곳이었다.. 따라서 A급창고의 보안을 위해서 전투에는 상당한 소질이 있는 슈미트 용병들을 고용해 썼고.. 상회 나름대로의 보안시설을 갖춰서 물샐틈이 없었다.. 하지만 워낙 귀중품들이다 보니 자칭 대도라던가 강도들이 끊이지가 않아서 항구주변은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은 암흑가 비슷한 곳이 되어버렸다..
"쳇!! 무슨 놈의 향신료를 3만바크 씩이나 주고 사가는 거지?"
"글쎄...잘 모르지...하지만 세인트로렌스의 향신료들은 꽤 유명한 모양이야...오늘 항구주변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그 향신료 이야기밖에는 하지 않았다구..."
루크와 마호사다가 향신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창고에 다다랐다...
"어이~ 꼬맹이들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나?"
"아~토드 아저씨..!"
창고지기 토드아저씨가 마호사다와 루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토드아저씨는 대단한 이야기 꾼으로 그들이 처음으로 일하러 왔을 때부터 자상하게대해준 아저씨였다... 마호사다와 루크역시 토드아저씨를 맘속으로 좋아하고 따르면서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건 뭐지? 요번주엔 벌써 두 개째 A급창고로 오는데?"
토드아저씨가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 이번엔 향신료에요 세인트로렌스에서 온 것이라는데...상당히 진귀한 물건인가 봐요.."
마호사다가 대답했다..
"쳇..!! 무슨 향신료인줄 몰라도 가격이 터무니 없더군요~ 왠만한 집한채 가격은 가볍게 넘어가던데요~우린 아마 그돈 벌려면 평생은 걸려야 할거야..그걸 먹으면 불로장생이라도하는걸까?"
루크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허허 루크녀석 심통이 났나보군... 하지만 말이야 세인트로렌스에서 온 향신료라면 그정도 가격은 되겠지...향신료 자체의 가격도 비쌀테지만..그건 왕실에만 진상되는 거야... 그런걸 빼왔으니 목숨은 걸어야 했을걸?.. 목숨값 생각하면 그정도는 받아야지.."
토드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마호사다는 토드아저씨까지 그렇게 나오자 정말 그 향료가 궁금해졌다..
"그 향신료가 그렇게 유명한 건가요?"
토드 아저씨는 마호사다에게 자세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주 유명하지...세인트로렌스에서 가져온 향신료라 하면 '플로렌스'겠지....'플라워 오브 로렌스'....로렌스 지방의 꽃이라는 뜻인데...로렌스 지방은 둘로 나눠져 있어...북쪽의 세인트로렌스와 남쪽의 로레니아..이 둘은 원래 한 국가였는데 북쪽의 세인트로렌스지방이 성전때에 잠시나마 쿨만교 국가인 멜라베르의 지배를 받았거든...그때 전쟁이 끝나고 나서 브루크너 왕가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로레니아로부터 독립을 시키고 신성한 로렌스땅이라고 부르면서 군수공장이라던지 군사기지등을 모두 없애고 대신 향신료나 염료를 만드는 농업국으로 바꿔 버렸지...그 후에 멜라베르가 본국으로 모두 철수 했거든...근데 이 세인트로렌스 지방은
향신료가 자라기에 최적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거였어...특히 새로 개발한 품종인 '플로렌스'는 대 히트였지.. 그런데 이즈음에 브루크너 왕가의 새로운 왕이지...지금의 왕인 페테르 부르크너가 세인트로렌스는 원래 자기네와 같은 국가라고 하면서 병합하려 했어...하지만 다시 군수공장을 세우고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페테르의 방침에 거부감을 가진 세인트로렌스 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바람에 병합은 하지 못했지...대부분의 카탄교 국가들이 가난한데 비해서 세인트 로렌스는 이미 부자니까...하지만 과거 같은 국가였다는 주장과 군사적 보호를 해준다는 로레니아에 수긍해서 자칭 속국이 되버렸지...그리고 그 이후로 플로렌스는 로레니아의 브루크너 왕실로만 진상되게 되었어...그 향신료가 왕실진상품이 아니었을때의 가격도 2350바크....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엄두도 못낼 가격이었지...가격때문에도 유명했지만 정작 유명해진건 대륙최고의 미식가라고불리던 안트넬 공의 일화에 의해서야...안트넬 공은 플로렌스의 맛을 보고는 '이건 신이 내린 축복이다'라고 외치면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지..웃긴 얘기지..따지고 보면 후추랑 같은 종류인 향신료 때문에 목숨까지 잃었다는데... 그 이후에 플로렌스는 지금의 명성이 생긴거야...아무튼 그게 들어왔다면 오늘부터 경비는 더욱 삼엄하게 서야 하겠군...."
토드 아저씨는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루크는 그 향신료가 새삼 다시 보였는지 감탄한 눈치로 말했다.
"야~아 멋진걸.. 저걸 몰래 가지고 도망가면 여기서 힘들게 일해서 돈 벌필요도 없겠군,.. 안그래 마호사다?"
"그래.. 정말 대단한 물건인가부다...!!"
마호사다역시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이 거기 !! 잡부들 이제 그만 퇴근해도 좋다...!!!"
감독관이 마호사다와 루크를 향해 소리쳤다.. 오늘의 창고지기는 토드였다. 토드와 작별인사를 하고 마호사다와 루크는 언제나 그렇듯이 주점으로 향했다. 데용은 거대 항구도시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흘러들어온 상인이라던지 아니면 무사지망생이라던지 하는 사람이 많아서 정보를 얻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둘은 오늘은 특히 세인트로렌스에서 온 무역선이 들어왔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건수가 많을거라면서 서둘러 술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루크는 다시 항구로 돌아가야만 했다.. 물건을 잊고 온 것이다..
"마호사다 먼저 가 있어.. 내가 깜빡잊고 놔두고 온게 있어서 말이지...얼른 가지고 갈게.."
"그래 루크 그럼 나먼저 가 있을게..."
마호사다는 루크를 보내고 데용에서는 꽤 큰 술집으로 통하는 '바다 사나이'라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주점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옮겨져왔다..여기저기서 수근거리거나 재밌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왔군..저녀석...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무슨 술집에 이렇게 매일 드나드는거지?"
"그것도 모르나? 슈미트섬에 내리는 비에는 대륙에는 없는 독특한 성분이 있다구...무슨 철비스무리 한거라고 하는데..아무튼 그쪽 비를 맞으면 머리색깔이 변한다는군...끌끌...유전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마호사다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화산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슈미트열도에는 다른곳에서 내리지 않는 이상한 성분의 비가 내려서 슈미트출신의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붉었다.. 심지어 슈미트 섬에 흐르는 강물에 머리를 감아도 붉게 변했으나 마시는 건 아무런 해가 없었다..하지만 대륙사람들에게는 그것조차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그런물을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니...대단하군.."
"저녀석들은 위마저도 야생적인 모양이야 키키킥!!"
모두가 마호사다를 깔보고 있을 때 였다...
"이봐~!! 그만들해!! 그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가 슈미트출신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있으니까 말야...이 아이도 내 손님이라구!!"
마호사다가 우울해서 떨구었던 머리를 들었다..술집주인 숀아저씨였다.. 숀아저씨는 슈미트출신인 마호사다와 루크를 업신여기지 않는 좋은 사람이었다...마호사다가 정보를 구하는 꽤 정확한 정보통이기도 했다..
"숀아저씨 고마워요~"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냐..우리도 과거에 전쟁때 너희 도움을 받았으니까..나도 돕는거지...근데 네 친구놈은 어디로 사라졌냐? 그 촐싹대는 녀석 말이야.."
"아~잊은 물건이 있어서 항구로 돌아갔어요.."
"그녀석은 언제나 그 모양이군.."
숀 아저씨가 유쾌한 말투로 말했다..
"오늘은 새로들어온 정보같은거 없나요??"
마호사다는 언제나처럼 그것부터 물었다.. 숀아저씨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꺼냈다..
"글쎄....너희 누나에 대한 소식같이 자잘한건 요즘 듣기 힘들더구나...생사조차 확실치 않고...
세상에 그만한 나이 또래의 여자애가 얼마나 많겠냐? 어지간히 튀지 않고서는 찾기 힘들거 같다..게다가 요즘에는 세상이 또 수근수근거리고 있다고.... 알게모르게 좀 복잡한 일이 일어나는거 같아.."
숀아저씨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무슨..복잡한 일이요??"
마호사다가 물었다.
"흠....내생각인데 말이지...여기 저기 이야기를 들어보건데 왠지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아..."
"저...전쟁이라구요?"
마호사다가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주인장아저씨는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마호사다에게 물었다...
"그래 ..전쟁 ..넌 어떤 전쟁이 가장 무섭고 잔인하고 슬픈줄 아나?"
"글쎄요?..어느 전쟁이나 다 똑같이 무섭고 잔인하지 않을까요?"
마호사다는 어리둥절하며 대답했다... 숀아저씨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니....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전쟁은 바로 성전이야..."
마호사다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성전은 종교를 위해서 싸우는데 무섭고 잔인하다니요??"
"넌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군... 네가 태어나기 10년 전쯤에 시작해서 네가 태어날때쯤에 끝난 전쟁이 있었지...너도 그건 알고 있겠지?"
숀아저씨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네 전쟁이 있었다는건 알고 있어요...그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누나가 행방불명이 되었는걸요..."
"그래 ..그렇지... 그때 전쟁은 종교 때문에 발생한 성전이었어...그냥 보통전쟁은 사람의 마음까지 잔인하게 만들지는 않아... 그냥 전쟁은 인간대 인간의 전쟁이지만 성전은 그게 아니거든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종교를 믿지 않는 자들은 마귀수준으로 비춰질 테니까. 싸우는 상대를 인간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싸우게 까지 되는거야..필요이상으로 잔인하게 말이지..."
숀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마호사다도 수긍할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군요..근데 왜 갑자기 성전이야기를 꺼내시는 거에요? 성전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글쎄...아직 확실하게는 말 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대륙서부쪽에서 온 사람들 이야기만 듣고 내린 거니까 말이야...그리고 아직까지 이렇다할 징조가 보인건 아니니까 말이야...하지만 말이지..내 나름대로 꽤 정확한 소식통이 있다구...게다가 오늘 세인트로렌스에서 온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왠지 안좋은 예감이 드는군..."
숀 아저씨는 아무래도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마호사다는 대륙정세에 대해서는 깜깜했기 때문에 숀 아저씨의 말뜻이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쪽에서 무슨 조짐이라도 보이는 건가요?"
마호사다의 질문에 숀아저씨가 가만가만 대답을 했다.
"서쪽에 카탄교국가들이 전에 있었던 성전에서 패배를 했지..그래서 패배한 카탄교 국가들에게 쿨만교 국가들이 전쟁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어..카탄교 국가들은 이를 승낙했고 협정에서 군사를 양성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지...카탄교로서는 치욕적인 일이었지..카탄교의 교리는 힘의 논리를 긍정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력은 곧 그 국가의 강함을 말해주는 것이거든...그러니 군사력이 없는 카탄교국가들은 얼마나 치욕적이겠어.. 아무튼 그 때문에 사실상 카탄교 국가들은 군사를 양성할수 없게 되어 있어..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카탄교국가의 우두머리격이라고 할수 있지..로레니아의 왕이 바뀌었어..페테르 부르크너라는 젊은 왕인데 이자가 요즘 하는짓이 수상해...자국내의 치안을 유지할수 있도록 군사를 어느정도 육성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온거야.. 어느정도의 선에서 허가가 난 모양이야.. 그런데 이자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어.. 처음에는 서쪽으로 연결되어있는 대륙열차의 노선을 폐쇠해 버리더니 비행선의 왕래도 금지시켰어..그리고는 쿨만교 국가들과 경계가 되는 주스탄, 펜스트라, 디탄에서 신분검증을 시작한거지...그리고 쿨만교 국가출신의 입국을 금지했어..그 때문에 지금 서쪽에서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는 정부로서도 잘 알수가 없어...대화를 신청해도 묵묵부답이지 그래서 유일하게 서쪽으로 통할수 있는건 뱃길의 상선들 뿐인데 그들의 말들을 들어보면 치안유지군 이라는 사람들이 항구 외부와의 연결을 일체 금지시켜 놓는다는 거야..게다가 얼마전에는 세인트로렌스까지 병합했지...아무래도 수상해...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아.."
숀아저씨의 지난 성전에 대한 이야기는 마호사다로서는 처음듣는 이야기 였다. 카탄교와 쿨만교의 사이에 그런 감정의 골이 쌓여있을줄이야...마호사다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쨍그랑!!!"
"뭐야!!! 이 얼빵한 계집이~~!!!!!!"
마호사다가 숀아저씨에게 질문을 하려던 찰나에 홀에서 요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숀아저씨가 황급히 홀로 나갔고 마호사다도 뒤따라 나갔다..
홀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종업원인 듯한 여자아이가 그만 술을 엎질렀는지..바닥에는 술병이 깨진 조각과 엎질러진 술로 지저분해져 있었고 덩치가 산만한 사내 둘이서 옷에묻은 술과 안주들을 털어내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종업원 여자아이는 얼굴이 새파래진채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에티안느!!"
숀아저씨가 그 여자아이의 이름을 외치며 바라보았다....에티안느...그 아이의 이름인 것 같았다..
"뭐야 주인장!! 이런 얼빵한 계집애따위에게 일을 맡기다니..!! 젠장 가뜩이나 기분도 안좋은데!! 뭐냐구!!"
사내중에 술이 벌겋게 취한 사람이 숀아저씨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다른 한명은 소녀에게 윽박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 옷 어떻게 할꺼야? 말해봐? 어쭈 말 안해 ? 지금 날 무시하는거냐? 오호..!! 그래도 대답이 없으시다..?! 말로 하지 마라 이뜻인가? 좋아 말이 아니면 이건 어때?"
사내가 옆 테이블에서 술병을 든채 그 소녀에게 거꾸로 붓기 시작했다..그 소녀는 가엾게도 겁에 질려서 아무말도 못한채 수모를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호사다는 그 사내들이 어린소녀에게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나섰다.
"이봐요..실수로 그럴수도 있잖아요~너무 하는거 아닌가요? 상대는 어린소녀인데?"
"뭐야 넌? 뭔데 참견이야? 이 옷을 보라구!! 기브 앤 테이크 몰라? 난 받는 만큼 주는거야!!헤헤 아님 어때? 네 녀석이 당해 줄텐가?"
술을 붓던 사내가 능글능글웃으며 말했다.. 마호사드는 화가났지만 그래도 저 어린소녀가 저런 수모를 계속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좋아요!! 대신 내가 맞을테니 그 소녀 한테 하던 짓을 멈추세요!!"
"오호~ 기사님이 나타나셨군...아이고 황송해라..이거 기사님 몸에 어떻게 함부로 손을 대나??"
퍼억!!!!!
빈정거리던 사내가 마호사다의 복부를 사정없이 가격했다..마호사다는 숨이 덜컥 막혔다..
"커헉~~헉.."
소녀는 자기를 대신해서 매를 맞는 마호사다를 보면서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도 그럴것이 생전 본적도없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저렇게 맞고만 있도록 놔둘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녀에겐 힘이 없으니..
"그..그만해요.."
입속으로 도는 말이었다...말리고 싶었지만 겁에 질려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뻐억!!!!!!!
다른 사내가 다시 마호사다의 복부를 강타했다...두 번의 일격에 마호사다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쳇 뭐야..~~기사님인척 나서더니 두방맞고 뻗다니...별것도 아니군..!! 약한주제에 나서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술을붓던 사내가 빈정거렸다...
"헤에... 난 좀 성질이 더럽지... 별일 아닌것에도 기분이 팍 상한단 말야..난 특히 너같은 놈을 보면 재수가 없어... 오늘 날 잘못 만난줄 알아~~"
다른사내가 술병을 깨뜨리더니 쓰러져 있는 마호사다에게 다가갔다...술집에 있었던 다른사람들이 놀라서 흩어졌지만 아무도 나서서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이냐?? 이 가련한 녀석아? 여기서 네녀석이 기사님 흉내내도 아무도 잘했다는 사람이 없어...후후 이 촌뜨기 빨강머리야..~~ 저승가서나 후회해라~~"
"아앗~~그만둬~~!!"
숀아저씨사 다급하게 말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사내의 한손에 간단히 막혀 버린 것이다.. 병을들고 막 마호사다를 찌르려던 찰나였다..
퍼억~!!
그 사내의 손에 쥐어져 있던 병이 터지면서 병조각이 그사내에 귀에 후두둑 박혔다..
"크아악~~뭐 뭐야 갑자기!!"
사내들이 놀라서 외쳤다... 술집이 알지못할 기운으로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사방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 가운데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해...그만해....부탁이야....그만둬....그만두지 않으면 모조리 죽여버릴꺼야..."
술집전체를 싸늘하게 얼려버릴 정도로 차가운 말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아까의 그 에티안느라는 소녀였다..
"뭐..뭐야 ..!! 네 년이 한 짓이었군...!! 뭘 어떻게 한거지? 죽고싶냐?"
귀에 병조각이 박힌 사내가 흥분해서 날뛰며 에티안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기기도 전에 그의 목이 누군가에게 잡힌 모습으로 허공에 떠올랐다..술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으나 문이 알수 없는 힘으로 꽉 닫혀있어서 그 공포스러운 장면을 직접보고 있었야 했다.
"으아악 크악!!"
사내의 목에 움푹 손자국이 났다 곧이어 '우두둑 우두둑'소리와 함께 그자의 몸이 힘없이 늘어지더니 풀썩하고 땅으로 떨어졌다..그야말로 목이 절단난 것이었다..
그녀의 몸 주위로 이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그녀가 눈을 뜨자.. 회색으로 변해버린 눈동자가 나타났다..그리고 그녀의 몸뒤로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가 뭉쳐갔다..술집에 갇혀 있던 사람들중 누군가 그녀를 보고 소리쳤다..
"소환수다!!!!!! 저여자는 카탄교의 소환사야!!!!!!!!! 우릴모두 죽이고 말거야!!!!!!!!!!!!!!"
"뭐!! 뭐라고!!"
"정말인가?"
"빨리 빠져 나가야해!!"
술집안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살기위해 이층으로 그리고 빛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는 곳으로 서로 도망가기 위해 밟고 밟혔다..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다른 사내는 꼼짝도 못한채 벌벌 떨며 그 자리에 못박힌 듯 가만히 있었다....
"사..살려줘~!! 저 녀석이 나빴어...난 죽이려고 하지도 않았잖아..!! 제..제발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