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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은 선수가 최고라고 인식하는 한국 축구문화가 변해야 한다. 한국이 실점한 이유를 단지 수비수가 잘못했다기보다는 먼저 공격과 미드필드에서 선수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한국축구가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 고트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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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과 라커룸 사이에서 듀어든 경기 시작 전에 긴장하진 않나?
고트비 긴장한 적은 없고, 흥분은 잘한다.(웃음) 경기에 나설 때마다 도전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그리고 베어벡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편이다. 내가 기분이 다운될 때는 베어벡이 많은 힘을 준다.
베어벡 나도 그렇다.
듀어든 많은 축구선수들이 경기 전 징크스를 믿곤 한다. 두 사람도 그런 게 있나?
고트비 그런 생각을 하기엔 우린 너무 바쁘다.(웃음)
베어벡 나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고트비 글쎄, 하나 얘기하자면 어렸을 때 밝은색 속옷을 입으면 경기에 승리한다고 믿었던 적은 있다.
베어벡 그래서 이겼나?
고트비 아니다.(웃음)
듀어든 어떤 코치들은 경기가 시작되면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감독 뒤에 멍하니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좌절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고트비 그런 느낌을 갖기엔 너무 오랜 시간 코치 생활을 한 것 같다.(웃음)
베어벡 난 그런 느낌을 가져봤다. 내게 가장 힘든 시간은 경기 전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는 30분 동안이었다. 난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경기 전에 '내가 과연 이 경기에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나' 하고 혼자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이젠 경기에 나서면 그저 경기를 즐길 뿐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듀어든 그럼 경기 중에는 느낌이 다른가?
고트비 우린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감독이 라인 선상까지 가서 지시를 하고, 우린 경기 진행 상황에 대해서 감독과 논의할 뿐이다. 베어벡 코치가 아드보카트와 가장 가깝게 많이 얘기하는 편이고, 난 주로 베어벡과 의견을 나눈다.
베어벡 우린 전반 시작 5분을 유심히 지켜본 후에, 상대팀의 전술이 우리의 예상과 다를 때 홍명보 코치, 고트비 등과 상의를 한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감독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감독은 적절한 조치를 내린다. 우리 임무가 그것이니까.
듀어든 관중석에 올라가 경기를 보면 전체적인 시야가 더 좋지 않나?
베어벡 맞다. 위로 올라가서 보는 것이 확실히 좋다. 그러나 일장일단이 있다. 관중석에서 볼 땐 전체적인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지만 디테일을 잡아내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많은 경험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듀어든 어떤 잉글랜드 출신 감독들은 전반전은 관중석에 올라가 지켜보고, 후반전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시하곤 한다. 그런 방법은 어떤가?
베어벡 나쁘지 않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한 직후에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도 있다. 그럴 때는 벤치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트비 코칭 스탭이 어디서 경기를 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가장 좋은 위치에서 경기를 보려면 헬리콥터를 타고 무전기를 든 채 경기장 지붕 위에서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감독을 오래 하다 보면 벤치에서도 모든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노련미가 생긴다고 본다.
듀어든 유럽에서의 라커룸 분위기와 한국팀 분위기가 다른가?
베어벡 질문 잘했다. 정말 다르다. 유럽선수들은 정말 감정적인 편이라 전반전이 끝난 후 라커룸으로 들어오면 2~3분 가량은 벽을 부수든 옷장을 때리든 내버려둬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용해지면 그때 작전 지시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선수들은 정말 다르다.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순간, 정말 조용해진다. 그래서 유럽보다 확실히 하프타임 때 작전 지시할 시간이 많다.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선수들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감독의 작전 지시에 주목하는 것에 더 익숙한 듯하다. 유럽선수들은 전반전이 끝나고 자신들의 의견을 그때그때 표출하는 편이고, 경기가 잘 안풀렸을 때는 서로 너 때문이라는 등 뒤집어씌우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그리고 역시 2~3분 정도 내버려두면 조용해진다.(웃음)
듀어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3-0으로 뒤지고 있던 리버풀의 하프타임 라커룸 분위기에 대한 보고서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지옥 같았다고 한다.
베어벡 충분히 상상이 간다. 하지만 결국 그들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않았나?
듀어든 한국선수들이 감독 입장에서는 훨씬 다루기 쉽지 않나?
고트비 그렇다. 훨씬 좋다.
베어벡 한국선수들은 라커룸에선 조용하지만, 피치에만 들어서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듀어든 일본선수들도 비슷하지 않나? 일본에서 감독 경험이 있을 텐데, 월드컵에서 일본 경기도 볼 계획인가?
베어벡 물론이다. 네덜란드와 독일 경기도 볼 계획이다.
듀어든 일본과 한국선수들의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나?
베어벡 절대 아니다. 일본선수들의 성향은 브라질과 유사한 것 같다. 숏 패스를 좋아하고 피지컬을 요구하는 행동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선수들이 일본선수들과 가장 다른 부분은, 한국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선수들은 졌다고 생각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듀어든 한국팀을 유럽팀과 비교한다면 어떤 팀과 유사하다고 보는가?
베어벡 잉글랜드다. 90분 동안 템포를 늦추지 않는 빠른 경기 운영과 팀에 헌신하는 열정이 잉글랜드선수들 성향과 유사하다. 독일팀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그렇진 않다고 본다. 독일은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편인데, 독일팀과 유사한 축구를 하는 팀은 K리그에 몇 팀 있다.
고트비 내 경험으로는 일본선수들은 전혀 다른 성향 같다. 그들은 테크닉을 중시하고 베어벡 코치가 얘기한 것처럼 조직적인 축구를 원한다. 그러나 공격 지역에선 뭔가 빠진 축구를 하는 느낌이다. 특히 경기가 체력과 피지컬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진행될 때는 자신들의 플레이를 전혀 펼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자신들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리더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이런 점은 결코 좋은 축구문화로 보이진 않는다.
듀어든 한국이 잉글랜드의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본다면,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향이 90분간 빠른 템포로 쉴 새 없이 뛰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런데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브라질처럼 게임의 템포를 조율하는 팀과 맞닥뜨리면 고전하지 않을까?
베어벡 맞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최근 10년간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영입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로벤도 네덜란드에서 체력적으로 매우 우수한 선수였지만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뒤 초반에는 다소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만큼 많이 뛰는 축구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이 뛰는 체력적인 축구만으로는 현대 축구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기 힘들다.
고트비 결과적으로 잉글랜드축구에서 강조하는 체력적인 부분과 빠른 공수 전환은 한국대표팀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베어벡 한국선수들은 공을 너무 쉽게 뺏긴다. 물론 공을 다시 뺏기 위해 악착 같은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결국 다시 볼을 뺏길 때는 너무 쉽게 뺏기는 경향이 있다. 볼의 소유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첫댓글 고트비 코치 좋다규 은근히 웃을때 눈웃음치신다규
고트비 코치. 정말.ㅋㅋㅋ 좋은데 나이가 생각보다 젊으시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