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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나무 숙소에서 아침 식사 후 다시 나선다. 아침부터 덥다. 바다는 다시 보아도 신선하니 가슴도 마음도 확 트이게 한다. 빠끔히 건너다보이는 작은 섬에 해수욕을 하러 간다. 작은 배를 탔다. 배는 연신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내달리면서 흥을 돋우려고 비스듬히 기울기도 하고 뛰어오르기도 하고 바닥에 걸린 양 덜컹거리는가 하면 갑자기 멈추기도 하면서 아찔아찔 긴장하게 한다. 하얗게 가르는 물살에 고성을 내지르다가 순박하게 감탄을 자아낸다. 그래도 바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참 맑기도 하다. 색색의 물빛 띠를 두르고 깊어진다. 마치 봄날 새싹이 돋으며 연초록빛에서 진초록으로 짙어가는 것 같다. 바다의 속살이 참으로 곱고도 깨끗하다. 인근에서 공해가 될 만한 것들이 유입되지 않으니 그럴 것이다. 배가 연신 나다녀도 기름띠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관리도 잘하나 보다. 그런 물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는 편안하고 아늑하지 싶다. 어항 속을 신비스럽게 들여다본다. 물가에 아름드리 맹그로브 나무가 반긴다. 지상으로 뿌리를 굵은 수염처럼 드러내놓고 있다. 한눈에 물살로 흙이 씻겨 뿌리가 드러난 것 같고 죽은 나무도 같은데 위쪽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좀은 기이한 모습이다. 등산길에 힘겨워서 지팡이로 쓰던 막대기를 모아 세워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나무가 한두 나무가 아니라 집단으로 서식을 한다. 한 편 빛깔은 다소 달라도 장마철에 옥수수가 곁뿌리를 허공에 내리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새끼나무는 짠 바닷물과 뜨거운 태양이나 거센 파도에 시달리면서도 몇 달이고 물위를 떠다니며 자라다가 땅에 닿으면 재빨리 뿌리를 땅에 박는다. 마치 부초 같은 삶이다가 일단 뿌리를 땅에 박고 안정을 찾으면 가지에서 층층이 새로운 뿌리가 나면서 마치 우산살처럼 뿌리 끝이 아래로 향하여 단단한 기초를 만들고 이 뿌리가 버팀 뿌리가 되어 땅에 닿은 곳에서는 다시 새로운 가지가 위로 자라게 된다. 참으로 독특한 번식방법에 의한 삶이다. 맹그로브 나무는 숲을 이루면 붉은 뿌리가 유독 돋보이면서 홍수림(紅樹林)이라고 불리는가 하면, 바닷가에 산다고 하여 해표림(海漂林)이라고도 한다. 주로 열대지방이나 아열대지방의 강변과 바닷가 진흙 바닥에서 자생하며 파도에서 토양의 침식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나무는 보르네오에서 자생하기 좋은 조건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며 반딧불이가 집단 서식하는 나나문강변의 숲도 맹그로브 나무가 숲을 이루는 밀림지대이다. 논바논에서 생활하는 우렁이는 닥이나 물속에 알을 낳지 않는다. 벼가 무성해지는 한여름 산모인 우렁이는 벼 포기를 20센티 높이 안팎까지 기를 쓰고 올라간다. 우렁이 키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곳에 연분홍색 알을 낳아 벼 잎이나 줄기에 껌을 붙이듯 찰싹 붙여놓는다. 확대하면 마치 포도송이와도 같이 생긴 알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어미가 알을 품지 않아도 7~15일 쯤 지나면 자연부화 되어 논바닥으로 떨어지며 비로소 물속에서 자라게 된다. 어미는 빈 껍질만 남아 물위에 둥둥 떠다니며 일생을 마감한다. 허무한 삶 같지만 어미로서 새끼를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더 없는 사랑이었다. 또한 매미는 애벌레가 흙속에서 7년여를 도를 닦듯 살면서 수차례 허물을 벗으며 성충이 된다. 가까스로 바깥으로 나와서 풀줄기나 나무를 타고 높이 올라가 마지막 투구 같은 허물을 벗고 비로소 우화등선 매미로 태어난다. 이처럼 생태계는 맹그로브 나무뿐만 아니라 출생하는 데도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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