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
한국의 완승이었다.
11월 12일 일본기원에서 벌어진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에서 한국의 이세돌 9단, 한상훈 초단, 온소진 4단이 차례로 승전고를 울리고 준결승에 올랐다. 지난 3년 동안 우승은 커녕 결승진출도 하지 못한 한국이 오랜만에 힘을 낸 것이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대국은 이세돌 9단과 장쉬 9단의 승부였다. 양국의 명인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맞붙은 대결은 생각보다 빨리 결정됐다. 오후 대국이 한창이던 3시경 이세돌 9단은 229수만에 백의 항서를 받아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두 기사는 2007년에만 다섯번의 대결을 펼쳤다. 첫 번째 대결인 도요타 덴소배 결승 3번기에선 이세돌 9단이 승리했으나 후지쯔배 16강에서 일격을 당했다. 이번 LG배 8강전의 승리로 이세돌 9단은 일본의 장쉬 9단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두 사람은 날카로운 신경전이라도 펼치는 듯 아주 빠른 속도로 대국을 진행했다. 초반 포석단계 이후 주도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시종 리드를 유지하며 장쉬 9단의 추격을 뿌리쳤다. 최근 명인 타이틀을 탈환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던 장쉬 9단이었지만 이세돌 9단의 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복기를 마치고 바둑TV와 전화인터뷰 중인 한상훈 초단두 번째 승리의 주인공은 한상훈 초단. 일본 열도에서도 '초단돌풍'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에 입단한 한상훈 초반은 중국의 육소룡 멤버중 한 사람인 류징 8단을 맞았다. 초반은 팽팽했지만 중반에 접어들자 한상훈 초단이 국면을 리드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중국 6소룡의 일원이자 처음으로 세계대회 8강에 진출한 류징 8단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며 초단돌풍의 희생양으로 기록됐다. 한상훈 초단은 최초로 세계대회 4강에 오른 초단이 되었다.
복기를 마치고 검토실에 모습을 드러낸 한상훈 초단은 '초단으로는 처음으로 세계대회 4강에 오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초반전투는 만만치않았는데 중반에 빵때림을 한 이후 유리한 흐름이었다. 이후 미세한 형국이었으나 바꿔치기 이후 승리를 확신했다."고 국후 소감을 밝혔다. 한초단은 "4강자체가 기쁘고 준결승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후야오위 8단을 맞아 일전을 벌인 박정상 9단은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으나 어깨에 힘이 들어간듯 초반부터 비세에 몰렸다. 오후 대국에 들어가며 최선을 다해 추격전을 펼쳤으나 후야오위 8단의 방패를 뚫지 못하고 135수만에 돌을 거두었다. 세계대회 우승 경력은 없지만 많은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후야오위 8단은 안정된 기량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승전고도 한국이 울렸다. 온소진 4단은 일본 천원타이틀 보유자인 고노 린 9단을 맞아 172수만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4강 대열에 합류했다. 이 승리로 한국은 LG배 탈환에 한 발 다가섰으며 온4단도 생애 첫 세계대회 4강의 기쁨을 안았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가 후원하는 LG배 세계기왕전은 제한시간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이며 돌을 맞힌 사람이 흑백 선택권을 가진다. 결승전은 3번기로 열리며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준우승상금 8000만원이다.
◇ LG배 8강전 대국 결과(왼쪽이 승자)-
이세돌 9단 vs 장쉬 9단(229수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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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야오위 8단 vs 박정상 9단 (135수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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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소진 4단 vs 고노 린 9단(172수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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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초단 vs 류 징 8단(246수 백4집반승)
◇4강 대진 추첨 결과- 이세돌 9단 vs 후야오위 8단
- 온소진 4단 vs 한상훈 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