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정, 그 쓸쓸함에 대하여
김완
가을비 내린다 추석을 보름 앞둔 주말 사람도 차도 붐빈다 송강 정철은 알아도 송강정은 모른다는 송강정에 오르는 길, 백 개의 계단을 만들었다는데 ‘쌍교’라는 식당의 고기 냄새가 계단을 타고 넘어와 소나무 대나무 배롱나무에 둘러싸인 정자까지 올라온다 송강정은 광주-담양간 자본주의의 상징인 잘 뚫린 외곽도로에 갇혀 있다
비가 내리다 그치자 그는 혼자 스스로 만든 높은 이 정자에 올랐으리다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산줄기 뻗어 내려 광주와 창평이 만나는 창계(滄溪)라고 불리는 곳에서 스승 김윤제를 만났다 눈 앞 죽록천과 탁 트인 들을 보며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학이 되어 서울로 다시 올라가 청운의 꿈을 펴고 싶은 마음을 가다듬었을까 창계보다 더 넓은 죽록천은 잠시 북쪽으로 흘러 영상강으로 흐르는데, 북으로 흐르는 물길을 보며 오랫동안 소식 없는 임을 그리워했을까 괴팍한 그의 성정처럼 가사문학관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가 임을 향한 그의 시름겨워 하는* 마음이 사미인곡에 담겨 있다
백년 이상 방치되어 주춧돌은 깨지고 담은 허물어지고 주변에 무덤만 총총하던 자리에 지금의 송강정을 다시 지은 것은 누구일까 송강 가문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6세손 정재가 있어 중건되었다 권력은 잠깐이고 피비린내 진동하는 냉혹한 정치 무림(武林) 수차례 유배 생활 그 속에서 문학을 꽃피웠구나 그의 삶은 정치와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빛난다 정치적으로 고립된 말년에 강화도 송정촌에서의 쓸쓸한 죽음은 정치와 문학이 어떻게 다른지 시나부로 빛바래가는 시비(詩碑)는 말이 없다
* '단 하나 임 그린 탓으로 시름겨워 하노라' 에서 인용, 《송강가사(松江歌辭)에 수록된 시조 중에서
첫댓글 쓴 나물 데온 물이 고기보다 맛이 이셔라 / 초가 좁은 것이 그게 더욱 내 분수라 / 단 하나 임 그린 탓으로 시름겨워 하노라
작자: 정철 (鄭澈)
갈래: 평시조 (단시조), 서정시
출전: 《송강가사(松江歌辭)》에 수록된 시조 중 하나로 분류됨
주제: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연군지정(戀君之情)
창작 배경: 유배 중 청빈한 삶을 긍정하면서도, 임금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
오막살이 같은 작은 초정을 지은 후 이를 기와 정자로 바꾸지 않은 이유: 창평에 있는 시간보다는 서울에 있는 시간이 더많았다. 환벽당에서 김윤제에게, 식영정에서 임억령에게 시를 배우고, 인근에 있는 김인후와 기대승 등을 찾아 학문을 배우곤 했다. 평생지기 김성원을 만나기도 하였다. 혼자 조용히 하나하나를 께달아가는 공간으로 필요했으리라. 박이약지 약이오지의 과정이 아니였을까? 박(博)에서 약(約)으로 집약되어 하나의 정점에서 그것은 오(悟)의 단계로 변화한다...그것은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
박(博)에서 약(約)으로 집약되어 하나의 정점에서 그것은 '오(悟)'의 단계로 변화한다. 폭넓은 독서가 하나의 초점으로 집약되어 마침내 오성(悟性)을 열어주는 주체적 각성으로 변모할... '박이약지'의 단계를 넘어서 마침내 '약이오지(約而悟之)'의 경지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책은 문자로만 고정되어 있지 않다. 천지 만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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