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8篇 至樂篇 第2章(장자 외편 18편 지락편 제2장)
장자莊子의 아내가 죽어서 혜자惠子가 조문하러 갔더니 장자는 다리를 뻗고 철퍼덕 앉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함께 살면서 자식까지 키우고 함께 늙도록 연륜年輪을 쌓다가 바로 그 아내가 죽었는데도 곡을 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괜찮으나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이 사람이 처음 죽었을 때에 난들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마는 그 삶의 처음을 살펴보았더니 본래 삶이 없었고, 삶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形體도 없었고,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기氣조차 없었다. 황홀한 가운데에 섞여서 변화變化하여 기가 나타나고 기가 변화하여 형체가 이루어지고 형체가 변하여 삶이 이루어졌다가 지금 또 변화해서 죽음으로 갔으니 이것은 서로 봄․여름․가을․겨울이 되어서 사계절이 운행運行되는 것과 같다. 저 사람이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내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람들의 습속習俗을 따라 울어대는 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그만두었다.”
莊子妻死 惠子弔之 莊子則方箕踞 鼓盆而歌
惠子曰 與人居長子老身死 不哭亦足矣 又鼓盆而歌 不亦甚乎
(장자의 처 사거늘 혜자 조지러니 장자즉방기거하야 고분이가커늘
혜자왈 여인거 장자 노신타가 사어든 불곡이 역족의어늘 우고분이가하나니 불역심호아)
장자莊子의 아내가 죽어서 혜자惠子가 조문하러 갔더니 장자는 다리를 뻗고 철퍼덕 앉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함께 살면서 자식까지 키우고 함께 늙도록 연륜年輪을 쌓다가 바로 그 아내가 죽었는데도 곡을 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괜찮으나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 장자즉방기거莊子則方箕踞 : 기거箕踞는 두 다리를 곧게 뻗고 철퍼덕 앉아 있는 모양으로 예절에 구속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기箕는 그 모습이 곡식의 쭉정이를 까부는 키와 비슷함을 형용한 것이고, 거踞는 거만한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 고분이가鼓盆而歌 : 고鼓는 두드리다는 뜻. 분盆은 동이. 동이를 악기처럼 두드리는 것.☞ 여인거與人居 장자노신長子老身 : 인人은 그 사람, 즉 아내를 지칭한다. 장자長子는 자식을 키운다. 노신老身은 몸[신身]을 늙게 했다[노老], 즉 늙도록 연륜年輪을 쌓아왔다는 뜻.
莊子曰不然 是其始死也 我獨何能無槪然 察其始而本無生
非徒無生也 而本無形 非徒無形也 而本無氣
(장자왈 불연하니라 시기시사야에 아인들 독가능무개연이리오마는 찰기시이본무생이로다
비도무생야라 이본무형하도다 비도무형야라 이본무기하도다)
장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이 사람이 처음 죽었을 때에 난들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마는 그 삶의 처음을 살펴보았더니 본래 삶이 없었고, 삶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形體도 없었고,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기氣조차 없었다.
☞ 개연槪然은 슬픈 모양. 개槪는 강개慷(슬플 강)慨(슬퍼할 개)의 개慨와 통하는 글자.
☞ 찰기시察其始 : 기시其始는 아내가 생명을 가지기 이전의 상태를 가리킨다.
☞ 비도非徒는 ‘~할 뿐만 아니라’.
☞ 이본무기而本無氣 : 기氣를 숨, 곧 기식氣息의 뜻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아래의 ‘기변이유형氣變而有形’에 비추어볼 때 기氣가 변화해서 형체가 있게 되는 구조로 보고 기氣를 형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의 뜻으로 본다.
雜乎芒芴之間 變而有氣 氣變而有形 形變而有生
今又變而之死 是相與爲春秋冬夏 四時行也
人且偃然寢於巨室 而我噭噭然隨而哭之 自以爲不通乎命 故止也
(잡호황홀지간하야 변이유기하고 기변이유형하야 형변이유생이라가
금우변이지사하니 시는 상여위춘추동하하야 사시행야니라
인차언연침어거실이어늘 이아교교연수이곡지하면 자이위불통호명이니 고로 지야호라)
황홀한 가운데에 섞여서 변화變化하여 기가 나타나고 기가 변화하여 형체가 이루어지고 형체가 변하여 삶이 이루어졌다가
지금 또 변화해서 죽음으로 갔으니 이것은 서로 봄․여름․가을․겨울이 되어서 사계절이 운행運行되는 것과 같다.
저 사람이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내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람들의 습속習俗을 따라 울어대는 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그만두었다.”
☞ 인차언연침어거실人且偃然寢於巨室 이아교교연수이곡지而我噭噭然隨而哭之 : 인人은 장자의 아내를 지칭한다. 언연偃然은 편안히 쉬는 모양. 거실巨室은 큰 집. 여기서는 천지 사이를 뜻한다. 교교噭噭는 슬피 우는 모양.
☞ 자이위불통호명自以爲不通乎命 고지야故止也 : 스스로 천명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그만둠. 이 대목은 장자가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여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슬퍼하다가 나중에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