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편____이겨울
야자나무 아래
잠들다 외 1편
이겨울
야자수의 섬
중국 하이난
진초록 융단
같은 바다 위에
야자수잎이 부표같이
떠있다
동양의 숨은
낙원은
긴 여정에 지친
몸을 더운 가슴으로 받아서
야자나무 아래
비치침대에 뉘었다
구성진 가락의
자장가 같은 파도소리가
나를 잠재운다
늙은 야자나무
실핏줄 터지는
소리에 잠을 깨니
고두밥같이 고슬고슬해진
몸뚱이에
강태공의 여유로운
웃음이 절로 절로 번진다
누가 어머니처럼
부채질을 해주었을까
야자잎으로 부채질을
해준다는
동화 속의 원숭이가
다녀갔을까
야자잎 접시에서
망고가 노랗게 웃고 있다
남국의 보시에
나는 문득 구름
속 신선이 된다.
풍금소리
귀퉁이에 버려진
골동품이 있다
지금은 먼지와
놀고 있는 치매환자 같지만
추억의 음표처럼
말하지 않아도
퇴색한 먼지
높이에 나의 어제가 쌓여있다
푸르렀던 오솔길을
같이 걸었던 나의 반려
유성기처럼 감겨져
있는 그리움을 돌리면
풍금은 어린시절
동요들을 들려준다
꽁지머리 철부지의
웃음소리도 숨어있다
모든 악기가
건방지게 설치는 동요 말고
그 소리 하나에
목숨거는 동요가 그립다
풍금 못 친 5학년 때 선생님
풍금의 하얀
건반 같았던
뻐드렁니는 올림표처럼
위로 솟아 있었다
음악시간에는
선생님의 입이 풍금이었다
입으로 박자를
맞추시던 선생님은
‘따오기’ 한
곡은 어찌 치실 줄 알았다
독수리 타법으로
멜로디만 쳐준
‘보일 듯이
보일 듯이’로 시작된 그 노래
따오기소리처럼
흘러간 세월이
달 돋는 나라에
가신 어머니가 되어
따옥따옥 나를
부른다.
이겨울 / 2006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허공을 마시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