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종기 5년 만의 시집 '내가 시인이었을 때'
황재하2025. 10. 7. 08:01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내가 시인이었을 때 = 마종기 지음.
"70년 전 난리통에 점심은 못 먹어도 / 초여름 그 들길에 화사하게 피어 있던 / 들꽃과 바위와 산새 들과 시냇물, / 그 안에서 자라던 내 어린 희망들이 / 지금도 오순도순 잘들 살고 있을까?"(시 '동화사 가는 길'에서)
1959년 등단한 시인 마종기(86)가 5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해야 했던 아픔과 유년 시절의 애틋했던 기억을 담은 시들을 수록했다.
시인은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65년 한일협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전역 후 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11일 만에 풀려난다. 시인의 아버지인 아동문학가 마해송은 아들을 걱정하다가 1966년 별세했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힘겨운 시간을 견디게 해준 시를 향한 절절한 애정을 담은 시들도 실렸다.
"젊은 날에는 / 좋은 시인이 되고 싶어 몇 번이고 / 술 마시고 취해서 땅에 쓰러졌다. / 바른 길 외치다가 감방에도 갔다. / 종국에는 온몸에 상처만 쌓이고 / 나라를 멀리 떠나 외로워져서야 / 나그네가 된 나에게 네가 다가왔다."(시 '먼 길'에서)
아울러 책 말미에는 시인이 자기 인생을 술회한 짧은 산문 '영웅이 없는 섬'이 수록됐다.
문학과지성사. 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