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약’에 젖다
김상영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세상을 다 가진들 끝이 날 것인가, 권세를 쥐고 이익을 독차지하려는 요즘 세태가 이를 말해준다. 그에 비할까마는,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셋방살이를 시작으로 귀향에 이르기까지 욕심을 지향해왔기 때문이다. 차도 그렇다. 엘란트라 → 소나타 → 크레도스 → K5 → 알페온으로 올라탔다. 비싼 차들이야 많고 많지만, 황새를 쫓다 가랑이 찢을까 싶어 현실과 타협한 것이기도 하다. 그걸 보상받을 양이었을까, ‘윙스톰’까지 달았더니 경쾌하게 차고 달렸다. ‘윙스톰’이란 배기를 원활케 하는 완전연소장치다. 형편에 맞게 산 그만큼 소소한 돈은 아깝지 않았다. 고음스피커까지 교체함으로써 아따! 어지간히 손봤다 싶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카페를 다시 들여다본 게 욕심을 불러일으켰다. ‘소리 약’이라니 이게 뭣이당가? 나는 그것이 소리의 약이란 뜻인 줄 몰랐다. 약한 소리를 세게 해주려니 했다. 순정 china를 업그레이드 후에 우리 차는 이미 소리 좋다는 평을 귀에 달고 살았다. 점잖고 편한 차란 인식에 더하여 그건 썩 고무적이며 뿌듯한 일이었다. 접지는 또 뭔가, 아하~ 정전기 빼는 것이겠다. 찌릿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윙스톰’까지 장착한 터에 필요 있겠나 싶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절주절했더니 아내는 이내 알아들었다. 생일 턱 삼아 이번에도 져 준 것이다. 아내와 번갈아 운전하기로, 그야말로 우리 차인 탓이기도 하겠다.
“갑시다, 부산”
“참기름 푹푹 쓸 수 있다면 그까짓 맛 못 낼까.“
없이 살던 소싯적 우리 엄마가 변명처럼 하던 말씀이시다. 못 낸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볼 받은 양말을 신을 양이면 실밥이 투둑 떨어지던 엄마 솜씨론 어렵다. 그 한계를 내려받은 내가 작업현장을 경이롭게 보고 섰다. 스피커 시스템을 ‘소리 약’으로 교체하는 솜씨가 능숙하다. 접지 나사를 죄는 손이 야무지다. 숙련이란 모름지기 뭉근하게 오래 끓인 국밥 맛이다. 밥때가 늦어지자 얻어먹은 부산의 국밥이 그랬다. 근데, 플라세보placebo효과일까? 접지는 좋은 것 같기도 한데, 미미하다. ‘윙스톰’으로 이미 빵빵한 터일 것이다.
소리가 좋다. ‘종소리’의 둔탁함에 비하여 ‘징글벨’의 까르르함이다. 마이클 잭슨 무대 뒤 숨은 악기들이 톡톡 튀어나온다. 거실 홈시어터 패러다임paradigm 스피커를 흉내 낸다. U2 보노의 보컬이 단단해지고, 디 에지의 기타가 풍요롭다. 김상진의 고향이 더욱 아늑하다. LP판의 질감 있는 음이다. 배호나 덴또요시미天童よしみ는 그게 그거다. 음원이 후진 탓이다. 고음을 내리고, 저음을 올린다. 내린 고음이 곱고, 올린 저음이지만 여전히 오지다. 레벨이 목에 차지 않아도 음질이 찰지니 여유롭다. ‘소리 약’은 아스피린이다. 젖은 짚단 태우듯 찌뿌둥한 기운을 날려 보내는 명약이다. 주고받을 수 있으니 서로의 복이라, 이 풍진 세월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돈 많이 벌어 행복하시기 바란다.
첫댓글 재미있게 사십니다
그렇지요, 인생 뭐 별거 있습니까
그렇게 즐기며 사는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죽은 목숨이지요. 사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흐미~~~ 멋져부러요. 재밋게 사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까이꺼, 남은 인생 멋 좀 부릴랍니더. ㅎㅎ